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 빠진 ‘한강르네상스’어디로 가나
한강에 빠진 ‘한강르네상스’어디로 가나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1.09.21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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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보궐선거 따라 좌초냐 회생이냐 갈림길

▲지난 6월 20일 시민단체들이 한강르네상스 일환으로 추진하는 한강운하사업의 전면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한강르네상스는 시민단체들 뿐만 아니라 수혜지역 주민들의 반발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7월 14일 한강르네상스와 연계한 ‘5개 전략정비지구’ 사업인 압구정동 재개발 계획을 확정,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압구정 전략정비지구는 미성, 현대, 한양아파트 등 강남부촌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으로 전국적인 관심을 불렀다.

압구정 구역은 1구역(미성1,2차·현대9,11,12차)과 2구역(현대1~7차·10,13,14차, 현대빌라트, 대림빌라트), 3구역(현대8차, 한양1~8차)로 나눠 각각 초고층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재개발을 추진하게 된다. 서울시는 이를 단순히 아파트 재건축에 국한하지 않고 한강 수변공원 개발과 연계한 대단위 사업으로 확장했다.

바로 한강르네상스의 일환으로 추진키로 한 것이다. 계획에 따르면 총 3개 구역의 공원(총24만㎡)을 조성한다. 각 구역별 압구정공원은 올림픽대로 지하화와 상부 데크 설치를 통해 강변으로 나가는 접근성을 개선, 한강수변과 연계, 대규모 문화공원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같은 대단위 사업은 당장 압구정동 거주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표면적인 반발 이유는 주민들의 기부체납 비율이 과도하다는 것이었지만 그 저변에는 서울시의 일방적인 개발정책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었다.

특히 압구정동에서 강 건너 서울의 숲을 잇는 ‘꿈의 보행교(Dream Bridge)’를 설치 계획은 당초 타 지역 시민들의 위화감을 염려했으나 현지 주민들의 반발이 더 거셌다. 전형적인 전시성 행정에 막대한 예산만 투입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개발 수혜’ 지역 주민들도 반발

한강르네상스 사업 가운데 이러한 시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사례가 적지 않다. 당초 이달 중 개장을 목표로 했던 세빛둥둥섬도 사업자간 갈등으로 표류, 연말 완공도 어려운 실정이다.

세빛둥둥섬은 지난 8월 시행사인 ‘플로섬’과 운영사인 ‘CR 101’의 갈등으로 내부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플로섬’ 측은 운영사가 임대보증금 97억 원을 내지 않아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CR 101’ 측은 도교 설계변경과 재설치를 요구하자 ‘플로섬’ 측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했다고 반박했다.

여기다 오세훈 전 시장이 ‘미래 서울의 먹을 거리 조성’을 앞세우며 강력히 밀어붙이던 서해뱃길사업 또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 서울의 진보적 시민단체로 구성된 ‘한강운하백지화운동본부’는 서해뱃길사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양화대교 교각 확장공사 저지에 1년 이상 매달리고 있다.

서해뱃길사업은 한강 여의도 선착장에서 출발, 경인운하를 경유해 중국까지 6000톤급 크루즈 관광선을 띄우겠다는 계획이다. 오 전 시장은 이를 통해 중국의 신흥부자를 서울관광객으로 유치하겠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6000톤급 관광선에 중국 신흥부자들이 만족할만한 시설을 갖추기 어려운데다 항공편 대신 뱃길을 선택할만한 유인요소가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라 완공을 목전에 둔 경인운하 또한 당초 KDI에서 경제성을 부풀려 사업을 강행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해뱃길 항로 ‘오리무중’ 유력

▲지난 7월 서울지역 집중호우 피해 직후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세빛둥둥섬 앞에서 한강르네상스 개발지역 피해 현황을 발표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지난 13일 수자원공사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용역을 줘 2009년 11월 제출받은 ‘경인항 부두사용료 산정 및 부두운영사 선정방안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 2008년 12월 KDI가 ‘경인운하사업 수요예측재조사, 타당성재조사 및 적격성 조사’보고서를 통해 예측한 경인운하 물동량은 창출이 불가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초 KDI는 이 보고서에서 올해 기준으로 경인항의 물동량 예측치를 해사(바닷모래) 632만t, 철강재 49만7000t, 중고차 34만t으로 예측하면서 "경인운하가 경제성이 있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정부도 같은 논리도 경인운하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KMI는 경인항 인천터미널에는 중고자동차를 선적한 선박의 접안 자체가 불가능해 대책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경인운하는 애초부터 부풀린 경제성을 바탕으로 추진됐고 이와 관련된 한강운하 및 서해뱃길 사업의 타당성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강르네상스 사업 가운데 하나로 360억 원을 투입한 한강수상콜택시도 애물단지로 전락한지 오래다. 공석호 서울시의원(민주당)은 지난 7월 26일 한강수상콜택시 이용객이 점점 줄어들어 애물단지로 전략하게 될 위기에 처해졌다고 주장했다.

최근 3년 동안 한강수상콜택시 이용객 현황이 애초 서울시가 예상한 하루 1만 9500명에 1%도 안 되는 111명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1~4월 평균 1일 이용객은 44명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한강르네상스가 당초 서울시에서 내세운 ‘회복’과 정반대의 방향으로 진행돼 왔다는 점이다. 외양을 꾸미는데 치중한 나머지 수변공원 조성 등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으니 콘크리트 포장 위에 일시적인 꽃밭 조성 등에 주력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과도한 인위적 치장이 부른 재해

지난 7월 서울을 휩쓴 폭우피해 직후 환경단체 등은 한강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한강르네상스로 조성된 공원의 막대한 피해를 공개했다. 이러한 피해와 달리 한강르네상스의 직접적인 개발 대상이 아닌 잠실수중보 상류 지역의 수변공원은 강물이 빠진 직후부터 본래 모습을 되찾았다.

한강르네상스가 안고 있었던 과도한 인위적 개발의 역작용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한강르네상스가 어떻게 진행될 것이냐는 점이다. 현재 오는 10월 말까지 시장직무대행체제를 유지하게 될 서울시는 당초 정책을 그대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10월 이후 새로운 시장이 시정을 맡게 되면서 한강르네상스는 방향을 크게 선회하거나 아예 전면 폐지하는 극단적 처방이 내려질 수도 있다.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한강르네상스는 차기 서울시 수장뿐만 아니라 서울시민 전체의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이번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안고 있는 또 하나의 큰 이슈가 바로 한강르네상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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