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대장이 “딸기(산딸기) 따러 가자”고 하면, 아이들은 으레 “그래, 그렇게 하자”고 대답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의 말에 따랐지만 그들 중에는 산딸기 따러 가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아이들도 어느 정도 버티다가 어쩔 수 없이 동행했다.
그때는 즉흥적으로 무작정 산딸기 열매를 따러 갔기 때문에 그 열매가 잘 익었는지 덜 익었는지도 몰랐다. 초여름이면 대충 익었을 것이라고 생각해 산과 들로 나갔다. 낮은 산야의 숲 가장자리에는 산딸기가 자라고 있었다. 마침 그때의 산딸기가 붉은빛으로 잘 익어 먹을 정도가 되면 그냥 기분이 좋았다.
“야, 여기 익은 게 많아. 이쪽으로 와서 따먹어!”
“아냐, 여기도 익은 산딸기가 많아”
한곳에서 한참동안 산딸기 열매를 따먹은 아이들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주변의 다른 산딸기를 찾았다. 이상하게도 똑같은 산딸기이지만 장소가 다르면 맛이 다른 것처럼 느껴졌다. 아이들은 산딸기 줄기의 가시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손에 가시가 찔려도 맛있는 산딸기 따먹는 데에는 지장이 없었다. 오히려 남보다 맛있는 것을 더 많이 따먹기 위해 아픔을 참았다. 산딸기 따먹는 것이 그냥 즐거웠다.
먹을 만큼 따먹으면 다음에는 집에 가지고 갈 산딸기 열매를 땄다. 봉지가 없는 아이들은 호주머니 가득 넣었고, 어떤 아이들은 웃옷을 벗어 그곳에 따놓았다. 이런 일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아이들은 자연과 더불어 놀 때 가장 즐거워한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자연과 더불어 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마음은 여전하다. 산딸기 열매의 맛을 아는 시골의 아이들은 쉽게 산과 들로 뛰쳐나갔다. 산딸기의 가시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정작 두려워하는 것은 산딸기를 딸 때에 나타나는 독사와 땅벌 등이었다.
가을로 접어 든 지금은 산딸기 열매를 보기가 쉽지 않지만 산딸기가 익어가는 마을은 그저 평화롭기만 했다. 아이들이 산딸기를 따먹기 위해 남의 밭을 온통 휘젓고 다녀도 밭주인은 호된 욕을 하지 않았다. 산딸기를 따러 다니던 추억은 시골 아이들만의 독점이 아니었지만 농촌 아이들의 즐거운 경험이었던 것은 맞는 것 같다.
도시에 살고 있는 아이들은 산딸기의 참맛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산딸기 열매는 포도당, 유기산, 비타민 등이 골고루 들어있고, 새콤달콤한 특유의 맛과 향이 있어 예로부터 식용과 약재로 쓰여 왔다. 열매는 신장의 기능을 강화시켜 주고, 소변의 양과 배설시간을 정상으로 유도하며, 수렴작용, 강장 효능을 지니고 있어 유정과 몽정을 다스리는 역할을 한다.
또한 산딸기 열매는 잦은 부부생활로 인해 허리로부터 다리까지 힘이 없고 수척하며 얼굴이 창백한 사람은 산딸기가 가미된 처방약을 복용하거나 차로 만들어 마시면 효과가 빠르다. ‘본초십유(本草拾遺)’에는 ‘산딸기를 자주 먹으면 얼굴색이 좋아진다. 그 잎에서 즙을 내어 눈에 떨어뜨리면 눈이 밝아지고 피부가 붉은 것을 없애준다’고 기록되어 있다. 꽃말은 애정, 질투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