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싸움·풀놀이 재료로 이용한 아이비-담쟁이덩굴
풀싸움·풀놀이 재료로 이용한 아이비-담쟁이덩굴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1.08.30 1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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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타령'-126]

풀싸움 또는 풀놀이는 주로 아이들의 노는 놀이이다. 단 둘이서 놀기도 하고 여럿이 편을 갈라놓기도 한다. 풀싸움은 여러 방법이 있으나 가장 흔히 노는 방법은 서로 풀잎이나 나뭇잎을 대고 내기를 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풀싸움을 하자로 약속하고 사방으로 흩어져서 여러 가지 풀잎들은 뜯어 모으는데 자기가 뜯어 모은 풀잎은 절대 남이 모르도록 한다. 그러면서 될 수록 남이 뜯지 못할 풀을 더 많이 뜯는다. 그것은 이 놀이의 승부가 결국 남이 뜯지 못한 풀잎의 수가 많고 적음에 따라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약속한 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일제히 풀뜯기를 중지하고 모두 한 자리에 모여서 겨루기를 한다. 한 아이가 자기가 뜯어온 풀을 내놓고 상대에게 똑같은 풀을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또한 풀을 내놓기 전에 풀이름을 부르면서 그 풀을 내놓으라고 하기도 한다. 같은 풀잎사귀를 내어 놓기는 하였으나 풀이름을 대지 못한다면 지게 된다.

이 싸움에서 풀잎사귀를 먼저 내어 대는 아이는 반드시 그 풀의 이름을 알고 있어야 한다. 만일 자기가 풀의 이름을 알지 못하면서 내어 놓았다가 상대방으로부터 이름을 대라고 요구하였을 때 대답하지 못하면 처벌로 한꺼번에 두 점을 잃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은 남이 뜯지 못한 풀잎을 제일 많이 뜯어오고 또 풀의 이름을 남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아이가 승리하게 된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잔디 등 벼과에 딸린 식물과 같은 것의 꽃줄기를 뽑아서 그것을 손톱으로 훑으면 그 끝에 진액 방울이 맺히는데 그것을 서로 맞대어서 남의 것을 붙여 오는 편이 이기는 것도 있다.

이런 방법과는 달리 긴 풀줄기나 풀잎사귀 또는 긴 잎자루 같은 것을 서로 엇걸어 당겨서 누구의 것이 더 질기고 누구의 것이 먼저 끊어지는가를 겨루기도 한다.

옛날에는 돌담에 붙어 자라는 담쟁이덩굴의 잎자루를 엇걸어 당겨 승부를 겨루는 놀이가 흔하게 행해졌다. 담쟁이덩굴의 잎자루는 길고 잡기에 굴을 뿐만 아니라 구하기가 쉬워서 이것으로 풀싸움을 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더욱이 담쟁이덩굴의 잎자루는 꽃반지를 만들 때도 이용하였다. 또한 담쟁이덩굴은 긴 잎자루를 구부려서 눈두덩에 대고 눈을 크게 뜨게 하는 놀이도 즐겼다. 이렇듯 풀싸움은 풀이름을 많이 알게 됨은 물론 자기 향토에 어떤 풀들이 분포되어 있는지를 실제로 알 수 있는 유용한 놀이었다.

놀이의 재료로 이용하는 담쟁이덩굴은 아이비(ivy) 일종으로 그리스에서 결혼을 주관하는 신 휴메나이로스의 제단에 장식되었다. 또한 남성의 보호를 받으며 사는 사랑의 상징물이거나 오래도록 헤어지지 않고 산다는 의미를 담아서 여성이 남성에게 담쟁이덩굴을 선물하는 풍습도 전한다.

그리고 남성은 담쟁이덩굴 꽃관을 쓰면 좋은 여자와 나쁜 여자를 가려볼 수 있는 힘이 생겨 마녀를 단번에 맞추는 신기한 이야기도 있다.

옛날 어른들은 담쟁이덩굴을 담에 올리면 좋지 않는 것으로 알아 이를 금기하는 습속이 있었다. 왜냐하면 옛날의 흙담에 담쟁이덩굴을 올리면 비가 올 때 담이 젖어서 붕괴될 우려가 있고, 담쟁이덩굴을 타고 뱀이나 지네들이 집으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가정의 시멘트담이나 정원의 울타리에 담쟁이덩굴을 관상용으로 심고 붉게 물든 단풍을 구경하고 있다. 한편 담쟁이덩굴은 정숙함을 상징하기도 한다. 유럽에서는 붉게 물드는 아름다움 때문에 시, 소설, 희곡 등에 자주 소재로 등장하고 있다. 꽃말은 우정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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