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의 아편 함유하는 아름다운 꽃-양귀비
마약의 아편 함유하는 아름다운 꽃-양귀비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1.06.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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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112]
▲ 꽃양귀비. [송홍선]

양귀비는 양귀비과에 속하는 한두해살이풀이다. 양귀비는 유럽 동부 원산이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재배를 법령으로 금지하고 있다. 한자로는 양귀비(楊貴妃), 앵속(罌粟), 우미인초(虞美人草) 등으로 부른다.

양귀비의 이름은 당나라 현종의 왕후인 미인 양귀비에 비길 정도로 꽃이 아름답다고 하여 붙여졌다. 또한 우미인초의 별칭은 다음과 같은 전설에서 유래하고 있다. 초나라의 항우가 한나라와의 싸움에서 패하자 그를 사랑한 우미인(虞美人)과 함께 목을 베고 죽었다. 그 후 우미인을 묻은 무덤 위에 가련한 꽃이 피어났다. 사람들은 우미인의 영혼이 이 꽃으로 변한 것이라 생각하여 이 꽃을 우미인초라 별칭하였다.

양귀비는 한반도에 자생하지 않고, 법령으로 재배가 금지되었지만 종종 몰래 심은 것을 볼 수 있다. 높이는 50~150cm이다. 잎은 어긋나고, 잎몸은 긴 달걀꼴이며 끝이 뾰족하고 잎가장자리에 불규칙한 톱니가 있다. 꽃은 5~6월에 흰빛이나 붉은빛 등으로 피고 꽃봉오리가 밑으로 처진다. 꽃잎은 4개이며 둥그스름하다. 열매는 둥근달걀꼴이고 익으면 윗부분의 구멍에서 종자가 나온다.

요즘 길가 주변이나 화단에 심은 양귀비 종류는 관상용의 개양귀비, 꽃양귀비 등이다. 한반도 자생 양귀비는 백두산에 자라는 흰두메양귀비 등이 있다.

양귀비는 열매에 많은 알칼로이드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데, 마약의 일종인 아편(opium)은 양귀비의 덜 익은 과즙을 건조시킨 것으로 20여 종류의 알칼로이드를 함유하고 있다. 주성분은 모르핀(morphine), 데바인(thebain), 모르핀 유도체의 코데인(codeine), 헤로인(heroin) 등이며, 진통 마비성을 가진다.

아편은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이 즐겨 먹었으며, 중국 사람들은 양귀비를 담배처럼 피우기도 하였다. 유럽에서는 죽에 양귀비를 넣어 어린이를 잠재우는 풍습이 있으며 꽃잎을 달여 함수제로 쓰고, 설탕을 넣어 시럽으로 만든 것을 기침약으로 사용하였다. 양귀비는 예로부터 약으로 썼으며, 기름을 짜서 그림용 물감으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 흰두메양귀비. [송홍선]

양귀비의 잎과 줄기는 독특한 냄새를 풍기고 독성을 나타내 동물들이 먹지 않는다. 특히 농민들은 양귀비를 무척 싫어하는 습성이 있다. 양귀비가 만발하게 피면 필수록 논과 밭이 황폐하여 지는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양귀비의 전설은 다음과 같다.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Zeus)의 아내인 헤라(Hera)는 산속 깊은 동굴 속에 사는 잠의 신 히프노스(Hypnos)의 생활이 궁금하였다. 그래서 헤라는 사교를 맡은 시녀 이리스(Iris)에게 히프노스의 근황을 알아보라고 명령하였다. 이리스가 그 동굴을 찾았을 때의 그곳 분위기는 정적과 고요뿐이었다. 이는 그날 히프노스가 어두워지자 궁정 주변에 피어 있는 양귀비의 꽃을 꺾어 그 꽃씨로 지상에 살아 있는 모든 생물을 잠들게 하였기 때문이란다.

또 다른 그리스 신화에서 풍요의 신 세레스는 깊은 잠을 자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너무 피로하여 농작물을 돌보는 그의 본분에 충실할 수 없었다. 그래서 잠의 신 히프노스는 양귀비를 이용하여 세레스를 푹 잠들게 하였다. 잠을 충분히 잔 세레스는 열심히 일을 하여 작물을 풍성하게 하였다. 그 후로 세레스는 자기가 쓰는 곡물의 화관에 양귀비를 꽂았다.

양귀비는 ‘빨간 풀’이라는 별명이 있으며, 아름다움과 다산을 상징한다. 다산의 상징은 식물분류학의 선구자인 학자 린네가 ‘양귀비는 한 개의 꽃에서 32,000개의 씨가 생긴다’라고 한데서 유래되었다. 또한 당나라 현종이 좋아한 미인 양귀비와 이름이 같은데서 아름다움을 상징하기도 한다. 꽃말은 망각, 위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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