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이 쓰는 패랭이 모양의 평범한 꽃-패랭이꽃
서민이 쓰는 패랭이 모양의 평범한 꽃-패랭이꽃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1.06.27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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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113]
▲ 패랭이꽃. [송홍선]

패랭이는 더위를 피하는 갓의 일종이다. 주로 서민이 썼던 밀짚모자이다. 대오리로 만들었으나 요즈음은 밀짚으로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패랭이와 비슷한 모양의 꽃이 핀다고 하여 이름이 붙여진 식물이 있다. 패랭이꽃이다. 지금 야산의 패랭이꽃이 막 피기 시작하였다. 집 주변에서는 관상용으로 심은 개량종의 패랭이꽃 종류는 이미 아름답게 피었다.

패랭이꽃은 높이 30cm 정도이다. 줄기는 분백색을 띤다. 잎은 마주나고, 잎몸은 줄꼴이거나 바소꼴이고, 끝이 뾰족하다. 잎가장자리는 밋밋하다. 꽃은 6~8월에 분홍색이나 자줏빛으로 피며 줄기 끝에 1개가 달린다. 꽃잎은 5개이다. 열매는 끝에서 4갈래지고 꽃받침으로 둘러싸인다. 한반도를 비롯하여 중국, 일본 등지에 넓게 분포한다. 한자로는 상하(常夏), 석죽화(石竹花)라 쓰며, 거구맥․구맥․대국․대란이라고도 한다.

석죽화와 관련한 전설은 다음과 같다. 옛날 중국의 어느 마을에 악마가 머무는 커다란 바위가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바위를 귀신바위라 불렀다. 이 귀신바위의 소문은 어느새 퍼졌다. 그러자 힘이 장사인 호걸이 이 바위의 악령을 퇴치하러 나섰다. 그는 활을 가지고 바위 근처에 숨었다가 이상한 소리를 내자 활을 당겨 바위에 명중 시켰다. 그랬더니 그 후부터는 바위가 얌전해졌다고 한다.

그런데 바위에 꽂힌 화살은 뽑히지 않고 그대로 대나무처럼 마디가 있는 식물이 되었고 꽃이 피었다. 귀신바위에서 아름다운 꽃이 피었던 것이다. 이 꽃이 패랭이꽃이었다고 하며, 이 꽃의 한명을 석죽화(石竹花)라 하는 것은 이 귀신바위의 이야기에서 유래하고 있다.

유럽에 자라는 패랭이꽃 종류의 전설도 전한다. 옛날 그리스에는 부모를 일찍 여윈 리크네스라는 젊은이가 있었다. 리크네스는 부녀자들이 면류관을 만드는 것을 보고 곧 손에 익혔다. 그의 재주는 소문이 났다. 그러나 그것을 업으로 삼고 생계를 유지하던 부녀자들은 자신들의 밥벌이에 위협을 느껴 그를 시기하였다. 그들 중 나크트라는 여자가 젊은 화가를 꾀어 리크네스를 살해하였다.

그러자 아폴론은 그를 붉은 패랭이꽃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였다고 한다. 한편 고대 그리스인은 이 꽃을 제우스에게 바치고, 머리에 쓰는 관이나 목걸이로 이용하였다. 그리스도교 전설에서는 십자가에 못으로 박힌 그리스도를 보고 성모 마리아가 흘린 눈물에서 피어난 꽃으로 전한다.

▲ 패랭이꽃-열매. [송홍선]

패랭이꽃은 오늘날 관상용으로 심고 있기도 하지만 민간과 한방에서는 약용으로 이용하고 있다. 패랭이꽃은 방광경이나 심경에 작용하여 열을 내리고 오줌을 잘 누게 하여 혈을 잘 돌게 함은 물론 월경을 통하게 한다고 하여 다른 약재와 함께 처방하여 약으로 쓰고 있다.

고려 때의 정습명(鄭襲明)은 산야에 묻혀 꽃피는 평범한 패랭이꽃을 비유적으로 예찬한 시를 읊었다. 그 내용은 ‘세상 사람들이 모란을 사랑하여 정원에 많이 재배하고 초야에 저절로 자라는 패랭이꽃은 좋은 꽃떨기가 있어 색채와 향기가 있어도 공자 왕손 같은 귀부인이 오지 아니하는 유벽(幽僻)한 곳에 피어 있으므로 평범한 농부인 야인이 그 교태를 차지하도다’라는 것이다.

정습명의 시에서는 패랭이꽃과 같은 평범한 꽃을 예찬함으로써 민중의 소중함을 일깨운 선조들의 선견지명을 보여주고 있다. 유럽에서는 rainbow pink라 부르고 있는데, 여기에서는 무지개를 상징한다. 또한 패랭이꽃은 꽃모양이 패랭이와 비슷하다는 데서 패랭이를 표상하기도 한다. 윌리암 모리스는 패랭이꽃을 수많은 별을 수놓은 화환과 같다고 칭송하였다. 꽃말은 영원한 사랑, 사모, 정절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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