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未知)와의 만남을 준비하는 사람
미지(未知)와의 만남을 준비하는 사람
  • 이태향 객원기자
  • 승인 2010.07.21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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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 지적 생명체를 찾는 한국천문연구원 이명현 박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가 천문연구기관인 한국천문연구원(http://www.kasi.re.kr)의 이명현 연구원(47, 서울 구기동, 천문학박사)을 만나 우주와 외계지적생명체 그리고 과학적 인식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명현 박사

‘믿어버리는’ 혹은 ‘알아가는’

생물학의 권위자이면서 최근 진화심리학적인 연구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런던대학교 교수 루이스 월퍼트(Lewis Wolpert)는 그의 저작 <믿음의 엔진>에서 사람들은 왜 이상한 것을 믿는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들을 끊임없이 인과적으로 해석하려고 한다는 그의 설명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사실들을 수집하고 신중하게 검토한 후 논리적인 추론을 통해야만 합리적인 결론이 도출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어떤 믿음이 한번 생기면 사람들은 가능한 한 그 믿음을 수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일종의 관성이 붙는다. 현재의 믿음에 어긋나는 증거나 생각들이 믿음의 중요한 부분에 위배될 때는 더더욱 거부하는 성향이 있다는 것이다.

‘외계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오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이라고 치부해버리는 이도 있을 것이고, 미확인비행물체(UFO)와 관련한 온갖 자료를 바탕으로 외계인이 존재한다고 확신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학자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무언가에 대해 굳게 믿도록 하는 메커니즘이 있습니다. 그래서 미지에 대한 두려움을 대처하는 방법에 있어서 지금까지 인류는 종교적인 방식을 벗어나기 힘들었어요. 하지만 ‘실체를 알아가는 과정’으로 미지의 세계를 인식한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접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명현 연구원은, 현대를 과학기술의 시대라고 하지만 과학만능의 잣대에서 벗어나 전체적으로 조망하려는 경향이 요즘 과학의 추세라고 말한다.

“UFO학(ufology)이 있을 정도이지만 그 개연성은 둘째 치고라도 아직 과학에서 다룰 만 하지는 않습니다. 현재 UFO에 대해 규명하는 것은 이른 단계라고 보는 것이지요. 다만 왜 그런 현상이 생기는가에 대한 심리적 고찰에 주목하는 것이 오히려 대세인 것 같습니다.”

지구를 덮치는 재앙에 대한 두려움

최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2013년 태양에서 강력한 자기장을 동반한 ‘태양폭풍’이 발생해 지구를 덮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미 국립과학원(NAS)도 대규모 태양폭풍이 일어나면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20여 배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1989년 캐나다 퀘벡주를 강타한 태양폭풍으로 600만 명이 9시간 동안 정전사태를 겪은 사실이 있기 때문에 이 경고는 더 위협적이다.
태양폭풍으로부터 배전망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 하원 에너지․상무위원회가 지난 6월 태양 플레어로부터 배전망을 보호하는 데 1억 달러의 예산을 책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사실은 이를 더욱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연구원은 “태양은 주기적으로 폭발하고 있고 예측할 수도 있습니다. 강력한 폭발을 했지만 모르고 지나가기도 합니다. 2013년으로 예상되는 태양폭풍은 지난 1989년에 발행한 것보다 오히려 적을 것”이라며 국가와 국가 간의 경쟁이나 혹은 정치적인 이유 등 다양한 변수가 있음에 대해 지적했다.
밀레니엄 버그에 대한 경고가 과도했던 것에 대해서 상기할 필요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언론의 보도 뿐 아니라 심지어 NASA의 경고조차도 국가나 연구원의 예산 집행 등과 관련하여 부수적인 변인들이 개입할 수 있다는 말이다.

수만 번의 관측을 통해 포착하는 외계로부터의 신호

“우주에 생명체가 있을 확률은 없을 확률보다 확실히 높습니다. 만약 지적 생명체가 있다면 수학과 물리학 등의 기초과학을 토대로 기계문명을 발달시켰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전파 메시지를 보내는 것입니다. 전파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지요.”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전파천문학은 천체에서 오는 신호를 연구하는 학문분야다.

