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 대상 ‘천안함’ 여론몰이?
서울시민 대상 ‘천안함’ 여론몰이?
  • 고동우 기자
  • 승인 2010.04.26 1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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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여론조사 ‘북한 연루’ 62% 응답 … 공정성 논란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거주 국민 5명 가운데 3명이 “천안함 침몰 사건에 북한이 관련돼 있다”고 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조선일보> 26일자에 실린, 서울(711명)·인천(507명)·경기(505명) 등 수도권 유권자 1,723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갤럽과 공동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62.6%가 천안함 침몰 사건 원인에 “북한이 설치한 기뢰나 잠수정의 어뢰 공격 등 북한이 관련돼 있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무응답·모른다”는 18.6%, “암초 충돌이나 선박의 노후화 등의 내부 문제이지 북한이 관련되지 않았다”는 응답은 18.8%에 불과했다.

서울시민만 놓고 보면 “관련되어 있다”고 보는 응답은 61.2%였고, “관련없다”는 20.5%, “무응답·모른다”는 18.3%였다.

조선·중앙·동아 등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북한 연루설’의 진위뿐만 아니라, 향후 이러한 논란이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는 가운데 나온 첫 대국민 여론조사라는 점에서 이 결과는 정가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조선일보> 4월 26일자 6면에 실린 서울시민 여론조사 결과.

천안함 사건 ‘북한 연관성’ 끼워맞추기?

하지만 이번 <조선일보> 여론조사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영문학부·문화비평가)는 “북한이 설치한 기뢰나 잠수정의 어뢰 공격 등 북한이 관련돼 있다”는 응답 항목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우선 질문 자체가 너무 포괄적이라고 지적한다. “62%는 어뢰냐, 기뢰냐 두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북한이 직접 공격했다고 믿는 수의 확률은 더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또 다른 의도’는 기사의 편집 방식에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조선일보>는 천안함 침몰 원인과 관련한 조사 결과를 보도하면서, “수도권 62% ‘천안함 침몰 北 관련됐다’…‘4대강 반대’ 49%”를 제목으로 뽑는 ‘센스’를 발휘했다.

조사에서 ‘4대강 정비 사업’에 대한 찬반도 물었는데 그 결과를 전혀 별개의 사안인 천안함 관련 조사 결과와 대비시켜 놓은 것이다. 독자들은 ‘4대강 반대세력’이 국민들에게 별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택광 교수는 이에 대해 “객관적인 통계 자료까지도 이렇게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하기 위해 마음대로 짜깁기하는 건 좌·우파를 막론하고 비판 받아야할 사안”이라고 꼬집으면서도 “하지만 ‘오직 북한 미워’를 외치는 보수언론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통계로 보기는 어렵다”고 해석한다. 

“보수언론들이 그렇게 떠들어댔는데, 62%만 북한 연계를 생각한다는 건 얼마나 이 사회가 과거와 달라졌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또한 천안함 침몰과 북한이 관련 있다고 생각해도 북한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에 대한 대답은 제각각 다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오세훈 시장, 여전히 큰 격차로 앞서

한편 이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민주당 한명숙 전 총리를 여전히 적지 않은 격차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에서 오세훈 시장이 출마할 경우, 오 시장은 48.5%, 한 전 총리는 36.6%,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는 5.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나경원 의원(32.9% 대 41.7%)과 원희룡 의원(29.9% 대 42.6%)은 반대로 한 전 총리에 크게 밀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민들이 선호하는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는 오세훈(48.8%), 원희룡(16.2%), 나경원(13.1%) 김충환(2.6%) 순이었다.

“1심 판결 이후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이미지 변화”를 묻는 질문에는 “변화없다”(47.8%)가 가장 많았으며, “나빠졌다”(25.8%), “좋아졌다”(19.7%)가 뒤를 이었다. 지지하는 서울시 교육감의 성향에 대해서는 44.8%가 ‘진보’를, 19.3%가 ‘보수’를 꼽았고 “상관없다·모르겠다”고 한 응답자는 36.0%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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