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갠 것이 맛이 있는 여름의 과일, 수박
쪼갠 것이 맛이 있는 여름의 과일, 수박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0.08.1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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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27]

수박은 여름철의 대표적인 과일이다.

▲ 수박. ⓒ송홍선

수분함량이 91% 정도이므로 무더위의 갈증을 빠르게 해소시킬 수 있다. 특히 햇빛을 많이 받아 땀을 흘리고 속이 메스꺼울 때에 그냥 먹거나 화채를 만들어 먹는다.

수박화채를 만드는 법은 수박을 쪼개어 골라 먹기에 좋은 크기로 둥글게 떠낸 다음 설탕이나 설탕시럽을 뿌려 놓는다.

 

뜨고 남은 부분과 수박껍질 안쪽은 긁어서 베보자기에 싼 후 꼭 짜서 화채국물을 만든다. 화채그릇에 수박을 담고 국물을 부은 후 잣을 띄운다. 화채국물에 사이다를 약간 섞으면 시원하고 톡 쏘는 맛을 주어 상큼하다.

수박씨는 좋지 않은 것으로 알아 대체로 먹지 않는다. 그렇지만 수박씨는 칼로리가 땅콩보다 많고, 단백질 함유량도 해바라기, 땅콩, 잣보다 많아 씹어 먹으면 좋은 간식이 될 수 있다. 중국에서는 말린 수박씨를 소금과 함께 볶아 먹기도 한다.

또한 수박은 민간에서 이뇨제(오줌을 잘 나오게 하는 약)로 통한다. 그래서 신장이 약하거나 소변량이 적거나 몸이 부었을 때 효과적이다. 수박을 붉게 하는 색소인 리코펜(lycopene)은 항산화물질로서 체내의 유해산소를 제거함과 아울러 항암작용을 나타내기도 한다. 게다가 섬유질이 많아 장(腸)운동을 활발하게 하고, 칼륨이 풍부해 몸을 상쾌하게 한다.

이런 수박이 한반도에 도입된 시기는 고려 때로 추정하고 있다. 조선 때 발간된 ‘도문대작(屠門大嚼)’에서는 고려를 배신하고 몽골에 귀화해 고려인을 괴롭힌 홍다구(洪茶丘)가 처음으로 개성에다 수박을 심었다고 했다. 또한 조선시대의 ‘연산군실록’에서도 수박과 참외가 중국으로부터 도입됐다는 기록이 있다.

1500년대 신사임당의 그림 ‘초충도(草蟲圖)’에는 수박의 덩굴, 잎, 덩굴손, 꽃 등이 정확히 그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열매의 표면에는 줄무늬가 있다. 이를 추정하면 조선시대 초기에는 이미 수박의 재배가 보편화됐음을 알 수 있다.

수박과 관련한 이야기는 수박을 당나귀알로 잘못 알고 샀으나 결국은 행운을 얻는다는 설화가 전한다.

▲ 수박. ⓒ송홍선

아내가 남편에게 무명을 팔아오라고 시켰는데, 어리석은 남편은 처음 보는 수박을 사 가지고 왔다.

화가 난 아내는 수박을 팔아 양식을 사오라고 해서, 그 남편은 나가서 당나귀알 사라고 외치고 다녔는데, 어느 바보여자가 샀다. 바보여자는 수박(당나귀알)을 부화(孵化)시키려고 이불 속에다 넣어 두었다.

집에 온 남편이 썩는 냄새가 나서 이불을 들추었는데, 마침 토끼가 이불 속에 들어왔다가 놀래서 도망쳤다. 바보여자는 그 토끼를 쫓아갔는데, 토끼가 도망쳐 뛰어든 집에 마침 당나귀가 새끼를 낳고 있었다.

바보여자는 그 당나귀 새끼가 자신이 산 당나귀알에서 나온 새끼가 뱃속에 들어갔다가 나온 것이라고 주장하며 끝내 당나귀 새끼를 얻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이밖에 바보 주인공이 수박(당나귀알)에서 당나귀가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우연히 지나가던 당나귀를 수박에서 나온 것으로 착각한다는 변이형도 있다.

수박과 당나귀알의 설화는 어리석음 그 자체를 긍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나름대로의 노력과 집념에 따라서 그 어리석음마저도 보상될 수 있는 삶의 기회가 있는 것이 살아가는 이치임을 보여주고 있다.

수박에 관한 속담도 있다.
‘수박 겉핥기’는 일이나 물건의 본질을 모르고 겉만 건드리는 것을 빗댄 말이다.
‘수박 먹다 이 빠진다’는 속담은 운이 나쁘면 대단치 않은 일을 하다가도 큰 해를 당한다는 뜻으로 사용한다.
‘수박은 쪼개서 먹어 봐야 안다’는 속담은 어떤 일을 겉치레로 하거나 형식적으로 해서는 성과가 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되는 집안은 가지나무에 수박이 열린다’는 말은 운이 좋아 언제나 좋은 일이 생긴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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