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재정, “불가피한 부채” vs “근거없는 논리”
서울시 재정, “불가피한 부채” vs “근거없는 논리”
  • 고동우 기자
  • 승인 2010.04.22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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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희망연대 ‘재정 건전성’ 논쟁
서울시와 시민단체 간에 ‘서울시 재정’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300여개 시민단체가 가입돼 있는 ‘2010 유권자희망연대’는 지난 20일 서울시정 재정분야 평가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그 핵심 내용은 “오세훈 시장이 재임한 지난 4년간 서울시는 전시 행정과 실패한 건설 사업으로 ‘빚더미 서울’이 되었다”는 것이다.

구체적 수치를 살펴보면 지난 4년여 동안 약 6조원의 부채가 늘어났고 올해 예상액은 19조 491억원으로 추산했다. 희망연대는 부채 증가의 주 요인으로 “감세 등으로 인한 재원 부족이라는 외부 요인도 있지만 ‘한강 르네상스’ 같은 대규모 건설사업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러한 건설사업을 총괄하는 SH공사의 경우, 2005년 2조 5,000억원에서 올해 12조원으로 부채가 무려 5배나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 “일자리 창출 위해 적자 재정 정책”

하지만 서울시 측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청 김호연 재정담당관은 “미국발 금융위기 등 전 세계적인 경제불황으로 국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자 서울시도 적자 재정 정책을 추진했다”며, SOC 사업 확충을 통한 경기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서민생활 안정화 사업 등에 많은 돈을 지출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2008년 대비 서울시에 15만 6,500여 개의 일자리가 증가했고, SH 공사의 경우도 강일동, 신내동, 상암2지구 개발을 통해 3만 7,300여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는데, 희망연대 측이 이를 감안하지 않고 비판한다는 반론이다.

김 담당관은 또 부채 증가의 주요인으로 꼽힌 ‘대규모 건설사업’과 관련해서도 “SH 공사의 부채는 ‘선 투자 후 회수’가 이루어져야 사업구조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며, “순차적으로 택지와 주택 매각 등을 통해 투자비가 회수될 것이기 때문에 이는 꼭 재정건전성 악화로 볼 수만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서울시의 2009년 예산 대비 부채비율은 12.8%로, 행정안전부 기준 재정건전성이 가장 우수한 유형에 해당하고, 서울시민이 부담해야 할 1인당 채무액도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문제가 없도록 효율적인 재정운영 계획을 수립해 대처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희망연대 측 “근거없는 낙관으로 국민 속여”

희망연대 보고서를 작성한 예산감시 전문단체 ‘좋은예산센터’ 정창수 부소장은 서울시의 이러한 해명에 대해 “근거도 없고 신뢰도 할 수 없는 이야기”라는 반응이다.

정 부소장은 먼저 SH 공사의 부채와 관련해 “사업구조 때문이다, 나중에 회수하면 된다는 서울시의 논리는 4년째 반복해온 것이다. 언제 회수될 것인지, 과연 회수가 될 수는 있는 건지 서울시는 정확히 말하지 못하고 있다. 근거없는 낙관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신개념 문화복합단지’를 표방하며 송파구 문정동에 건설된 ‘가든파이브’는 바로 그 ‘근거없는 낙관’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서울시는 이 사업에 무려 1조 3,000억원을 투자했으나 실제 입주율이 3%에 불과해 준공 3년째인 지금까지도 개장도 못하고 있는데다 계약자들의 이자 등 하루 2억원 이상 금융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 부소장은 또 “2008년~2009년 경제위기 상황에서만 부채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며 “그전, 그후에도 부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부채는 11조7,230원(2006년)→13조4,878원(2007년)→16조6,955원(2008년)→17조9,466원(2009년)→19조491원(2010년)으로 매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 부소장은 서울시가 내세우는 ‘일자리 창출 성과’ 역시 “지속가능하고 미래 지향적인 일자리가 아니라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의 일시적 일자리가 대부분”이라고 평가절하하면서 “서울시는 뻔한 논리로 국민을 속이지 말고 미래를 위한 장기적인 투자, 복지와 교육 등 사람 중심의 예산 정책으로 방향 전환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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