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일상과 안전 회복 바라"...고 박원순 시장 고소인 입장 전문
"보통의 일상과 안전 회복 바라"...고 박원순 시장 고소인 입장 전문
  • 김진희 기자
  • 승인 2020.07.14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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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소인 비서직 수행 4년간 범행 지속해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 사진=한국성폭력상담소.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 사진=한국성폭력상담소.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 등으로 고소한 것으로 알려진 전직 서울시장 비서 A씨 측이 13일(월) 오후 2시 한국여성의전화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의 사회를 맡은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우리 사회는 많은 피해자분들의 용기화 희생을 딛고 성폭력 문제 해결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습니다."며 "그 과정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폭력에 대해서 말할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라고 취지를 밝혔다.

 A씨의 변호를 맡은 김재련 변호사는 5월 12일(화) 1차 상담, 26일(화) 2차 상담을 가진 뒤, 27일(수)부터 법률적 검토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고소 사건 경위를 살펴보면, 이후 7월 8일(수) 오후 4시 30분경 고소장을 접수하고, 9일(목) 오전 2시 고소인 1차 진술조사를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은 성폭력특례법(통신매체이용음란, 업무산위력추행) 위반, 형법상의 강제추행이다. A씨는 증거로 피해자 핸드폰 포렌식 결과물, 피고소인의 심야비밀대화 초대한 증거를 제출했다.

 피고소인은 A씨가 비서직 수행하는 4년의 기간과 다른 부서로 발령 난 이후에도 범행을 지속해 온 것으로 나타났으며, 장소는 시장 집무실과 집무실 내 침실 등이었다.

 A씨는 "진실의 왜곡과 추측이 난무한 세상을 향해 두렵고 무거운 마음으로 펜을 들었다"며 "저와 제 가족의 보통의 일상과 안전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아래는 A씨의 입장문 전문이다.

[고소인 A씨의 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미련했습니다. 너무 후회스럽습니다. 맞습니다. 처음 그때 저는 소리 질렀어야 하고, 울부짖었어야 하고, 신고했어야 마땅했습니다. 그랬다면 지금의 제가 자책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수없이 후회했습니다.

 긴 침묵의 시간, 홀로 많이 힘들고 아팠습니다.

 더 좋은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고 약한 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습니다. 안전한 법정에서 그분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습니다. 힘들다고 울부짖고 싶었습니다. 용서하고 싶었습니다.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법의 심판을 받고, 인간적인 사과를 받고 싶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고소장을 접수하고 밤새 조사를 받은 날,

 저의 존엄성을 해쳤던 분께서 스스로 인간의 존엄을 내려놓았습니다.

 죽음, 두 글자는 제가 그토록 괴로웠던 시간에도 입에 담지 못한 단어입니다.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너무나 실망스럽습니다. 아직도 믿고 싶지 않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많은 분들에게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많이 망설였습니다.

 그러나 5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은 제가 그때 느꼈던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번 느끼고 숨이 막히도록 합니다.

 진실의 왜곡과 추측이 난무한 세상을 향해 두렵고 무거운 마음으로 펜을 들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하지만 저는 사람입니다. 저는 살아있는 사람입니다.

 저와 제 가족의 보통의 일상과 안전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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