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강남의 역사-우리들의 스펙 태클 대서사시
[공연] 강남의 역사-우리들의 스펙 태클 대서사시
  • 박혜원 기자
  • 승인 2011.08.0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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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연극이 가장 활발하게 사회적으로 참여했던 시기에 극장은 ‘불온한’공간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모이게’하는 공간이었다. 그럼으로써 극장이, 또 연극이 이 사회에서의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의 극장은 위의 두 가지 기능을 조화롭게 수행하지 못한다. 연극이, 그리고 극장이 오늘 여기에서 수행할 수 있는, 또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 까? 크리에이티브 VaQi는 약 4개월간의 리서치와 워크샵, 스터디 등을 진부하지만 가장 본질적인 질문에 대해 고민해 왔다.

2010년 면목동에서 한 중학생이 집에 불을 질러 가족들을 살해했다. 이유는 보험금을 타 강남에서 ‘뽀대나게’ 살고 싶어서였다. 그는 가족 따위는 필요 없었다고 말했다. 미디어는 어느 패륜아의 끔찍한 범죄 정도로 이 사건을 다뤘고 사람들은 “아휴 끔찍해~”의 반응을 보이곤 말았다. 그렇게 이 사건은 잊혀졌다. 우리는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고 아무런 반향 없이 잊혀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또 언론인 홍세화의 말을 빌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를 말해줍니다.’ ‘여러분, 부자되세요~!’라는 카피문구가 공공영역에 버젓이 걸려도 그 누구하나 의를 제기하지 않는 사회에 살고 있다.

사회적 맥락을 짚고 리서치를 통해 공연 언어를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티브 VaQi의 작가들은 앞서 언급한 사건을 하나의 ‘징후’라고 포착하였다. 그리고 과연 그 사건을 한 개인의 도덕적 패륜으로만 몰아갈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던졌다. 물증은 없고 심증만이 존재한다. 각자 자신들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들의 지형도 안 어딘가에 그 사건도 위치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들만 스펙타클로 존재 할 뿐, 실제의 것에는 점점 더 다가가기 어려워진다.

우리는 약 4개월 간 스터디를 동반한 도시 속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들 들어보는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우리가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안에 있다면 그분들의 말 어딘가에 사건의 본질도 닿아있다고 생각했다.

작가에 의해 지어진 말은 없다. 우리네 삶의 실제 ‘말’들이 여기의 공간에서 흩날려지는 모양새들을 바라보고 재배치하였다. 그것은 때로는 누군가의 인터뷰로, 한 밤의 라디오 방송으로 또는 혼잣말로, 대화로 표현되어 진다. 어떤 말은 전달되고 어떤 말은 왜곡되며 어떤 말은 그저 사라진다. 그리고 그 말들이 체 채우지 못하는 빈틈들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게 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빽빽한 그물망을 그려가지만 채 긋지 못하는 선들이 생기고 그 사이의 빈틈이 형성 된다.

배우들은 무대 위에서 누군가의 말을 관객에게 전하고 있으며 따라서 이것은 연극이다.

<공연정보>

공연날짜: 2011.09.15~2011.09.18

시간: 목,금 20:00/토 16:00, 20:00/일 15:00/총 70분

공연장소: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단체명: 크리에이티브 VaQi

연출자: 이경성

할인정보: 한팩in 10%/학생 15,000원/공연예술인 15,000원

가격: 균일석 20,000원

문의: 02-3673-5575

관람연령: 만 7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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