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진흙에 젖은 신발 할인 판매
8월의 첫 날은 해가 드는 맑은 날이었다. 이 날 강남·서초지역의 도로도 예전처럼 깔끔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골목을 지날 때마다 풍겨오는 매쾌한 물 비린내는 이곳이 수해지역이었음을 여실히 드러내 주고 있었다.
한 아파트 단지 주변의 3군데 지하상가 상인들은 주황색 호스로 물을 퍼내고 있는가 하면, 빗자루를 들고 열심히 쓸고 있는 사람도 있고, 조금이라도 성한 물건이 있는지 살펴보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묵묵히 부서진 도구들을 치우고 있을 뿐 상가 주변은 조용했다.이 곳을 지나던 한 50대 아주머니는 “저 물건들은 도대체 뭐예요?”라며 오히려 놀라워했다. “나는 아파트에 살고 있어서 피해는 없었는데 지하실에 사는 사람들은 피해를 많이 봤다”며 한참동안 수북히 쌓인 물건들을 바라봤다.
이곳에서 20m 쯤 떨어진 다른 상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혹시 수해복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가까이 다가갔더니 물에 젖은 신발들을 헐값에 팔고 있는 모습이었다.
꽤 값이 나갈 것 같아 보이는 신발들이 1만원 2만원에 판매되고 있었고, 이 곳 주민들은 하나라도 멀쩡하고 좋은 것이 있는지 고르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 곳을 지나던 주민은 “혹시나 발에 맞는 예쁜 신발을 찾을 수 있을까해서 나와 보긴 했지만 마음이 좋지 않다”며 “지하상점마다 난리다”라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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