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주민투표, 앞길이 캄캄하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앞길이 캄캄하다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1.08.18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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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민 무관심속 한나라당 ‘자중지란’까지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꺼내든 오세훈 서울시장의 앞길이 보이지 않는다. 오는 24일 주민투표를 불과 6일 앞둔 18일 서울시민들은 냉담한 반응을 넘어 아예 관심조차 두기 싫어하는 눈치다.

한나라당 측은 지난 17일 퇴근시간 서울 지하철2호선 강변역에서 ‘망국 부르는 무상급식 반대’를 내건 전단지 살포에 나섰으나 대부분의 시민들이 따가운 눈총을 보냈다. 간혹 마지못해 전단지를 받아든 시민도 역사를 나가자마자 길거리에 내버리기 일쑤였다.

강동구 길동의 I미용실 직원 강찬우 씨(31·가명)는 “손님들과의 대화를 위해 무상급식 얘기를 꺼냈지만 관심 없다는 면박만 받았다”며 “초등학생 자녀를 뒀을만한 나이의 손님들도 아예 말을 꺼내지 못하게 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러한 시민들의 무관심은 최소한 유권자 3분의 1 투표를 목표로 하는 오세훈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투표율 전망은 단순한 숫자 계산으로만 보아도 밝지 않다. 이번 주민투표는 서울시의 첫 정책투표지만 내용상으로는 이미 한나라당과 야당의 대립이 부각된 이념투표 성향을 보이고 있다.

결국 적극적으로 투표에 나설만한 시민은 한나라당이나 오세훈 시장 지지자로 국한될 전망이다. 지난 2007년 대선에서 최대표차로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한 서울 유권자는 268만여 명이었다. 이는 투표함 개함 조건인, 서울 유권자 838만7281명의 3분의 1인 279만5761명보다 약 10만 명이 적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강남 3구의 몰표를 얻어 가까스로 당선된 오 시장의 경우 이보다 더 불리하다.당시 208만6127표를 얻은 오 시장은 그보다 약 71만 표를 더 얻어야 이번 주민투표를 정상적으로 치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다. 지난 대선 당시 70%에 이르던 이 대통령 지지도는 30% 선을 맴돌 정도로 추락했고 오 시장이나 한나라당 지지율도 크게 낮아졌다. 따라서 주민투표율이 20%대에 머물 수 있다는 경고음은 한나라당 내부에서부터 나오고 있다.

이종구 한나라당 서울시당원협의회위원장은 당 차원의 지원을 밝히는 한편, “투표율 25%를 넘지 않는데도 시장직을 사퇴하지 않으면 XXX"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지난 16일부터 주민투표 참여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오 시장도 17일 방송 전화인터뷰에서 “투표율이 3분의 1은 돼야 비로소 개봉을 할 수 있게 되는데, 3분의 1의 투표율을 기록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같은 위기감 속에 한나라당은 자중지란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나경민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18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의 현역 의원, 당협위원장 중 3분의 1밖에 안 움직인다고 한다”며 “친박과 소장파는 남의 일처럼 생각하고 있고, 친이는 이미 와해돼서 보이지 않는다. 운명 공동체라는 생각 없이 오히려 오 시장과 차별화하는 게 이익이라고 보는 것 같다”며 친박계를 맹비난했다.

친박계인 유승민 최고위원은 이에 대해 “공당인 한나라당은 그동안 무상급식 문제에 대한 당론 결정을 위해 정책의총 한번 열지 않았는데 16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1개 단체장 의견인 50% 무상급식 후 점진적 대상 확대를 당이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맞느냐”며 “중앙당은 이번 주민투표와 거리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반박했다.

여기다 이 서울시당위원장은 18일 마포의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지역당협 조찬간담회에서 투표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수송수단 제공 등 선거법위반 사항을 독려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을 자초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투표당일 48개 당협에서 당원을 중심으로 지지자들이 오전 10시 이전에 모두 투표할 수 있도록, 되도록이면 아침에 투표하도록 독려를 해달라”며 “투표 당일날 수송대책을 나름대로 세워야 한다. 노인, 병약자, 장애인 분들이 투표장까지 가는 게 만만치 않으니 수송대책을 꼭 세워달라"고 지시했다.

또 “당협별로 한나라당에 우호적인 단체들이 많이 있다”며 “특히 교회, 성당, 절 등의 종교단체와 오늘부터라도 꼭 접촉해서 일요일에 많은 종교단체가 모이니까 투표 독려운동이 제대로 잘 되도록 이런 단체들과 협조해달라"며 종교단체 동원까지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 참석자는 서울시 48개 당협위원장 가운데 27명만 참석하는 등 한나라당의 주민투표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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