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複刻天象列次分野之圖刻石)
각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複刻天象列次分野之圖刻石)
  • 나각순 서울시사편찬위 연구간사
  • 승인 2011.07.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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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각 천열차분야지도 각석(보물 제837호). [나각순 제공]

복각천상열차분야지도각석(複刻天象列次分野之圖刻石)은 태조 4년(1395)에 만들어진 천상열차분야지도각석(天象列次分野之圖刻石)를 다시 새긴 대리석 돌판을 말한다.

청량리동 세종대왕기념관에 보관되어 있는데, 1985년 8월 9일 보물 제837호로 지정되었다. 조선 숙종 13년(1687)에 제작된 것으로 가로 108.5cm, 세로 206.5cm 크기이다.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는 글자 그대로 ‘천체(天體)의 현상을 차(次)와 분야(分野)에 따라 열(列)하여 그린 그림을 천문도’란 뜻이다.

여기서 차(次)란 태양의 궤도인 황도(黃道) 부근의 하늘을 12등분하여 하였다는 의미를 지니며 분야(分野)란 하늘의 별자리인 성수(星宿)들과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주국(州國)들과 짝을 지은 이름을 말한다. 즉, 하늘의 별들을 12차(次) 및 분야(分野)에 따라서 그려놓은 천문도라 할 수 있다.

이 보물 제837호와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제작배경에 대한 기록이 있다.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 상위고(象緯考)와 《서운관지(書雲觀志)》에는 “처음에 태조 을축년(태조 4년, 1395)에 돌에 새겨 만든 천문도가 경복궁에 있었는데, 세월이 오래되자 마멸되었다.

그래서 숙종 때 인본(印本)을 가지고 다른 돌에 다시 새겨서 관상감(觀象監)에 설치하고 조그마한 집을 지어 이를 보호하게 하였는데, 지금에 이르러 임금이 을해년의 옛 판이 아직도 경복궁에 있다는 말을 들고 즉시 호조판서 홍인한(洪麟漢)에게 명령하여 이를 관상감에 옮겨 조그마한 집을 새로 짓고 이에 아울러 새 판도 보관하게 하고, 친히 편명(扁名)을 쓰고 전후의 사실을 기록하였다”는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이를 통하여 볼 때 이 유물은 숙종 13년(1687)에 1395년에 만들어진 천상열차분야도의 인본(印本)을 그대로 각석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국보 제228호인 천상열차분야도지도와 함께 관상감에 부속건물인 흠경각(欽敬閣)에 보관되었던 유물인 점도 분명히 알 수 있다.

현재 이 유물은 경복궁 내 궁중유물전시관에 보관된 국보 228호와 똑같은 구성과 내용으로 만들어졌다.
 
즉 복사본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국보 제228호가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라는 제목이 중간에 있던 것과는 달리 복각천문도에서는 이 제목이 제일 위 단으로 올라가 있는 구도적인 차이가 있다.

▲ 복각 천열차분야지도 각석(보물 제837호) 탁본. [나각순 제공]
비록 복간천문도가 1395년에 만들어진 국보 제228호에 비하여 292년에 늦게 만들어졌고, 그 내용과 구성도 그대로 복각한 것에 불과하지만, 제목의 위치와 기사의 배열을 달리해서 전체적인 구성이 좋고 당당하게 만들어져 있는 점에서 또 다른 문화재적 가치를 지닌다.

특히 국보 제228호가 훼손이 심하여 많은 부분에 마모가 된 데에 비하여 이 복각천문도는 원상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어 학술적 가치 또한 높다. 한편, 천상열차분야지도는 각석(刻石) 이외에도 영조 때 탁본에 의한 목판본(木版本)이 만들어졌는데, 관상감에서 처음 인쇄한 것은 120장으로 알려졌지만 현존하는 것은 7∼8장 정도이다.

이렇게 조선 전기와 후기의 두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을 비교해 봄으로써 지속적으로 천문을 중요시 했던 봉건왕조의 정치형태와 천문을 중요한 정치이념으로 풀어나갔던 실체를 살필 수 있다.

하늘을 중요시 하였음이니, 하늘은 곧 생산대중으로 세금을 내서 국가운영의 터전을 이루었던 인민이었음을 말하는 것이었다. 아울러 임금의 하늘은 일반백성인 인민이요, 인민의 하늘은 의·식·주였으니, 이는 하늘에 의해 농사를 지어 생존을 유지해야 했던 인간사의 본질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국보 제228호보다 앞선 최고(最古)의 천문도가 있음이 제기되었다.

한편 국보 제228호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 보다 제작시기가 앞선 <건상열차분야지도(乾象列次分野之圖)> 필사본 천문도 1점이 연세대학교 학술정보원(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것이 2008년 확인 전시되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는 국보 228호와 같이 1395년에 제작된 것을 알리는 발문(跋文)이 있어 확인되는데, 크기는 가로 74㎝ 세로 140㎝이다.

아울러 또 다른 1점의 필사본 천문도가 전시되었는데, 이는 국보 228호 계통의 천문도 이지만 별자리 그림의 방위가 국보에 비해 시계방향으로 90도 틀어져 있고, 별자리 그림을 28구역으로 나눈 28수의 구획을 나타내는 방사선, 적도와 황도, 주천수도(周天數度, 하늘의 둘레를 나타내는 눈금)가 없다.

이 천문도를 고려 13세기 말에서 14세기 초에 이르는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보고, 국보 제228호의 모본(母本)일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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