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덜어준 장모 사랑에서 유래한 이름-사위질빵
짐 덜어준 장모 사랑에서 유래한 이름-사위질빵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1.08.18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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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타령'-123]
▲사위질빵은 덩굴이 연약하기 때문에 사위의 짐을 덜어주기 위한 장모 마음을 빗대 이름을 붙였다.

사위질빵은 나무성질이 있는 약한 덩굴식물이다. 따져서 구분하면 나무라고 하는 식물이다. 줄기는 마디가 뚜렷하고 길이 3m 정도까지 불규칙하게 뻗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영명과 속명은 그리스어의 ‘덩굴(Klema)’이란 뜻에서 유래하여 클레마티스(clematis)라 칭하고 있다. 꽃은 여름에 흰빛으로 피고, 열매는 연한 갈색 털이 있는 긴 암술대가 남아 있으며, 가을에 익는다. 줄기 덩굴은 연약하기 때문에 잡아당기면 쉽게 끊어진다.

이처럼 사위질빵의 이름은 줄기가 덩굴성이고 연약하기 때문에 붙여졌으며, 그 유래는 다음과 같다. 예로부터 며느리는 고부간의 갈등을 겪는 등 고민 속에서 시집생활을 하였다. 그러나 사위는 가을철이 되면 처가의 곡식을 거두는 일을 도왔기 때문인지 장인이나 장모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았다.

옛날 전통식 농사에서 사위는 처가의 곡식을 거둘 때에 다른 일꾼들과 같이 밭에서 볏짐을 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사위는 짐이 무겁지 않았다. 반면에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시키는 일이 많아 힘들고 짐을 질 때에도 무거웠다.

그래서 사위는 함께 일하는 다른 일꾼들로부터 많은 빈축을 사는 것이 상례였다. 이와 같이 사위만 짐을 적게 지게 하니까 같이 일하던 사람들은 이를 빗대어 줄기가 매우 약한 덩굴식물의 사위질빵으로 질빵을 하여 짐을 져도 끊어지지 않겠다고 비아냥거렸다. 사위질빵의 이름은 이렇게 하여 붙여진 것이다.

또한 사위질빵 이야기는 ‘거지의 식물’이라는 별명과 관련한 내용도 재미가 있게 전한다. 거지는 남에게 먹을 것과 금품을 구걸하여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이다. 구걸이라는 것은 고대 사회에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종교적 수행을 위한 고행방법으로 행하여지기도 하였지만, 그보다는 생활의 낙후로 인한 무능과 결핍에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구걸에 있어서 추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당연시되었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옛날 거지들은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하여 자신의 모습을 추하게 보이도록 하였는데, 그때 사위질빵과 같은 식물로 일부러 제 몸에 상처를 내고 그 상처에 문질렀다고 한다.

사위질빵은 식용, 약용 이외에도 관상용 등으로 많이 이용한다. 약한 독성식물이므로 함부로 먹지 않지만 가난하였던 우리 조상들은 푹 삶아 물에 잘 불려 독성분을 빼고 잘 말린 후 묵나물로 저장하였다가 한겨울이나 봄철 보릿고개 때에 먹었다. 줄기와 뿌리는 한방과 민간에서 천식, 풍질, 각기, 절상, 진통, 한발, 파상풍 등에 다른 약재와 같이 처방하여 약으로 쓰며, 이뇨제로도 이용한다.

드물게 개량품종의 사위질빵은 울타리나 화단에 심고 분재도 한다. 이런 품종의 재배는 햇빛이 잘 들고 배수가 잘 되는 곳이 적당하다. 토질은 가리지 않으나 극도의 점질토, 사질토는 피한다. 번식은 씨뿌리기, 포기나누기, 꺾꽂이, 접붙이기의 방법이 있는데, 꺾꽂이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종자는 휴면성이 있어서 건조하면 발아하지 않는다. 관리에 있어서 가지치기는 마른 가지를 제거하는 정도로 한다.

사위질빵은 ‘아가씨의 나무그늘 휴식처’, ‘나그네의 기쁨’이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 듣기에 좋지 않은 ‘악마의 머리모양새’, ‘노인의 수염’ 등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사위질빵은 주위에 흔하고 전체적으로 잎줄기와 열매의 헝클어진 모양이 꾸밈이 없는 양식으로 보여 쉽게 친해지는 식물이다. 유럽에서는 뭔가에 들러붙어 자라는 성질이 있어 ‘사랑’이라 부르는 경우도 있다. 꽃말은 아름다운 마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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