단옷날 머리감기 창포탕으로 이름난 창포
단옷날 머리감기 창포탕으로 이름난 창포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1.06.06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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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107]
▲ 창포-꽃. [송홍선]

신록이 무르익어가는 음력 5월 5일(양력 6월 초순)에 단옷날이 있다. 우리는 이날을 수릿날이라고 불렀다. 그 유래에 대해서는 몇 가지의 설이 있다. 이날 쑥떡을 해 먹는데 쑥떡의 모양이 수레바퀴처럼 만들어졌고, 또한 수리취로 떡을 해 먹었기 때문에 수릿날이라고 했다는 이야기 등이다.

단옷날은 갖가지의 풍속이 전하고 있다. 이날은 백 가지 풀을 뜯어다 삶아 먹기도 하고 익모초의 즙을 내어 아침에 먹었다. 더욱이 어떤 풀이던지 약이 된다고 하여 아홉 고랑의 풀을 뜯어 말려 두었다가 뒤에 이를 솥에서 삶아 방에 깔아 놓고 아픈 사람이 그 위에 눕고 찜질을 하면 그 아픔을 면하게 되는 것으로 알았다. 이 찜질은 아이를 낳고 삭신이 아픈 부녀자들이 도맡았다.

산간마을에서는 쑥으로 호랑이의 형상을 만들거나 채색비단으로 작은 호랑이의 형상을 만들어서 그 위에 쑥잎을 붙이고 머리에 얹었다. 또한 새벽에 익모초․쑥을 베어다가 묶어 문 위에 다는데, 이러한 습속은 재액을 물리치기 위함이라 한다. 이날에는 쑥떡을 해먹는 지방도 있으며 차륜병(車輪餠)이라 하여 수리취를 넣어 둥글게 절편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 창포-자생지. [송홍선]

지금도 농촌에서는 단옷날 이른 아침에 쑥이나 익모초 또는 창포를 뜯어오는 풍속이 있다. 이날 부녀자들은 머리에 창포․쑥을 꽂고 인형이나 조롱박 모양을 만들어 허리춤에 차고 다닌다. 이날의 풍속 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창포와 관련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창포탕 머리감기가 제일이다.

이날 아녀자들은 창포탕을 만들어 그 물로 머리를 감고 몸에 이롭다고 하여 창포 삶은 물로 목욕재계나 세수를 했으며 먹기도 하였다. 게다가 단오장이라 하여 나쁜 귀신을 쫓는다는 뜻에서 푸른 옷을 입고 창포의 뿌리를 곱게 깎아서 수(壽)자나 혹은 복(福)자를 새겨 비녀를 만들고 그 끝에는 연지를 발라 채색을 하여 머리에 꽂았다. 이렇게 함으로써 재액을 물리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녀자들은 창포 이슬을 받아 화장을 하고, 아침 일찍 상추 잎을 뜯어다가 그 잎에 묻은 이슬로 어린이들의 얼굴을 씻겨주는데 그렇게 하면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으며 얼굴에 버짐․땀띠 또는 머리에 부스럼이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단옷날에는 창포주를 마셨다. ‘목은집’의 시에 ‘창포 배금 술잔에 창포꽃이 떠 있다’라는 구절로 보아 창포주가 고려시대의 단오절식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의 ‘임원십육지’․‘고사십이집’․‘농성회요’․‘양주방’ 등에도 창포주에 관한 기록이 있다.

‘양주방’에는 ‘창포주는 창포뿌리를 씻고 짓찧어 즙을 낸 것 5말, 찹쌀 5말을 씻어서 지어 밥을 찐 것과 누룩가루 5되를 섞어 백항아리에 넣어 단단히 봉하였다가 3주 후에 내어 5홉들이 잔으로 하루에 3번씩 마신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특히 창포주를 마시면 기운이 화하고 무병한다는 옛 기록도 있고, ‘임원십육지’에서는 혈액순환을 돕고 풍(風)과 마비증상에 효과가 있으며 눈과 귀를 밝게 한다고 하였다. 한방이나 민간에서는 창포가 건위제나 치통․종창․안질 등의 치료제 또는 구충제로 널리 쓰였다.

창포탕이나 창포주의 풍속은 일본에서도 흔하게 전한다. 특히 일본에서는 잎을 던지거나 뿌리의 길이를 서로 겨루어 노래를 부르는 놀이가 행해졌다고 한다. 또한 창포는 강한 향기가 있고 잎이 칼의 형태를 하기 때문에 고대로부터 마귀제거용으로 사용되었고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것으로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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