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마음 찾기 위한 ‘빼기의 美學’
본래 마음 찾기 위한 ‘빼기의 美學’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1.09.21 11: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눔의 마음 찾아 지속 가능한 성공조직 일궈
▲마음코칭센터 이경재 대표 코치는 사람마다 만들어 온 각자의 마음을 하나씩 덜어내 본연의 마음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 이원배 기자]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 기슭, 길이 끝나는 곳에 ‘마음코칭센터’가 있다.

센터 3층 창밖으로 한 낮 성미산 오솔길을 산책하는 주민들이 한가롭게 거닌다. 성산동 주민들이 개발을 막기 위해 온 몸을 던져 보존한 오솔길이다. 성산동 주민들은 무슨 이유로 성미산 보존에 팔을 걷고 나선 걸까.

그들은 작은 산이 품고 있는 잡목과 풀꽃의 푸르름을 지키려 했다. 그 푸름 속에 깃든 평화와 휴식을 이웃과 나누려 했다. 이런 주민들의 마음이 작은 야산을 지켜내고 그 속 오솔길을 걷는 여유를 간직하게 했다.

이러한 휴식과 평화에 대한 염원도 집착일까? 그렇다면 성미산 개발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얻으려는 측은 또 무엇에 집착하는 것일까. 수많은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지만 똑 떨어지는 답을 내기 어렵다. 누구에게 물어야 답을 얻을 수 있을지, 궁리하다보면 그 또한 집착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사람은 사는 내내 마음이 괴롭다. 성미산 기슭 ‘마음코칭센터’는 사람들이 스스로의 본래 마음을 찾고 상대와의 갈등을 풀어내도록 유도하는 곳이다. 다 같이 본래의 마음을 찾는다면 너와 나의 구분도 사라진다.

같은 기업이나 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 간에 쌓인 장벽을 허물어 목표를 공유하고 함께 달려가도록 한다. 개인적 명상 차원에 국한된 것인줄 알았던 마음수련의 외연을 확장, 삶과의 일체를 이루도록 하는 곳이 ‘마음코칭센터’다.

이러한 마음코칭의 첫 걸음은 무엇일까. ‘마음코칭센터’ 이경재 대표 코치는 자신의 본래 마음을 찾으라고 얘기한다. 사람들은 ‘마음’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지만 “도대체 우리 마음이 어떻게 생겨먹었고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는 의외로 모르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대표 코치는 그 마음이란 걸 안다는 얘기가 분명하다. 또 그가 몸담은 ‘마음코칭센터’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마음수련’이라는 단체는 그걸 알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본래 마음을 찾으라고 가르치는 게 틀림없다.

이 대표 코치는 그런 질문에도 한결 맑은 웃음을 짓는다.

“마음수련은 어떤 해답을 내놓고 사람들을 가르치려 하지 않습니다. 단지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찾는 방법을 알려줄 뿐입니다.”

마음수련은 궁극적으로 우주의 마음과 자신의 마음이 하나라는 사실을 깨닫도록 옆에서 길을 찾아주는 것이라 한다. 여기까지도 막연하다. 그렇다면 부처가 왕자의 자리를 박차고 나가 고행 끝에 얻은 해탈의 경지까지 이르게 해준다는 말인지 의아하다.

이 대표 코치는 더 쉽게 풀어준다. “사람들이 현재 가진 마음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쌓인 수많은 흔적들입니다. 그렇게 쌓여온 ‘과정의 마음’을 하나씩 빼나가는 게 바로 마음수련이고 그러다보면 본래의 자신을 찾을 수 있게 됩니다.”

더 쉬운 예를 들어 사람의 마음을 살아온 순간 순간을 사진 찍듯 기록한 뒤 저장하는 것에 비유한다. 40년을 살아온 사람은 기억이 시작될 때부터 무수한 사진을 찍어 자신 안에 담아두고 그러한 사진이 모여 지금의 마음을 만들게 된다.

문제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찍어온 사진 안에 갇혀 그 속에서 판단하고 그 속에서 괴로워하고 그 속에서 슬퍼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 사진들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같은 순간, 같은 장소에 있던 사람도 각자 전혀 다른 사진을 찍어 간직한다.

