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풀피리 인간문화재 오세철 씨
[인터뷰] 풀피리 인간문화재 오세철 씨
  • 김민자 기자
  • 승인 2011.07.19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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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씻어주는 ‘자연의 소리’ 풀피리 매력 탐구

▲ 풀피리 공연 모습.
‘피리리리~ ’ 더운 여름 매미 소리와 함께 들리는 풀피리 소리가 청량하다. 녹음이 우거진 경기도 운천에서 농사를 지으며 풀피리를 연주하는 오세철 명인을 찾았다.

오 명인은 지난 2002년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38호 풀피리 예능보유자로 지정돼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아련한 기억 속에 남아있는 구성진 풀피리 소리와 풀피리에 대한 철학을 들어 봤다.

― 풀피리를 언제 처음 접했는지?

“풀피리를 만나게 된 것은 1971년 중학교 1학년 여름 방학 때인데, 친척집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이웃집에 사시던 전금산(田今山·당시 80세) 할아버지가 풀피리를 부시는 모습을 보게 됐고, 그때부터 풀피리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 풀피리는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불리기 시작했나.

“풀피리는 초적(草笛) 또는 초금(草琴)이라고도 불렸던 향악기다. 풀피리역사는 인류가 지구상에 생존하고 가장 먼저 접한 악기일 것이다. 인위적인 변형없이 자연 그대로의 잎을 가지고 연주하니 말이다. 고려시대 ‘고려악(高麗樂)’에는 ‘도피(桃皮) 피리’가 있다고 전해진다.

또 조선시대 ‘악학궤범’에는 ’초적(草笛)‘이 소개돼 있는데, 여기에 보면 나무껍질이나 나뭇잎을 말아서 입에 물고 불기도 하며, 나뭇잎을 접어서 입술에 대고 불기도 한다고 기록돼 있다.”

▲ 악학궤범에 나와있는 풀피리에 대한 기록.
― 풀피리 소리가 나는 원리는?

“우리나라의 피리계통 관악기들은 모두 소리를 내는 리드가 있으며 양면(겹서)으로 아래 위가 떨리며 소리가 난다. 하지만 풀피리는 한면(홀서)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풀잎을 무는 강도, 바람의 세기, 양손의 장력, 혀의 놀림 등의 조절에 따라 음악을 연주한다.

풀피리를 불 때는 나뭇잎의 위쪽 부분을 약 5~6(mm) 접어 양손으로 잡고 가볍게 물고 휘파람 불듯 불어 소리를 내면 된다. 

역사적으로 기록된 풀피리 명인에는 조선 10대 왕으로 풀피리를 즐기고 연주에 능했다는 연산군(1494~ 1506)과 인조18년(1640)의 김영백(金英白) 명인, 영조20년(1744) 강삼문(姜尙文) 궁중악공, 일제 강점기(1930) 강춘섭(姜春燮) 남도명창이 있다.”

― 어떤 풀이 풀피리를 불기에 가장 적당한지?

“지난 40여 년간 풀피리를 연주해본 결과 풀잎이든 나뭇잎이든 타원형 형태로 탄력성만 있으면 모두 풀피리 연주가 가능하다. 그래도 어떤 잎이 가장 적당한지 묻는다면 토종 ‘개복숭아 잎’이라고 말하고 싶다.”

― 일본이나 대만 중국 등에도 풀피리 연주자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한국 풀피리 음악의 위치는?

“지난 2009년 10월 4일 일본 이시가와현 가나자와시에서 전국 풀피리 콘서트에 초청됐다. 이 자리에는 대만의 풀피리 1인자 첸흉추, 일본의 신목 풀피리 회장을 비롯하여 수백 명의 풀피리연주자가 참가했다.

첸흉추는 고난도의 명곡연주를 하는 사람이지만 우리나라의 풀피리 음악 연주를 듣고는 ‘하늘위에 또 하늘이 있다’라고 표현했다. 또 일본의 풀피리 애호회의 회원 15명이 한국을 방문해 풀피리 전수 및 교류회를 가지기도 했다.”

▲ 잎의 종류, 부드러운 정도, 부는 강도 등에 따라 풀피리는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 낸다.

40년간 풀피리와 함께 하셨는데, 풀피리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풀피리는 대금과 피리를 넘나드는 악기라고 생각한다. 애잔한 음이 어떤 국악기도 능가하며, 특히 새소리는 원음 그대로를 재현해 낼 수 있다. 나는 지난 2002년 11월 25일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38호로 지정됐고, 현재 전국적으로 공연 및 강의활동을 하고 있으며, 제자를 길러내어 풀피리의 전승과 보급에 힘쓰고 있다.  

특히 전금산 스승님께 사사한 초금(草琴) 연주법을 바탕으로 청성곡, 오세철류 풀피리산조, 오세철류 풀피리봉장취, 풀피리 민속기악곡, 메나리, 한탄강 아리랑 등을 작곡했으며, 각 지역의 민요 등을 풀피리로 연주하게 됐다.

내가 연습하는 레퍼토리가 있는데, 거의 매일 연습한다. 한번 연주를 하는데 2~3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리지만 풀피리 연주는 내 생활의 일부다.”

― 앞으로 풀피리가 더욱 사랑받기 위해서는 어떤 방안이 필요한지?

“풀잎 한 장에서 나오는 음역을 듣고 누구나 많은 호기심을 가지며, 풀피리 음악을 들어본 사람들은 반드시 감탄을 아끼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거의 모든 국악기가 대학의 전공분야로 지정돼 있는데 피리, 대금의 음역을 넘나드는 풀피리 전공은 아직 없다.

다른 국악기와 견주봐도 풀잎 한 장이 하찮아 보일 수도 있으나 그 옛날 궁중에서 사랑을 받았던 악기로 현대인들이 가치를 인정해 줄 날이 올 것으로 본다. 지금이라도 본연의 자리를 찾아 국민들에게 각광 받는 악기가 되길 바란다.”

▲ 풀피리 교육 장면. 대학이나 문화센터 등에서 진행하는 초청강연도 하지만 집에서 직접 가르치기도 한다.
― 풀피리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당부하실 말이 있다면?

“처음에는 풀피리의 매력에 이끌려 많은 사람들이 열의를 갖고 시작한다. 하지만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이 과반 수 이상이다.

동요나 대중가요 등 간단한 것을 부는 것은 누구나 가능하지만, 산조와 같은 우리의 소리를 내는 것은 많은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나 풀피리를 불 수 있는 자질은 타고났으며,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풀피리 연주를 할 수 있다. 앞으로 풀피리 저변 확대에 온 힘을 기울이겠다.”

▲ 오세철 명인과의 인터뷰

 

▲ 오세철 명인의 풀피리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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