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시장 폭탄선언, 여·야 비난 봇물
오 시장 폭탄선언, 여·야 비난 봇물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1.08.21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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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의원 ‘패닉’, 민주당 ‘정치쇼’ 평가절하
▲오세훈 서울시장이 21일 주민투표율 33.3%가 안될 경우 시장직에서 물러난다는 발표를 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21일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따른 거취 결정 발표에 대해 여·야 모두 비판 일색의 입장을 내놓았다.

주민투표율 끌어올리기의 막다른 길에 몰리게 된 한나라당의 경우 특히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주민투표가 무산될 경우 ‘민주당 투표거부 운동 때문’이라는 출구전략까지 세우고 오 시장의 사퇴 저울질을 만류해 왔다.

홍 대표는 오 시장의 기자회견 직후 예정된 기자간담회까지 취소하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김기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야당의 반민주적인 주민투표 거부 책동에 시장의 거취를 연계하는 것을 당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오 시장의 시장직 연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홍 대표는 20일 정두언 여의도 연구소장 등과 오 시장을 만나 “시장직을 주민투표와 연계하면 당 차원의 지원을 끊겠다”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오 시장이 거취를 밝히자 정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오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건다네요. 쿼바디스(Quo vadis) 한나라!”라는 글을 올렸다. 쿼바디스는 70년대 헐리우드 영화 제목으로 널리 알려진 “어디로 가시나이까”라는 라틴어다.

정 의원의 이러한 반응에서 읽을 수 있듯,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오 시장의 이번 선언이 불러올 후폭풍에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당 차원의 주민투표 지원을 강력히 요구해온 나경원 최고위원도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오 시장이 아니다”라며 “애초에 복지 포퓰리즘을 조장한 것도 민주당이었고 한국 정치사에 오점으로 기록될 주민투표 거부운동을 벌인 것도 민주당”이라는 글을 남겼다.

서울시 지역구 의원들 대부분은 이보다 훨씬 격렬한 비난을 퍼붓고 있다. 구상찬 한나라당 의원은 “(오 시장이) 당의 상황은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자기의 정치적 모양새만 고집했다”며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내년 총선에서 다 죽으라는 이야기 아니냐”고 비난했다.

이러한 서울시 의원들의 반응은 오 시장이 이번에 친 배수진에 한나라당이 함께 뛰어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럴 경우 오 시장은 당내 입지조차 크게 좁아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 또한 시장직 연계에 대해 ‘정치쇼, 정치사기극’이라고 비판하는 한편, ‘불법선거운동’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주민투표 패배로 정치적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커지자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벼랑끝 전술”이라며 “서울 시민을 우롱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위협하고 협박하는 정치 사기극이고 서울시민에 대한 테러”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아이들 가슴에 수십 년 동안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남긴 오 시장과 한나라당의 죄가 고작 대권이나 시장직으로 치환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며 “아이들 밥그릇을 정략적 도구로 이용한 시장은 이미 시장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무상급식에 대해 한나라당과 행보를 같이하던 자유선진당조차 임영호 대변인의 성명을 통해 “대한민국의 중심인 수도 서울의 시장이 갖는 중요성과 책무를 간과했단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며 “오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시장직까지 건 것은 지나쳤다”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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