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행복해야 세상이 행복하다"
"노인이 행복해야 세상이 행복하다"
  • 이태향 객원기자
  • 승인 2010.07.07 15: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시 여성상’ 양성평등 분야 우수상 수상자 신용자 회장

제7회 ‘서울특별시 여성상’ 양성평등 분야 우수상 수상자인 신용자(74세, 한국시니어연합회 회장) 회장을 만났다.

신용자 회장은 ‘국회 최초 여성국장으로 재직하면서 여성지위 향상을 위한 법적 근거인 여성발전기본법 제정에 기여’함으로써 여권신장을 도약시키는 발판을 만들었고, 퇴직 후에는 노인들이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국시니어연합을 창립 중고령 여성을 위한 노년생활 준비 프로그램 개발하며 노인들이 사회적 에너지가 될 수 있도록 쉼없이 활동하고 있다.

불합리한 제도라면 합리적인 제도로 변화시킬 것이다

1967년 당시에는 여성의 사회진출, 특히 국회로의 진출이 희귀하던 시절이라 신 회장의 국회 사무처 입법심의관 임용소식은 신문에 실릴 정도였다. 남성들 틈에서 바윗돌처럼 단단한 배짱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의 정신적 지원 때문이었다고 신 회장은 말한다.

▲ ‘서울시 여성상’ 우수상을 받은 신용자 회장. ⓒ이태향

“당시 여학생들은 대부분 가정학이나 음악 등을 전공했어요. 아버지께서는 저에게 남성의 액세서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셨어요. 자립할 수 있는 공부를 하라고 하셨고 그래서 법학을 공부했죠. 하지만 법조문을 외워서 판결하는 법관은 싫었어요. 법관이 되려면 사회학에서 문학, 예술까지 두루 섭렵한 후에야 비로소 인간을 이해하는 판결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차라리 행정관이 되어서 불합리한 제도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가족법 개정’, ‘소비자운동의 필요성’ 등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콘텐츠를 70년대 젊은 여성 사무관이 아이디어를 내고 활성화시켰다는 사실은 경이롭게 들린다. 그러나 불행이도 여성들이 대우를 받지 못했던 때라서 신 회장의 글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다른 남성 국회의원의 이름으로 <국회보>에 게제 점이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사실 저는 많은 혜택을 누리고 살았던 사람입니다. 여성으로서 차별받았다고 볼 수 없지요. 그러나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에 대해 공부한 사람으로 우리나라 여성의 부당한 대우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열심히 연구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특히 일본 사회운동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좋은 예라고 생각하고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국회 사무관이 되었지만 초기에는 제대로 된 일을 맡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작업에 끼와 열성을 다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연구하면서 필요한 데이터를 축적했다. 회식에도 참석하지 않고 원리원칙에 입각해 일하는 그였기 때문에 부수적인 정보를 얻는 데는 늘 뒤섰다. 보통 5년차이면 서기관으로 승진하지만 그는 13년이 지나서 하게 되었다. 여성이라는 것이 사회적인 편견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던 역사를 살아왔다.

차별은 범죄행위, 더 이상 차별은 안된다

5공화국이 되고 국보위가 들어서면서 서기관으로 승진한 지 두 해만에 직위에서 물러나게 되었지만 정치적인 변화가 그의 탐구열마저 식힐 수는 없었다. 서기관에서 물러난 뒤 여성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여성의 지위에 관한 연구에 심혈을 기울이고, 신문에 난 구인광고를 분석하여 여성차별적인 사회현상을 공론화하며 여성차별의 현실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여성개발원’을 만드는 준비 작업을 하면서 ‘일하는 여성 플라자’를 만들자고 끊임없이 목소리를 냈어요. 처음에는 낯설게 느끼고 끄덕도 하지 않던 사회가 물이 스며들듯이 조금씩 변화했던 것이야말로 제가 얻은 보람이지요.”

퇴직을 하면서 그는 숭실대, 경기대, 숙대 등에서 강의를 했다. 하지만 강의하기보다는 연구하고 개발하고 이론적 근거를 찾는 것이 그에게는 여전히 더 흥미로운 일이었다.

“퇴직할 때 제 나이가 예순 셋이었어요. 노인의 세계에 들어선 거죠. 그래서 노인, 특히 상대적으로 사회적으로 불리한 여성노인을 위한 활동을 하기 시작했어요. 노인은 사회적인 자산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노인들의 지혜와 경륜을 사회적으로 환원시킬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고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신노인 문화운동은 우리사회의 가치를 회복하는 길

신 회장은 한국시니어협회를 통해 ‘신노인 문화운동’을 주창한다. 우리 사회는 이미 고령화사회로 접어들었고, 21세기를 함께 살아갈 신노년 세대가 건강하고 즐겁게 생활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이 운동의 목적이다.

“여성 노인의 경험가치는 매우 높습니다. 그들은 아이를 낳아 길러보았고 격변기를 체험해 본 사람들입니다. 이들을 ‘사회인력화’하는 것이 우리사회를 건전하게 이끄는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 신용자 회장이 지역 공부방에서 어린이들에게 방과 후 학습지도를 하고 있다. ⓒ이태향

장년 여성인력의 사회참여 촉진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받은 노인들은 지역의 아동을 돌보고 그들에게 생활예법을 가르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렇게 인프라를 구축하게 되면 어머니는 직업적인 안정을 찾을 수 있고, 할머니는 일자리를 얻을 수 있으며, 아이는 통합문화를 향유할 수 있게 된다. 거기다가 정책당국으로서는 여성노인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게 함으로써 건전한 사회를 이끌어내는 동력을 얻게 된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아이를 낳으면 돈을 주는 정책은 말도 안 되는 정책입니다. 저출산의 벽을 넘기 위해서는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은 생각이 들게 안전망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봅니다. 아프리카에서는 노인 한 사람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사라진다고 여긴답니다. 노인의 참여야말로 젊은 사람들이 따뜻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신 회장은 서울시의 여행(女幸)프로젝트에 할머니도 참여시켜야 한다고 했다. 진정한 소통이란 벽에 구멍을 뚫는 것이 아니라 벽을 허무는 것이라면서 근본적인 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금 우리 사회의 노인들은 보호받고 싶어 하는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같이 활동하고 싶어 하며 그들의 경험을 사회와 나누고 싶어 한다. 30년을 배워서 30년 동안 사회생활을 하고 다시 30년을 살아야 하는 고령화사회에서, 현재의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안하는 지혜로운 노인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임을 실감하게 된다.

후원계좌 : 한국씨니어연합 노인복지센터 우리은행 1006-201-247-407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