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청소년들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청소년들
  • 이태향 객원기자
  • 승인 2010.07.27 11: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회와 소통하는 '정세청세' 서울 토론회
지난 7월 24일(토) 오전 11시. 서울 흑석동에 있는 중앙대학교의 한 강의실에 중고등학생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인터넷 카페를 통해서나 혹은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권유로, 친구의 제안으로 이 모임의 소식을 들은 이들은 토요일 아침의 허용된 게으름을 뒤로 하고 이곳으로 발걸음을 옮긴 것이다. 이날 참석 인원은 50여 명.
▲'정세청세' 토론회에 참가한 학생들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청소년, 세계와 소통하다(이하 "정세청세", http://cafe.naver.com/jscs)’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서울에서 모임을 갖게 된 것은 작년 4월부터다. 굳이 ‘서울에서’라고 한정지은 이유는 이 모임이 부산에 있는 작은 서점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인디고 서원.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서점이다. 부산에 있는 이 서점에서 책을 읽던 청소년들이 얼 쇼리스(Eart Shorris)의 「희망의 인문학」에 감동을 받아 자발적인 인문학 토론회를 열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2007년부터 시작한 이 토론회는 2년 만에 전국 6개 도시로 퍼졌고 현재 8개 도시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서울은 ‘정세청세’에 관한한 변방이다.

‘소통하기-공생’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EBS <지식채널e>에서 고른 동영상 자료를 보는 것으로 시작했다. 청소 노동자의 삶, 자녀와 아버지와의 관계, 음악을 통한 소통의 기적, 바다를 오염시키는 플라스틱 쓰레기 등이 이날 시청한 내용이다.

모둠별로 나뉘어 토론을 한 다음 한 사람씩 나와서 토론한 내용에 대해 느낀 점이나 자신의 실천계획 등을 발표한다. ‘가장 긴급하게 회복해야 할 관계는 가족입니다.’, ‘소통을 위해 필요한 것은 배려입니다.’,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기 위해 웃는 얼굴을 가지도록 연습하겠습니다.’, ‘청소부 아주머니들께 이제부터는 인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소통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부터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등의 생각이 쏟아졌다.

▲토론-스스로 쓰는 실천계획

3시간 동안 지도하는 어른이라고는 한 사람도 없는 이 자발적인 공간에서 이들은 자신의 변화를 다짐하고 세상을 향해 작은 눈을 뜨고 있었다.

“지금까지 토론이라고 하면 찬성 혹은 반대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한쪽 방향에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하지만 정세청세의 토론은 각자의 다른 생각을 들어보고 수용할 수 있어서 다양한 생각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전체 사회를 본 박정현(연신내, 불광중3)군은 작년부터 참여해 오다가 올 해부터는 아예 기획팀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사전적인 의미로 토론이란 어떤 문제에 대하여 여러 사람이 각각 의견을 말하며 논의한다는 뜻으로 찬반토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흔히 볼 수 있는 토론이 대립의 각을 세우고 첨예하게 논박하는 형식이었던 것이 사실이고 보면 이들이 만들어 가는 토론회에서는 ‘소통’을 위한 진정성이 느껴진다.

“정세청세의 토론은 공격적이지 않아서 좋아요.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쉽게 공감할 수 있고 나 자신의 감정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해진 답은 없지만 소통하는 장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작년에 기획팀원 활동을 하다가 올해 팀장을 맡게 된 김민선(일산, 대진고3)양은 대학에 진학해서도 기업경영이나 심리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매달 열리는 정세청세에 참여하기 위해 인천에서 올라온 엄지(인천, 박문여고2)양은 “처음에는 떨려서 아무 말도 못 하는 편이었지요. 평소 친구들과 나누는 이야기들이 연예인 이야기에 치중해 있었는데, 여기에 와서 토론을 하면서 시사적인 관심도 많이 생겼고요. 진지하고 솔직해진 면이 있어요. 생산적인 대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젊은 사람들이 사회와 정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봐요.”라고 말했다. 

2010년 정세청세 토론회의 주제는 ‘자유, 진실, 신념, 용기, 평등, 공생, 희망, 정의’다. 우리 삶에서 꼭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들에 대해 생각하고 느끼고 토론하면서 이들은 더 성장하게 될 것이다.

자신과 자신이 속한 세계에 관심을 가지고 나아가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애쓰는 이들을 본다면 누가 감히 청소년은 의존적이라고, 미숙하다고 단정지어 말할 수 있겠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