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보다 구로구 옴브즈맨이 훨씬 보람 있죠!”
“국민권익위보다 구로구 옴브즈맨이 훨씬 보람 있죠!”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1.09.30 1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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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차태환 구로구 옴브즈맨위원장
▲ 차태환 구로구 옴브즈맨위원회 위원장은 구민과 구청의 이해와 이를 통한 구정 발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사진=양재호 기자]

구로구청 차태환 옴브즈맨위원회 위원장(55)을 만나는 일은 참 쉽다.

구로구청은 옛 모습 그대로다. 호화청사 논란을 빚고 있는 다른 자치구에 비하면 초라하기까지 하다. 좁은 중앙로비의 격층 운행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에서 내리면 정면이 구청장실, 그 옆에 직소 민원실이 있다. 답답한 일이 생긴 구로구민은 언제든 달려와 구청 장 면담을 신청할 수 있다.

직소민원실 맞은편, ‘옴브즈맨’ 이라는 작은 아크릴 문패가 달린 사무실이 있다. 문패만큼 사무실 도 작다. 구로구청의 행정을 감시 하고 구민들의 답답한 민원을 근본 문제부터 조사해 해결해주는 곳이다.
단출한 사무실에는 차 위 원장을 포함한 옴부즈맨 3명과 이 들의 업무를 보좌하는 2명의 공무 원이 있다.
소박한 회의 탁자가 놓인 방. 손님이 오면 종이컵을 플라스틱 용 기에 끼워 음료를 내온다. 얼핏 시민단체 상근 활동가들의 업무공 간이 연상된다.

그러나 구로구 옴브즈맨은 서 울시 옴부즈맨보다 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구청 안에서는 감 사담당관실 못지않고 구청 밖에 서는 종합민원실장보다 많은 구 민들을 만난다.

이 작지만 큰 사무실을 이끄는 이가 바로 차 위원장이다. 그는 매 주 월요일 열리는 옴브즈맨위원 회의 위원장 직무를 수행한다.

“처음 이곳 옴브즈맨에 들어와 깜짝 놀랐습니다. 오기 전까지는 다른 많은 기관의 옴브즈맨과 같이 가끔 주민 민원이나 들어주는 형식만 갖춘 조직이 아닐까 생각 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지요.”

차 위원장은 구로구가 옴브즈 맨에게 직권조사권까지 준다는 사실에 가장 놀랐다고 한다. 다른 행정기관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권한이다.

처음에는 구로구 공무원들의 반발도 컸다고 한다. 이미 감사담 당관실도 있고 구의회 등 기타 여러 감사기관도 많은데 공연한 ‘옥상옥’ 조직을 만든 것 아니냐는 당 연한 불만이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일선 공무원들의 불만 은 기우였음이 드러났다.

“많은 직원들이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허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며 고맙다고 할 때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또 가장 효율적인 민원처 리 노하우를 알게 됐다는 직원들 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차 위원장은 그런 노하우의 비 결로 ‘소통을 위한 끝없는 노력’을 들었다. 그것은 바로 소통을 위한 첫 걸음이고 소통은 불신의 벽을 하나씩 허무는데서 출발한다고 한다.

구민들은 구청을 찾기 전부터 공무원에 대한 막연한 불신을 갖 는 사례가 많다. 이런 마당에 공무원들이 과정에 대한 설명을 생략 한 채 “안된다”는 말만 하면 더 높 은 장벽만 쌓이기 마련이다.

“모든 부서의 직원들이 열심히 일을 하지만 구청을 찾는 구민들 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는 건 아닙 니다. 그러면 안 됩니다. 민원인이 잘 모를 경우 알 때까지 수십 번 이라도 설명을 해야 합니다.”

처음 구로구 옴브즈맨 일을 시 작할 때 민원처리 모습을 보고 ‘이 건 아니다’고 느낀 것도 바로 설명 이 부족한 업무처리를 확인하면 서부터였다.

차 위원장은 민원인들에게 그 러했듯 구로구 공무원들을 처음 부터 끝까지 설득해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신뢰가 쌓였고 소통 이 시작됐다. 이는 다시 각 공무원 과 구로구민 사이의 소통으로 이 어진다.

차 위원장은 옴브즈맨의 궁극 적인 목표로 ‘주민화합’과 이를 위한 ‘소통’을 들었다.

자신에게 부여된 직권감사권도 여러 조직 안팎으로 얽힌 여러 문제와 구청 행정에 대한 구민들의 민원을 조화롭게 정리하는 데 써 야 한다고 믿는다.

“옴브즈맨 활동을 시작한 지 1 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는 그동안 쌓인 조직의 관행을 개선하고 혁 신을 이룬다는 데 초점을 맞춰왔 습니다. 공무원 한 명 한 명의 사명감을 일깨우고 의식을 개선하 기 위해 노력해왔지요. 불과 1년 만에, 공무원 조직이 앞으로 금방 바뀔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그렇게 바뀌면 구로구민들과 구청이 하나가 돼 일하는 신명나는 사례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차 위원장이 구로구 옴부즈맨 제도 를 빠른 시간 안에 연착륙시킬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바로 지난 1997년부터 2010년 까지 13년 동안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일했던 경험과 노하우다. 국 민권익위에서 마지막으로 맡은 일은 도시민원과장. 집단 민원이 유난히 많은 자리, 첨예한 이권이 걸린 택지개발 보상문제 등을 주 로 다뤘다.

당시 자신의 전공분야인 행정 법 등을 적용, 의결서를 낸 뒤 관련 소송 판례도 무수히 남겼다고 한다. 그가 남긴 판례는 관련법을 무시하고 건축 시행사 등이 일방 적으로 밀어붙이던 일에 제동을 걸고 시민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대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차 위원장의 마지막 말이 뜻밖이다.

“구로구 옴부즈맨이 대통령직 속이었던 국민권익위 시절보다 훨씬 보람있고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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