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진단 시설은 최고, 실력은 바닥?
암 진단 시설은 최고, 실력은 바닥?
  • 고동우 기자
  • 승인 2010.04.23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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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의료기관 위암ㆍ간암 예측도 전국 최저인 까닭

지난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은 암 조기검진과 관련한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제출한 <2008 암 검진기관 평가 결과보고서>(2009년 11월 발간)를 토대로 지역별 양성예측도(암 의심 양성 판정자 중 실제 암이 발생한 사람의 비율)를 분석해보니,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서울의 암 검진기관 평가가 낮았다는 것이다.

강남구ㆍ서초구 전국 최저 암사망률

특히 5대 암 중 대장암(2.5%)·유방암(0.6%)·자궁경부암(2.1%) 예측도는 중상위권을 차지했으나, 위암(14위)과 간암(12위) 예측도가 매우 낮게 나타났다. 위암의 경우 2.7%로 전국 평균(4.2%)에도 못 미쳤고, 4.3%를 기록한 간암은 1위인 인천(11.5%)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위암은 압도적인 차이로 전국 1위에 오른 경북(23%)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

언뜻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수치다. 지난 2007년 기준 서울의 ‘인구 10만명당 암사망률’은 118.4명으로 전국 평균(127.4명)보다 낮고, 울산(103명)·경기(110명)를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준에 속한다.

예의 강남구(100.8명)와 서초구(104.1명)는 전국 최하위권이다. 그만큼 건강에 대한 관심과 생활 수준이 높고, 의료시설 또한 타지역에 비해 우수하다는 방증이다. 전문가들은 “암은 소득에 따라 사망률에 큰 차이가 나는 질병”이라고 입을 모은다. “의료보험 제도로 진료는 받을 수 있지만 예방에선 불균형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손숙미 의원의 조사결과는 이런 ‘상식’을 뒤집었다. 일부 암이지만, 서울이 의료시설 등과 직결되는 양성예측도가 하위권으로 나타났다는 것은 의외로 여겨진다.

손숙미 의원 측은 이를 두 가지 원인으로 해석한다. 하나는 “그만큼 서울에 암 조기 검진을 받으려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위암의 경우 2008년 검진 횟수는 13만 6,000건으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아무리 의료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하더라도 횟수가 잦아지면 정밀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저조한 양성예측도와 병원들의 상업주의

또 하나는 “병원들이 양성 판정을 ‘남발’할 가능성”이다. 최근엔 의료보험이나 지자체 등의 지원으로 무료 검진 시스템도 많이 운용되고 있지만, 이른바 ‘프리미엄 서비스’ 등을 내걸고 앞다퉈 ‘검진 환자 유치’에 나서는 병원도 적지 않다.

경우에 따라선 수십·수백만 원의 비용이 들기도 하며, ‘양성 판정’이 되면 부담은 더욱 늘어난다. 결국 서울 지역의 저조한 양성예측도는 서울 병원들의 무분별한 ‘상업주의’와 깊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서울대 이진석 교수(의료관리학)는 “우리나라 병원은 기업적 속성이 강해 돈이 되는 의료에 집중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건강 검진도 상업화되어 있다”고 꼬집는다.

손숙미 의원은 “암 조기 검진은 세계에서 유사 사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가 앞서가는 분야지만, 검사를 받은 사람에게 양성 진단이 내려지면 2차 검진을 하게 되어 의료비 지출이 추가로 발생하는 만큼, 보다 정밀하고 다양한 검사 방법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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