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하고 향 짙은 청산의 산과일-다래나무
달콤하고 향 짙은 청산의 산과일-다래나무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1.08.2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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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타령’-124]

다래나무는 덩굴로 자란다. 줄기는 길이 7m 정도에 달한다. 꽃은 흰빛으로 피고, 열매는 둥근 달걀꼴이며 가을에 황록색으로 익는다. 열매는 먹을 수 있으며, 흔히 ‘다래’라고 한다. 즉 다래는 식물체의 전체를 뜻하는 다래나무와 구별하여 부르는 이름이다.

다래 열매는 익으면 향기가 강하고 달콤하기 때문에 맛있는 산과일의 하나로 식용하였다. 열매는 차의 재료로서도 손색이 없다. 술에 담가 과일주를 만들기도 한다. 또한 여러 가지 약리 작용을 하는데, 열을 내리고 갈증을 멈추게 하며 이뇨작용을 한단다.

만성간염이나 간경화증으로 황달이 나타날 때, 구토가 나거나 소화불량일 때도 효과가 있다. 다래나무는 ‘동의보감’에서 ‘심한 갈증과 가슴이 답답하고 열이 나는 것을 멎게 하고 결석치료와 장을 튼튼하게 하며 열기에 막힌 증상과 토하는 것을 치료한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그리고 다래는 비타민 C와 타닌이 많이 들어 있어 피로를 풀어주고 불면증, 괴혈병 치료에도 도움을 준다. 최근에는 줄기에서 나오는 즙액이 피로회복, 항암효과, 신장염 등의 민간요법 약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른 봄 다래나무 줄기에 상처를 내어 수액을 받아 마시는 사람이 늘고 있다.

다래나무와 관련한 믿거나 말거나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옛날 어느 마을에 마십이라는 나무꾼이 살고 있었다. 하루는 밥을 먹고 나무 꺾는 일을 하다가 낭떠러지 벼랑의 덩굴나무에 사람이 매달려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덩굴나무가 다래나무이었다. 마십은 위기에 빠진 사람을 구하기로 마음을 가다듬었지만 다래나무 덩굴을 잘못 건드리면 덩굴에 매달린 사람과 자기까지 모두 떨어져 죽을 수 있어서 조심스럽게 구출작전을 펴야만 하였다.

그러나 이 절벽의 다래덩굴에 매달렸던 사람은 구출을 받자 이내 기절하여 버렸다. 마십은 지게고 나무하는 것이고 집어치우고 일구월심 사람 하나 살리겠다는 일념에서 기절한 사람을 업고 집으로 달려갔다. 그는 아내와 함께 정성을 쏟았다. 이들 부부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기절하였던 사람은 어느새 제 기운을 찾았다.

또 다른 이야기는 이름유래와 관련한 것이다. 옛날 어느 할아버지는 늦더위가 끝날 무렵에 산행을 하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산길을 오래도록 걸었던 탓에 심신의 기력이 떨어지자 언덕에 앉아 쉬고 있었다. 사방에는 엄지손가락만한 열매가 줄기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할아버지는 그 열매를 따먹어 보면서 처마 끝에 매달린 등불을 연상하였다. 그는 그 열매가 나뭇가지에 등불처럼 달려 있다고 하여 다래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다래에 관한 속언으로는 ‘친정에 가려면 이팝나무 꽃이 필 때가 아닌 다래 익을 때 가라’가 있다. 즉 친정에 갈 때는 농촌의 일손이 한창인 이팝나무 꽃 필 때가 아닌 다래가 익는 9월, 즉 어느 정도 여유가 있을 때에 가서 대접을 받으라는 뜻이다.

고려시대에는 한 무명씨가 적막한 자연속에서 현실의 비애와 무상을 느껴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머루랑 다래랑 먹으며/ 청산에 살어리랏다’ 등과 같이 노래하였다. 이 가사 ‘청산에 살어리랏다’에 나타난 산속의 머루와 다래는 당시 혼란한 시대에 속세의 어려움을 벗어나서 차라리 은둔의 삶으로 도피하고 싶은 한 지성인에게 주어진 최소한의 식생활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수단이었다.

한편 다래는 한반도의 산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산과일이므로 시중에서 과일의 하나로 판매하는 양다래(kiwi 또는 chinese gooseberry, 중국다래를 뉴질랜드에서 개량한 품종)와 다른 종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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