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는 행복의 필요조건”
“일자리는 행복의 필요조건”
  • 서영길 기자
  • 승인 2010.04.25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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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새벽을 깨우는 시민 3人

서울의 밤거리. 대부분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간 시간에 일터에서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다. 주말도 없이 서울의 까만 밤을 하얗게 새우는 사람들을 만났다.

“30년 한길 … 깨끗한 구로거리는 내 자부심”
- 환경미화원 임재원씨

▲ “내 일에 만족하고 자부심도 있어요.” - 임재원씨 ⓒ서영길

서른에 전북 부안에서 상경했다는 임재원씨(62, 구로구 구로동). 그는 근 30년 동안 서울 구로구를 쓸고 치워온 환경미화원이다.

그는 자신의 일에 만족하며 자부심도 있었다.

“일자리가 있다는 것에 감사해 하고 있어요. 일이 있어야 행복하게 살 수 있죠. 지금은 구로구청에 소속돼 있습니다. 남들이 들으면 웃겠지만 내 일에 자부심도 있고요. 예전에는 새벽 3시에 나와 오후 4시까지 일했는데, 지금은 근무환경도 좋아져 오후 4시부터 일을 시작합니다.”

매사에 긍정적이지만, 청소일을 하며 겪는 어려움도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새벽에 치우고 밤이 되기 전에 들어가니까 몰랐는데, 근무시간이 바뀌면서 종종 민원이 들어오죠. 청소할 때 먼지가 날리면 지나가는 시민들이 쌍소리를 할 때도 있고…. 하지만 그런 거에 신경 안 써요. 힘들다고, 자존심 상한다고 생각하면 이 일 못하죠.”

서울 올라와 구로에서만 살았다는 임씨는 예전보다 구로지역 거리가 많이 깨끗해졌다고 말한다.

“구로지역이 예전엔 공단이었잖아요? 근데 이제 공장들이 떠나고 빌딩들이 들어서면서 이미지가 달라졌어요. 그래 그런지 일하기도 편하고요. 예전엔 연탄재가 거리 곳곳에 쌓여 있었는데 이걸 청소하면 사람들이 침 뱉고 가고 그랬죠.”

주위사람들 눈총에도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임씨. 오늘도 거리를 쓰는 그의 빗자루 질에 힘이 넘쳐났다.

“24시간 2교대 … 고되지만 일이 좋아”
- 건물 보안요원 강남홍씨

▲ “낮과 밤을 바꿔 산다는 게 힘은 들지만...” - 강남홍씨 ⓒ서영길

건물 보안요원(경비원)으로 7년째 근무중인 강남홍씨(60, 은평구 신사동). 그의 일과는 하룻밤을 꼬박 새우고 다음날 아침에서야 끝이 난다. 그는 낮과 밤을 거꾸로 살고 있다.

“내 (근무)교대 시간이 아침 6시30분인데, 시간이라도 잘 지켜줘야지. 안 그래도 (동료가) 밤을 꼴딱 새워 힘들 텐데…. 나도 오늘 여기서(오피스텔 건물) 밤을 새는 거지”

그는 24시간 2교대로 근무한다. 그래 생체리듬이 많이 깨졌다고 한다.

“밤새며 근무를 서니까 잠을 못 자잖아. 이게 가장 힘들어. 수면이 불규칙하니까 건강도 안 좋아지고…. 또 동료 3명이 같이 근무서고 있지만 사람들이 다 빠진 빈 건물을 혼자 지키고 있으면 외로울 때도 있고. 밤만 되면 사람들이 싹 빠지잖아”

인터뷰 중에도 간간히 현관을 드나드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주고받던 강씨는 하는일에 비해 낮은 수준의 임금 때문에 불만이 많단다.

“일하는 것에 비해 보수가 적고, 보안업체마다 임금이 전부 제각각이야. 고생한 만큼만 받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서울시 차원에서 보수기준을 고시해 임금을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 줬으면 좋겠어.”

불만은 있지만 일을 할 수 있어 좋다는 강씨는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순찰을 돌아야 한다며 손전등을 들고 일어섰다.

“바쁘게 사는 사람들 … 여유도 좀 가집시다”
- 택시기사 정만영씨


▲ “모두들 빨리빨리를 외치는데,  숨 좀 돌리며 살았으면 합니다.” - 정만영씨 ⓒ서영길

‘서울 토박이’ 정만영씨(58, 광진구 군자동). 택시운전을 시작한지 1년이 채 안 된 그에게 밤 운전은 힘들다. 오후 4시에 나와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일하는 그는, “밤 운전은 피로감이 배로 느껴져 위험하다”고 말한다. 거기다 그를 더 힘들게 하는 건 술 취한 손님들이다.

“자정이 넘어가면서 술 취한 손님이 타기 시작해요. 술 드시고 말썽 없이 내려주는 손님은 정말 고맙죠. 하지만 만취 상태로 택시에 타자마자 자버리고,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지갑도 없고 아무것도 없이 ‘배째’란 식으로 나오면….”

하지만 시간이 돈인 정씨에게는 술 취한 손님들과 실랑이 벌일 시간이 없다.

“이런 손님들에게 요금을 받으려고 경찰서에 가서 조서 쓰고 뭐하고 할 시간이 없죠. 개인택시가 아니라 회사택시다보니 교대시간(새벽 4시)에 맞추려면 빠듯합니다. 봉사했다고 생각하며 웃어 넘겨야죠.”

또한 여유 없는 한국인들의 급한 성격 때문에 받는 고충도 털어 놓았다.

“택시운전을 해보면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빨리빨리’를 외치는지 알 수 있어요. 또 자신이 생각했던 요금보다 더 나오면 ‘길을 돌았다’ ‘왜 신호를 다 지키느냐’고 따지는 분도 있고… 바쁜 건 이해하지만 숨 좀 돌리면서 여유를 갖고 살았으면 해요”

물론 보람된 일도 많다. 얼마 전에는 아침시간에 몸이 불편한 할머니를 산동네 집까지 모셔다 드렸는데, 지금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단다.

“출근시간대에 몸까지 불편한 노인을 태우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에요. 게다가 목적지가 산꼭대기였어요. 하지만 제 어머니 같기도 하고…. 댁까지 모셔다 드렸더니 정말 고마워하시더라고요. 택시를 계속 못 잡았던가 봐요”

정씨는 하는 일은 힘들지만 서울의 밤거리를 누비며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서 힘을 얻는다고 말한다.

“낮에 직장서 일하고 밤에 대리운전 뛰는 사람, 가구 납품이 밀렸다며 힘들지만 신난다는 사람….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 서울 밤거리를 열심히 뛰어다니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저도 힘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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