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기획] 한강은 괴롭다-①
[집중기획] 한강은 괴롭다-①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1.07.12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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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 미명에 감춰진 한강변 부동산 개발
▲서울시의 한강르네상스 사업 가운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한강변 정비구역 추진계획을 볼 수 있다.

제약회사 홍보팀장으로 일하다 서울 가산디지털역 근처에서 작은 식당을 하는 최영환 씨(47)은 자전거 마니아다.

그는 4년 전 당뇨병 판정을 받은 뒤부터 자전거타기를 시작했다. 최 씨는 식당일이 한가할 때면 안양천에서 한강으로 이어지는 자전거도로를 따라 서울시내 곳곳을 누빈다. 자전거로 가산동에서 이촌동까지 1시간~시간 30분, 강북 상봉동이나 강남 도산공원까지 2시간 정도 걸린다. 

최 씨는 누구보다 자주, 그리고 가깝게 한강을 접하는 시민이다. 그는 “매년 놀랍게 변화하는 한강을 볼 때마다 좋기도 하고 한편으론 걱정되기도 하고 마음이 복잡하다”고 말했다. 그는 70년대 한강과 지금의 한강을 모두 알고 있는 서울 토박이다. 그런 그에게 나날이 변화하는 한강이 왜 반갑지만은 않은 걸까.

최 씨는 “자전거도로를 만들고 시민공원을 조성하는 것까지는 마음에 드는데 너무 큰 개발을 내세우는 것 같다”며 “특히 한강변 반포동이나 이촌동과 같은 부자동네 위주의 사업에 치중하는 것 같아 소외감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2008년 한강르네상스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하루도 삽질을 멈추지 않고 있다. 한강르네상스에서 파생되는 수많은 사업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만큼 시민들은 한강르네상스의 실체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시민들은 단지 광진교 정비나 반포대교 분수, 각 다리마다 설치된 한강전망대 등의 시설에 눈길을 빼앗긴다. 또 시에서 홍보하는 ‘세빛둥둥섬’이나 ‘한강예술섬’ 등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에 현혹된다.

‘한강 즐기기, 마냥 편치만 않다’

▲한강르네상스 개념도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서울시의회 다수당이 되면서 제동을 건 서해뱃길사업 등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그리 높지 않다. 이런 와중에 서울시는 시의회가 삭감한 한강사업 예산에 예비비를 투입, 각종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서울시는 한강르네상스의 사업목표로 ‘회복’(restoration)과 ‘창조’(creation)를 내세운다.   ‘한강르네상스를 통해 한강이 갖는 가능성, 숨겨진 가치를 찾는다’는 것이다. 또 이를 통해 ‘서울의 새로운 브랜드를 창조한다’는 목표를 전면에 내세운다.

여기서 ‘새로운 브랜드’는 최근 오세훈 시장이 강조하는 ‘미래의 먹을 거리 확보’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오 시장은 한강르네상스와 연계한 서해뱃길사업에 대해서도 “중국의 신흥부자를 관광객으로 유치, 서울의 미래 먹을거리를 만들겠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한강르네상스를 비판하는 시민단체와 이들과 뜻을 같이 하는 학계에서는 서울시의 주장에 결정적인 허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한강르네상스의 목표로 제시한 ‘회복’과는 정반대의 개발프로젝트가 실체라는 것이다.

서울시는 회복·창조의 8대 실현과제로 ▲한강 중심의 도시공간구조 재편 ▲워터프론트 타운 조성 ▲한강변 경관 개선 ▲서해 연결 주운기반 구축 ▲한강 중심의 Eco-Network 구축 ▲한강으로의 접근성 개선 ▲한강변 역사유적 연계강화 ▲테마가 있는 한강공원 조성 등을 제시한다.

이 가운데 ‘회복’의 의미가 담고 있는 생태환경 개선에 해당하는 부문은 Eco-Network 구축뿐이다. 실제로 이러한 Eco-Network 구축 관련 예산보다 토목건축비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회복·창조 목표 아래 개발에 치중

▲지역별 한강변 개발계획 개념도.
지난해까지 서울시가 밝힌 총 6726억원의 한강르네상스 예산집행 결과를 부문별로 살펴보면 문화기반 조성을 내세운 4대 한강공원 특화·하늘다리·자전거공원 조성 등에 2719억원을 쏟아 부었다.

또 접근성 개선을 위한 각종 도로정비에 1683억원, 경관조성에 421억원, 수상·주운을 위한 선착시설에 218억원을 썼다.

