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역사는 2000년, 세계적 고도古都의 자부심 가지세요”
“서울 역사는 2000년, 세계적 고도古都의 자부심 가지세요”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1.10.07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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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형식 서울시사편찬위원회 위원장

▲신형식 서울시사편찬위원장.
서울시사편찬위원회를 찾아가는 길은 멀면서 즐겁다.

특히 맑은 햇빛이 갈색으로 물들어가는 나뭇잎을 쓰다듬는 초가을, 서울시사편찬위 가는 길은 마음까지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이곳은 번잡한 찻길과 불과 200여 미터 떨어졌을 뿐인데 적막한 기운마저 감돈다.

신형식 서울시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이화여대 명예교수)도 맑고 조용한 분위기를 전한다.
그리고 어떤 얘기를 하든 자신보다 ‘고생하는’ 연구위원들을 앞세운다. 모두들 서울시 역사에 일가를 이룬 권위자들이고 각자의 분야에 능통하다는 것이다.

그런 권위자들을 이끄는 신 위원장은 한국고대사의 어른으로 널리 알려졌다. 특히 신라에 대한 재해석은 학계의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당초 신라의 삼국통일로 고구려의 고토를 잃게 됐다는 부정적 평가를 바꾸고 상대적으로 후진적이었다는 신라에 대한 관점도 고쳐나갔다.

시민 자긍심 높여 적극적 시정참여 유도
독립 기관 권한 가질 때 업무성과 높아져


이런 과정에서 옛 서울에 대한 역사적 의미 또한 크게 확대해 왔다. 서울 600년사가 아닌 서울 2000년사라는 개념을 정립한 것이다.

그는 서울의 역사를 백제 한성시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본다. 이후 고구려, 신라와의 3국 간 한강 유역 쟁탈전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고려시대도 남경 천도론이 들끓을 정도로 서울은 역사의 중심에 있었다는 관점이다. 이런 서울 2000년사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서울의 역사를 올바로 알게 되면 시민들의 자긍심도 높아지고 이는 서울의 발전에 대한 참여의식으로 이어집니다. 결과적으로 서울시민들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지는 것이지요.”

신 위원장은 이같은 의미에서 서울은 유럽의 로마나 이집트의 카이로 등과 같이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고도(古都)라는 점을 강조한다. 아시아에서는 특히 서울만큼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를 찾기 어렵다는 얘기다.

서울시사편찬위는 이러한 신 위원장의 뜻과 같이 2012년터 본격적인 ‘서울2000년사’ 작업을 시작한다.
이미 올해부터 사업계획을 마련하고 세부적인 과제와 일정 등을 준비하고 있다.“서울의 역사는 곧 한 국가 수도의 역사입니다. 그 유구성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우리 민족의 강인한 삶과 생명력을 불러일으키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신 위원장은 지난 2009년 서울시 역사자문관으로 위촉되면서 비상임직이던 서울시사편찬위원장 자리를 상임직으로 끌어올렸다. 그렇지만 자신의 자리보다 서울시사편찬위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지금 시사편찬위원장은 시장 직속의 별정직이지만 연구위원들은 모두 문화관광 부서 소속입니다. 한 지붕 아래 두 조직으로 나뉜 셈입니다. 하나의 조직으로 독립해서 국사편찬위원회와 같은 권한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바람입니다.”

서울시사편찬위는 1949년 설립, 60여년의 전통을 가진 서울시 산하기구다. 하는 일의 가치 또한 어떤 물적 가치보다 높다. 그러나 연구위원들은 “우리는 음지에서 일할 뿐”이라고 말한다.

신 위원장은 이를 받아 눈에 보이는 행정업무를 진행하는 시 당국과 달리 시정방향의 바탕을 이루는 서울시의 역사·문화적 기반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해준다. 이런 과정을 무시하고 시정을 진행할 경우 서울시민은 뿌리를 잃게 된다.

신 위원장은 시정업무에 따른 도시개발 등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이다.

“각종 개발사업은 멀리 보는 안목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현재의 상황만 보고 단기적인 이익에 급급해 개발에 나서면 안됩니다. 시사편찬위는 역사를 통해 장기적인 안목을 제시하고 바람직한 시정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서울시사를 서고(書庫)에 묻힌 역사가 아니라 살아있는 역사로 되살리는 일이다.

신 위원장이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연구위원들 대다수는 서울의 피맛골을 밀어내고 고층 건물로 대신하는 일 등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는다. 서울시가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업무를 진행하고 있으나 역사적 관점에 대해서는 다소 소홀한 입장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신 위원장과 서울시사편찬위원회는 크게 3가지 일을 하고 있다.

하나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시정에 역사·문화적 당위성을 제시해주는 것이고 두 번째는 시민들에게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되돌려주는 일, 마지막은 관련 학계와의 공동사업과 자료 공유 등이다.

서울시사편찬위는 특히 연구성과를 서울시민들에게 되돌려주는 일에 주력,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매주 금요일 ‘2000년 고도 서울에서 만나는 한성백제’를 주제로 서울역사강좌를 진행했다.

지난 8월부터 12월까지는 ‘한성에서 서울까지-지명의 역사적 의미“를 주제로 하는 서울역사강좌를 매주 금요일마다 열고 있다.

신 위원장은 “우리 연구위원들이 고생을 너무 많이 한다”며 안타까운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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