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재생, 환생을 상징하는 ‘연꽃’
탄생, 재생, 환생을 상징하는 ‘연꽃’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0.08.11 0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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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25]
▲연꽃.   ⓒ송홍선

연꽃은 물이 있는 곳에서 자란다.
커다란 잎과 꽃은 물위로 길게 올라온 자루 끝에 달린다. 꽃빛깔은 연한 붉은빛이거나 흰빛 등 다양하다. 꽃은 더러운 물에서도 피지만 깨끗하다.

속담에도 ‘연꽃은 흙탕물 속에서 핀다.’라고 했다. 이는 빈천한 집안에서 훌륭한 인물이 나거나 악한 환경에 물들지 않고 성취함을 가리켜 하는 말이다.

불교에서는 흙탕물에서 꽃이 피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청정함을 상징한다고 하여 극락세계를 표상하고 있다. 이를테면 극락세계를 달리 부를 때에 ‘연방’이라 하거나 아미타불의 정토에 왕생하는 사람의 모습을 ‘연태’라 표현하는 것이 그것이다.
부처가 앉아있는 대좌를 연꽃으로 조각하는 것도 이러한 상징성에서 기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초파일에는 사찰을 찾아가 재를 올리고 연등을 하는 풍속이 있다.
‘열양세시기’나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이때에 세우는 등간(燈竿)은 자녀의 수대로 했다. 등간은 남보다 크고 높은 것을 자랑으로 알았다.

여기에서 연꽃 모양의 등은 불타의 진리를 밝히고 그 진리가 사방에 퍼지는 것을 상징한다. 연꽃 자체가 불타를 상징함과 아울러 연등은 빈자일등(貧者一燈)설화와 어울려 진실한 구도(求道)의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연꽃은 윤회와 환생이라는 상징적 의미로도 많이 사용됐다.
심청전에서 인당수에 빠진 심청은 연꽃으로 다시 인간 세상에 태어났는데, 이때의 연꽃은 환생을 상징하며 민중의 집단적인 소망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무속신화의 원천강(袁天綱)에서도 연꽃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신화에서 연꽃은 보리심 또는 조력자(助力者)를 표상한다. 역사적으로는 신라 혜공왕 때 못과 잉어가 함께 커지고 별이 떨어지며 대궐 북쪽 뒷간에서 두 줄기의 연꽃이 자라났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밖에도 연꽃은 선비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문학에서는 깨끗하다는 의미와 꽃 중의 군자라는 뜻으로 많이 언급됐다. 꽃의 깨끗함에 있어서는 여성상이나 순결을 상징하고, 세속적인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다는 측면에서는 군자를 표상한다.

민간에서는 연꽃이 씨를 많이 맺기 때문에 풍요와 다산(多産)의 징표로 보았다. 그림이나 건축물, 자수, 양탄자 등에 그려진 연꽃은 다산을 표상한다.

꿈에 연꽃을 받으면 딸을 얻을 태몽으로 전한다. 한자이름의 연(蓮)은 남자의 경우 불제자를 의미하고, 여자는 청정무구의 기원을 담고 있다. 그리고 연보(連步)는 미인의 걸음걸이를 뜻한다.

▲연꽃.   ⓒ송홍선

이쯤해서 다른 나라의 연꽃이야기를 덧붙인다.
이집트에서 연꽃은 탄생과 재생이라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저녁에 오므렸던 꽃잎이 해가 뜰 때에 활짝 퍼지는 속성 때문에 태양숭배 사상과 관련해 재생과 내세의 무량한 생명을 의미하고 있다.

또한 연꽃은 태초에 물에서 태어난 최초의 꽃이며, 태양은 이 꽃에서 탄생한 것으로 전하고 있다. 예컨대 연꽃은 재생과 창조를 담당하는 오시리스(이집트 신화의 대지의 신)가 들고 있으며, 태양은 연꽃에서 태어나 눈부신 왕관을 쓰고 연꽃 속에 앉아 있는 젊은이로 묘사돼 있다.

로마와 그리스 그리고 초기 그리스도교인은 연꽃을 장례식의 꽃으로 썼다.
로마신화의 연꽃은 신비의 중심으로 아폴로(Apollo, 아폴론)에게 바쳐졌다. 그리스 신화에서 연꽃은 헤라(Hera)와 제우스(Zeus)의 사랑의 침대이다. 즉 연꽃은 결혼에 대한 성의 굴레를 상징하며, 그래서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Aphrodite, 비너스)는 이 꽃을 싫어했다.

한편 ‘오디세이’에서는 연꽃의 열매가 지난 과거를 잊게 하는 것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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