결국 세계는 60억 장의 각각 다른 사진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그 다른 사진들이 충돌하면 분쟁이 생기고 피를 흘리게도 된다. 이 대표 코치는 “사진을 버리면 된다”고 말한다.

“사진기 작동을 중지시키고 살아온 기간 동안 찍어온 사진을 버려나가면 본래의 우주 마음을 찾을 수 있습니다.”

바로 마음수련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빼기’를 말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더하기’만을 위해 살아간다. 작은 집을 얻으면 곧바로 더 큰 집을 원하고 부장으로 승진하면 이사로 영전되길 바란다.

“먹는 것도 때가 되면 다 버리게 돼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러한 순환에는 익숙하지만 마음을 빼는 일은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른 명상 프로그램도 많다. 그것과 마음수련은 무엇이 다른 걸까.

“많은 명상이 마음을 가라앉히고 눌러놓는데 치중합니다. 흙탕물도 가만히 두면 맑은 물만 보이게 되지요. 그러나 다시 작은 충격을 주면 금세 흙탕물로 돌아갑니다.”

마음코칭센터는 사람마다 간직한 사진을 지우는 과정을 총 8단계에 걸쳐 진행한다고 한다. 새롭게 준비해 마무리 단계인 프로그램도 있다. ‘네오 심청전’이다. 네오는 New를 뜻하는 독일어 Neo를 말하는 듯하다.

그러나 틀렸다. 바로 ‘New Eye of The Origin’의 앞 글자를 딴 조어다. 기원을 보는 새로운 눈이라는 말이다. 심청의 아버지 심학규의 눈을 가리킨다.

“심청은 자신의 마음을 다 버리고 아버지를 위해 몸을 던져 새롭게 태어나 왕비가 됩니다. 왕비로서 전국에 포고령을 내려 아버지를 쉽게 찾을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지요. 심학규는 맹인을 위한 잔치가 있다는 말을 듣고 길을 떠나면서 그동안 겹겹이 둘러쳐졌던 마음을 하나씩 버리고 비로소 딸 앞에서 눈을 뜹니다.”

여기까지 들어보니 가까스로 잔치에 참가하기 위해 길을 떠나는 심학규의 마음 근처까지 간 듯해진다. 이 대표 코치가 ‘마음코칭센터’에서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게 바로 이런 것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게 된 것이다.

지난해 성미산 기슭에 터전을 마련한 ‘마음코칭센터’는 아직 기업체나 단체 관계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에 주력하고 있다. 개인은 퍼블릭코스에 참가하거나 홈페이지(www.maumcoaching.com)를 통한 신청으로 코칭센터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기업이나 단체 구성원들은 마음코칭센터에서 자신의 마음을 버리는 법을 하나씩 배우면서 긍정적인 마음을 다지고 다른 구성원과 ‘하나’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는 곧 지속 가능한 기업, 단체의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

“조직을 움직이고 성과를 내는 주체는 결국 사람입니다. 그 사람을 움직이는 건 마음이지요. 이는 기업이나 조직의 성패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요체입니다.”

이 대표 코치는 이러한 마음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인 트렌드를 이룬다고 진단한다. 아이폰으로 세계시장을 석권한 애플의 스티브 잡스도 인도의 명상과 선불교에 심취했고 구글이나 오라클, 도이치뱅크, 야후 등 많은 글로벌 기업들도 명상 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미래학자 에버딘은 21세기 메가 트렌드로 가장 먼저 영성(靈性)의 발견을 꼽았습니다. 두 번째로 영혼이 있는 관리를 내세웠지요. 우리나라에서도 안철수 교수가 이러한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인류의 가장 큰 미개척 분야가 바로 인간의 마음이고 이를 탐색하는 움직임이 이제야 조금씩 시작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마음코칭센터’의 모체인 마음수련은 지난 1996년 처음 우리나라에서 시작돼 세계 300여 곳에 수련센터가 생겨났다.

이 대표 코치는 “마음수련이 언어가 아닌 마음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세계 각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리더십센터 소장으로 근무하던 2001년 경남 합천 가야산의 마음수련센터에 머물면서 새로운 경지를 체험했다. 이제 그는 ‘마음코칭센터’ 대표 코치로서 상생과 성공이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지 않고 더불어 발전할 수 있는 ‘마음 빼기’를 시민들과 나누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