“지속적으로 동일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천 번, 만 번 관측해야 하는 일입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적이 없는 신호가 포착 되더라도 그 신호에 대해 유의미한 수준으로 결론내릴 수 있으려면 한두 번이나 수십 번으로는 부족한 것이지요. 신호를 감지한 후에 해석은 또 그때 시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학적 발견의 과정은 ‘하나를 알면 열을 모르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외계 지성체 탐사 프로젝트(SETI ; The 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는 1974년 천문학자들이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을 이용하여 구상성단의 M13을 향해 전파신호를 보내면서 본격화했다. 이때 보낸 아레시보 메시지는 지구인의 모습, 태양계 내의 지구 위치, DNA모양, 1에서 10까지의 2진법 표기 등이었다.

SETI Korea 프로젝트

이 연구원은 2008년 과학기술정보연구원으로부터 외계 신호포착 알고리즘을 짜는 위탁과제를 받아 그해 9월 파리에서 열린 학회에서 논문을 발표하였다. 한국이 SETI 프로젝트에 관하여 국제사회에 공식적으로 처음 소개한 것이었다.

알고리즘을 짜기 위해서는 기술적으로나 학문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과 함께 연구한다. 로봇공학자, 진화생물학자, 수사학자(修辭學者) 뿐 아니라 신학자들의 도움까지도 받아야 한다고 밝힌다.

“아레시보 메시지가 모스부호 보내듯이 했지만, 그 외에도 음악을 이용해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고요. 외계와 소통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가장 성공적이고 대중적인 외계 지적생명체 탐색 프로젝트는 세티앳홈(SETI@Home) 프로젝트다. 전 세계 누리꾼들이 자신의 개인용 컴퓨터를 이용해 관측자료 분석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그동안 연구한 알고리즘의 소스 코드를 공개하고 공유할 예정이라고 한다. 강연회와 교육 등을 통해 대중과 정보를 나누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과학적 타당성은 관찰에 의하여 경험적으로 입증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그 시작은 호기심이나 상상력이다. 그래서 새로운 발견을 하는 사람들은 성실함과 직관을 고루 겸비할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은, 그러한 자질이 능동적이고 자발적으로 발현된다는 사실.

<학생대백과> 1권 ‘우주’편을 몇 백번이고 읽었다는 이 연구원. 책이 찢어져 글씨를 다시 써서 읽었다는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아마추어 천문학회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제 아버지가 된 그는 현재 초등학교 5학년인 딸아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좋고 싫음이 분명해지는 시기더군요. 부모의 품에서 내보내야하는 시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자기 세계를 살아가는 것이니까요. 지금 한창 전두엽이 발달할 때이고, 그래서 방해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연구원은 자신이 스스로 자신의 세계를 찾아냈던 것처럼 그의 딸도 스스로 그 여정을 나서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편집자 주]

한국천문연구원(Korea Astronomy & Space Science Institute; KASI)은 1974년 9월 국립천문대로 설립되었다.
1978년 9월 소백산천문대의 준공으로 한국 현대천문학이 시작되었고, 1985년 12월 대덕전파천문대가 준공됨으로써 관측영역을 전파영역으로 확대하였다. 1996년 4월에는 보현산천문대를 준공, 미래천문학으로의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였다.

이 연구원에서는 광학·전파·이론·관측 천문학과 함께 우주천문학 연구로 연구범위를 확대해가고 있으며 ‘우주에 대한 탐구’라는 순수과학적 측면에서의 연구뿐 아니라 우주 관련 기술 개발에도 노력하고 있다.
주요활동은 ① 국가로부터 위임받은 음력·양력, 일몰·출몰 시각, 표준시 결정 등 국가의 천문 업무 수행 ② 천문우주과학에 대한 종합적 관측 및 천문 현상 규명 ③ 첨단 관측시설의 운영 및 개발로 우주의 관측영역 확대 ④ 국내외 천문학자와의 공동연구 ⑤ 국가의 과학문화 발전을 위한 천문 정보 보급 등이다.

대전광역시 유성구 화암동 61-1번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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