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에게 이로운 풀, 익모초
어머니에게 이로운 풀, 익모초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0.07.19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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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19]
▲익모초   ⓒ송홍선

여름방학이 다가왔다. 이 때가 되면 초등학교 시절 여름방학이 생각난다.

특별히 추억이 많았던 것은 아니지만 식물채집을 하고 표본을 만들었던 기억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초등학교 5학년이거나 6학년이었던 것 같다. 여름방학의 숙제 중 식물수집과 표본제출이라는 것이 있었다. 지금은 여름방학의 이런 과제를 찾아볼 수 없다. 식물을 채집하는 숙제는 자연환경 보호 등의 이유로 10여 년 전에 없어졌기 때문이다.

당시에 필자는 산과 들로 나가 식물을 채집하지 않고, 부모님께 산에서 나는 식물을 캐어다 달라고 졸랐던 기억이 남아있다. 그때 너무도 짓궂게 졸라대자 어머니는 텃밭에 자라고 있는 풀을 뜯어다 주면서 이것으로 숙제를 대신하라고 하였다. 어머니가 캐어다 준 풀의 종류는 20여 가지나 되었는데 이름을 아는 풀은 하나도 없었다.

그 때 어머니는 필자에게 풀 이름을 제주도 방언의 토박이 이름으로 하나하나 알려줬다. 모두 생소한 이름이었지만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는 풀은 익모초(益母草)이다.
어렸을 때는 익모초의 즙을 약으로 먹었다. 매우 쓴맛이었기에 인상을 찌푸리며 그 즙을 마셔야 하였다. 마시지 않겠다는 투정이 통하지 않았다. 몸의 어디에 좋은 지도 모르면서 마셔야 하였던 기억이 잊혀지지 않는다.

옛날에는 단옷날에 아침에 즙을 낸 익모초를 먹는 습속이 있었다. 음력 6월 6일에는 밤이슬에 젖은 익모초를 뜯어다가 즙을 내어 여름 더위병 치료나 식욕증진을 위하여 먹었다. 그리고 새벽에 익모초나 쑥을 배어다가 묶어 문 위에 다는 습속이 있었는데 재액을 물리치기 위함이었다.

민간에서는 익모초로 술을 담가 먹기도 하였다. 또한 산모가 아이를 낳으면 익모초 즙을 낸 후 불에 달여서 엿처럼 만들어 먹었다. 익모초의 즙은 산모에게 좋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부인병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익모초는 산모의 지혈을 비롯하여 자궁수축, 월경과다, 산후출혈, 생리통, 생리불순, 빈혈, 이뇨제, 더위 먹은 데에 좋은 약재로 쓰고 있다. 익모초는 출산 전후의 여러 병을 잘 치료한다고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익모초의 이름유래와 관련한 재미있는 전설이야기도 있다.
어느 마을에 병든 어머니를 모시고 어렵게 살아가는 효심이 지극한 아들이 있었다. 아들의 간호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의 병은 쉽게 낫지 않았다. 그래서 아들은 약초 캐는 어르신을 따라다니면서 어머니의 병에 이로운 약초를 캐기로 하였다. 아들은 종종 어르신의 뒤를 따라 산으로 들로 나갔다. 산야에는 온갖 풀들이 자라고 있어 어느 것이 약초이고 어느 것이 잡초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아들은 어르신이 캐는 것과 비슷한 약초를 캘 수 있었다.

어머니는 신기하게도 아들이 캔 약초를 먹고 난 후부터 어머니의 병세가 호전되기 시작하였다. 아들은 약초의 이름을 알지 못하였지만 한동안 산으로 가서 약초를 캐다 어머니에게 정성껏 달여 드렸다. 어머니의 병은 얼마 안 있어 완전히 나았다. 아들은 그 후 어머니를 도운 약초이니 도울 익(益)자에 어미 모(母)자를 써서 익모초(益母草)라 부르기로 하였단다.

이런 익모초는 한반도 전 지역에서 들이나 밭, 인가 주변에서 잡초와 어우러져 자란다.
엊그제 주변을 거닐다보니 익모초의 꽃이 활짝 핀 모습을 보았다. 보랏빛의 꽃빛깔이 매우 아름답게 보였다. 이런 저런 생각이 스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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