반면 자연형 호안조성이나 생태공원 등에는 약 1685억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회복을 목표로 내세우면서 자연환경 복원 관련 예산은 전체의 25%만 배정한 셈이다. 더욱이 한강르네상스 관련 예산집행에 서울시가 민자유치 사업 등은 포함시키지 않아 이를 합산할 경우 이미 1조원을 훌쩍 넘겼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막대한 예산을 집행하면서 주요 사업목표로 내세운 ‘회복’과 전혀 다른 방향의 개발에만 몰두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생태환경 복원과 자연에 순응하는 정비 차원의 사업을 원하는 시민들의 요구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한강르네상스의 근본 목적은 전혀 다른데 있다는 주장도 오래전부터 나오고 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한강개발의 이면에는 바로 대단위 도시개발이 감춰져 있다는 주장이다. 서울시 한강르네상스 마스터플랜에는 한강변 공공개발사업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한강과 잇닿은 지역의 대단위 개발계획이다. 이와 관련, 서울환경운동연합 염형철 사무처장은 “도시개발을 통해 개발지구의 부동산 가치를 끌어올리고 여기서 개발이익을 얻는 것이 한강르네상스의 실체”라고 말한다.

그는 이 때문에 한강르네상스라는 이름으로 추진하는 ▲전략정비구역 ▲유도정비구역 ▲일반관리구역별 사업은 ‘난개발’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계획수립이 시급한 전략정비 구역으로 마포구 합정동과 영등포구 여의도, 용산구 이촌동, 강남구 압구정동, 성동구 성수지구 등을 제시했다.

또 중장기적 개발유도가 필요한 유도정비구역으로 마포구 망원지구, 영등포구 당산지구, 강남구 반포지구, 광진구 구의·자양지구, 송파구 잠실지구 등을 제시한다. 이들 지역 외 일반관리구역까지 포함하면 한강변 모든 지역이 개발되거나 정비되는 셈이다.

‘부동산 가치 올리는 난개발 불과’

▲서울시는 한강르네상스를 통한 한강변 스카이라인 정비를 주요 사업으로 제시한다.
문제는 이러한 개발이 한강의 친수성이나 생태환경 보전와 전혀 관련 없이 해당 지역부동산 가격 상승 등 일부 계층의 이익만 보장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은 재개발을 앞둔 성수지구를 제외하면 이미 서울의 대표적인 고소득자 주거밀집 지역으로 꼽힌다.

예정대로 전략정비구역 개발이 이루어질 경우 현 거주자나 주택·토지 소유주들은 막대한 개발이익을 얻게 된다. 또 이러한 재화가치 상승은 한강르네상스의 경제효과로 포장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로서는 어쨌든 대대적인 토목사업을 통해 상당한 경제적 실적을 이루어냈다고 홍보할 수 있다.
그러나 한강르네상스가 당초 내세운 시민을 위한 한강의 복원이라는 목표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오히려 한강변을 점령한 초고층 호화 주상복합단지 주민들이 한강을 사유화할 가능성이 많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서울시는 이촌동 등의 경우 한강과 주거지역을 지하통로로 연결, 친수성을 높힌다는 계획이다. 이럴 경우 지하통로를 이용해 한강변을 드나들 수 있는 시민은 해당지역 거주자로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 일반 시민들은 한강변을 거닐거나 풀밭에서 휴식을 즐길 권리조차 박탈당하는 셈이다.

서울시는 이러한 지역의 정비사업 효과로 개별적인 재건축과 차별화한 체계적인 스카이라인 확보를 내세운다.

한강 사유화 우려가 가장 심각

정비구역에 50층 내외의 초고층 빌딩을 건설, 멋진 스카이라인을 만들어 한강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그러나 이러한 초고층 빌딩 중심의 스카이라인은 보는 각도에 따라 아예 시야를 막아버리는 공간폐쇄 효과만 초래다고 주장한다.

서울시는 다양한 홍보자료를 통해 한강에서 바라본 정비지역 개발 후 모습을 제시하지만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자리를 이동할 경우 거대한 빌딩장벽만 보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서울시는 한강르네상스 홍보 보도자료를 통해 “한강변 높이 관리로 개방감과 시각통로를 확보하고 스카이라인을 획기적으로 혁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명백한 허위라고 비판하는 환경단체 등의 주장에 대해 전략정비구역 등의 계획을 담당하는 서울시 관계자는 “환경단체 등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이의제기를 받은 바 없고 전체적인 정책 부분에 대해 얘기할 입장이 아니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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