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 냄새의 열매가 향신료로 이용-고수
빈대 냄새의 열매가 향신료로 이용-고수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1.06.20 09: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111]
▲ 고수 열매. [송홍선]

고수는 향신료 또는 향료 식물이다. 원산지는 지중해 연안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향신료 식물 가운데 가장 재배가 오래된 것 중의 하나이다.

즉 고수는 고대 이집트에서 재배한 식물인데, 이는 파피루스(papyrus)에 기록되어 전하거나 무덤에서 열매(종자)가 발견되는데서 신빙성이 있다.

고수는 고대 이집트에서 요리의 조리와 약용에 이용하였다. 플리니우스(Plinius)는 ‘가장 좋은 품질의 고수는 이집트에 자라는 것이다’라 쓰고 있다. 고수 열매는 보통 독특한 향기와 맛을 내는 정유를 0.2~1.5% 함유하는데, 정유의 주성분은 60~79%가 리나룰(linalool)이며 그 외에 게라니올(geraniol) 등이 들어 있다.

구약성서 출애굽기 제16장 21절에는 ‘이스라엘 가정은 그 이름을 만나(manna)라 불렀다. 그것은 고수의 열매처럼 희고 벌꿀을 넣은 훼하스와 같았다’라는 일절이 있다. 고수는 그리스․로마에서도 흔히 이용된 약초의 하나였으며, 의료의 아버지라 부르는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도 고수를 약초로 추천하였다.

뿐만 아니라 고대 그리스의 의사들은 고수 열매(종자)를 의료에 이용하였다. 고수 열매를 끓여 식힌 물은 복통을 치료하였다. 또한 고수는 열매의 향을 들이마시면 현기증을 치료하므로 디지콘(dizzycorn, 현기증을 막는 종자)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하였다.

고수는 영국에 로마인에 의하여 전파되었고, 미국에는 영국에서 간 최초의 이주자가 전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남미에는 16세기에 에스파냐인이 멕시코나 페루에 전하였으며, 그 후 고추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향미료가 되었다. 남미에서는 지금도 대부분의 요리에 고수를 넣을 정도이다.

인도나 중국에서도 예로부터 재배한 기록이 있는데, 중국에는 전한시대(기원전 100년경)에 장건이 호나라에서 가져왔다는 설이 있으며, 송나라 시대 이후의 ‘물산지’에도 고수에 대한 내용이 있다. 한반도에는 고려시대에 전래된 것으로 추측되며, 조선시대의 ‘노문대작’, ‘훈몽자회’에 이에 관한 기록이 있다.

▲ 고수. [송홍선]

고수는 빈대냄새와 비슷하여 좋지 않을 수도 있지만 조리하거나 다른 향료와 배합하여 향미를 즐길 수 있고 생채도 습관이 되면 기호의 대상이 된다. 이집트에서는 생잎을 수프에 넣어 먹는다. 풍미가 매운 요리를 돋우므로 인도에서는 카레에도 많이 넣는다. 카레가루를 혼합할 때에 풍미를 결정한다.

북유럽에서는 빵을 굽는데 넣거나 피클의 풍미에 쓰고 있으며, 영국에서는 진의 풍미를 내는데 이용하고 있다. 쓴맛을 포함한 과자는 물론 스튜․카레․마리네 등의 요리에 폭넓게 쓰며, 빻아서 후춧가루와 같이 고기요리에 사용한다.

특히 중국 사람들은 고기를 많이 먹기 때문에 고기의 누린내를 없애는데 고수가 중요한 향미료로 쓴다. ‘본초강목’에서는 ‘고수는 향미가 있어 먹을 만하고 김치를 담기도 한다’라고 하였다. 한반도에서도 고수강회, 고수김치, 고수쌈 등으로 식용한다.

고수의 열매는 양념, 향료 등으로 광범위하게 쓰고, 빵과 과자류에도 이용되며 술의 향료로도 이용한다. 또한 열매는 건위제, 설사약, 해열제 등 용도가 다양하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시신을 고수와 함께 묻는 습속이 있었는데, 이는 죽은 사람의 명토를 지켜 주는 의미라 한다.

유럽에서는 강장효과에 뛰어난 고수 차나 수프를 회복기의 병자가 먹도록 하였다. 고수의 익지 않은 열매는 불길한 냄새가 나지만 익으면 오렌지 껍질에서 나는 것 같은 좋은 향기가 난다.

독일에서는 미숙과의 빈대냄새 때문에 고수를 빈대풀(wanzenkraut)이라 부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