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신출세의 상징, 닭볏 모양 맨드라미
입신출세의 상징, 닭볏 모양 맨드라미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1.09.13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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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타령'-129]
▲입신양명을 상징하던 맨드라미.

무리지어 핀 꽃모양이 마치 닭의 볏처럼 보이는 꽃이 있다. 이 꽃은 한자로 계관화(鷄冠花), 계두화(鷄頭花)라 부르는 맨드라미이다. 지금 꽃이 한창이다. 꽃빛깔은 품종에 따라 여러 가지이나 흔히 볼 수 있는 꽃은 붉은빛, 노란빛, 흰빛 등이다.

우리말 맨드라미의 이름은 닭의 볏이라는 강원도 방언의 ‘면두’에서 유래해 면두리, 맨들로 변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예전에는 볏(벼슬)이 반짝반짝하고 하늘로 치솟은 닭처럼 멋쟁이나 맵시꾼을 맨드라미(또는 맨드래미)로 불렀으며, 머리나 정수리를 고어로 맨드라미로 불렀다는 설에서 유래하기도 한다.

맨드라미가 한반도에 도입한 시기는 1600년대 말로 알려져 있는데, ‘산림경제’권지육에 기록 되어있다. 요즘은 화려한 꽃밭을 만들어 감상하지만 예전에는 집 주변의 유휴지나 공터에 채소밭을 만들 때 그 둘레에 흔하게 심었다.

맨드라미의 어린잎은 나물로 먹었다. 꽃은 염료로 썼으며, 그 씨는 계관자(鷄冠子)라 하여 신장병, 감기, 토혈을 비롯해 여러 가지 출혈, 구토, 설사 등의 약재로 이용했다. 게다가 옛 사람들은 짙은 빛깔의 고운 물이 들기 때문에 떡을 할 때에 넣기도 했으며, 문살 사이에 고운 맨드라미 잎을 넣어 창호지를 바르고 언제나 그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보기도 했다.

한편 맨드라미의 탄생화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옛날 로마에 힘이 무척 센 베드로 장군이 있었다. 베드로 장군은 모든 싸움에서 패한 적이 없어 왕으로부터 총애를 받았다. 어느 날 싸움터에서 10여년을 보낸 장군은 마침내 적을 크게 무찔러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장군의 개선을 못마땅하게 여긴 간신들은 그를 시기해 어떻게 했건 그를 멀리 쫓아내거나 죽여 버릴 음모를 꾸몄다.

간신들은 왕에게 베드로 장군이 왕위를 탐낸다고 거짓으로 보고하자, 왕은 간신의 이야기를 그대로 믿고 결투를 명하였다. 그래서 20여 무사들이 장군을 둘러쌌다. 베드로 장군은 좁은 방이라 도저히 힘을 쓸 수 없어 그대로 깊은 상처를 받고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이때 간신들 중의 두목이 왕 앞에 나서며 말하였다.

“1000명의 힘을 가진 장군이 이 정도밖에 안됩니다. 이런 못난 장군을 위대하다고 인정해온 어리석은 왕을 몰아내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왕은 그때서야 간신에게 속은 줄을 알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그런데 넘어져 있던 장군이 마지막 힘을 다해 일어나 간신들을 모두 칼로 찔러 죽였다.

그러나 장군은 힘이 모자라 끝내 죽고 말았다. 왕은 장군의 충성심에 탄복하고 그의 장례식을 성대하게 치러 주었다. 얼마 후 장군의 무덤에서 한 송이의 꽃이 피어났는데, 그것은 마치 방패처럼 생긴 꽃이었다.
이 꽃이 맨드라미였으며, 사람들은 이 꽃은 베드로 장군의 넋이 변한 것이라 생각했다.

이 전설에서 맨드라미는 왕과 나라를 지킨 장군의 영혼 또는 방패를 상징한다. 꽃의 모양은 닭의 볏을 표상하며, 꽃의 빛깔은 불꽃을 의미하고 있다. 닭은 조선시대 학문과 벼슬에 뜻을 둔 선비들에게 입신양명의 상징이었다. 당시에 선비들은 닭의 볏이 관(冠)과 비슷했기 때문에 닭의 그림을 서재에 그려 놓았다.

그리고 그들은 그 볏을 학문적 성취와 출세에 견주어, 때로는 닭의 볏을 닮은 맨드라미의 꽃을 함께 화폭에 옮기고 화제(畵題)를 관상가관(冠上加冠)이라 적기도 했단다. 관상가관은 관 위에 관을 더한다는 뜻이니 두말할 나위 없는 최고의 입신출세를 뜻한다. 꽃말은 열정, 괴기, 감정, 건강, 치정(痴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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