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표 2000만원, 주인 찾아주는 것이 당연하죠”
“수표 2000만원, 주인 찾아주는 것이 당연하죠”
  • 박혜원 기자
  • 승인 2011.07.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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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청렴·창의’ 실천한 환경미화원 홍순교·염종항 씨
▲ 염종항(우)씨와 홍순교 씨.

얼마전 길거리에서 주운 2000만원을 주인에게 찾아준 사실이 알려져 스타가 된 동대문구 청소행정과 직원 홍순교(59)씨와 환경미화원 염종항(50)씨.

사례도 극구 마다하며 “그저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하는 이들에겐 갑작스레 쏟아지는 언론과 시민들의 관심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그도 그럴 것이 길거리에서 이들을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 청소에 집중이 되지 않을 정도라고.

지난 4일 휘경여고 부근의 청소를 마친 뒤 휘경동 차고방향으로 이동하던 홍순교씨와 염종항씨는 휘봉고등학교 신축공사장 앞 도로에 3~4m 간격으로 떨어져 있던 500만원 수표 4장을 습득했고, 그 즉시 112에 신고를 했다.

당시 500만원짜리 수표 첫 장을 주운 홍씨는 동그라미가 하도 많아 진짜 돈이 아닌 장난감 돈이나 홍보용 광고지일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처음 돈을 주웠을 때는 너무 놀랐지만, 수표의 주인은 얼마나 애가 탔겠어요. 모두가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고 그 심정을 잘 알기 때문에 돈이나 지갑을 주우면 곧바로 신고를 해요”라고 수줍게 말하는 이들에게서 진심이 묻어나왔다.

이들이 신고를 한데에는 ‘친절·청렴·창의’라는 동대문구 구정 목표도 한 몫을 했다. “친절과 청렴을 구정목표로 하는 구청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생각한 평소 습관이 몸에 자연스럽게 배어든 것이다.

이런 정신으로 주인을 찾아준 지갑만 해도 벌써 몇 개째다.

“아침 일찍 청소를 하다보면 소매치기가 현금을 빼고 버린 지갑을 발견할 때가 몇 번 있어요. 하지만 돈이 없는 지갑이라도 잃어버린 사람에게 중요한 물건이니 우체통에 넣어줘야죠”라고 이야기하는 홍순교, 염종항 씨다.

슬하에 둔 자녀들도 정직하고 성실한 아버지의 성품을 똑같이 닮았다. 특히 벌써 대학교를 졸업한 홍순교 씨의 아들 둘은 넉넉하지 못한 집안사정을 살펴 휴학과 아르바이트를 반복해가며 학업을 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가족에게는 이러한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았다고.

“특별히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니라서 굳이 말하지 않았어요. 아마 업무보고가 아니었다면 구청에도 말하지 않았을 거예요”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홍순교, 염종항 씨 덕분에 여름의 무더위도 잠시 물러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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