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신탁제도 철폐의 이유
명의신탁제도 철폐의 이유
  • 이종훈
  • 승인 2011.10.22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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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직하고 공정한 사회로 진일보

법은 왜곡됨이 없이 만인에게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하며, 그 내용자체에 모순이 있어 사실상 법자체의 존재이유를 상실시키는 부조리가 없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이 법을 존중하고 이에 승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그렇게 못한 법제도가 존재하는 경우가 있다. 즉, 법은 존재하되 내용상의 모순으로 인해 그 법의 존재이유가 유명무실해 지고, 잘못된 기득권 옹호수단으로 전락하여 국민의 조롱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 있는 대표적인 제도가 우리사회의 법률문화 속에 일제의 잔재로 남아 있는 명의신탁제도이다. 명의신탁이란 실제소유자인 명의신탁자가 다른 사람(명의수탁자)의 이름만을 빌려 등기·등록함으로써 외부에서 볼 때, 명의수탁자의 재산으로 오인하도록 만드는 방식을 말한다.

이러한 명의신탁은, 첫째, 세금을 탈루할 목적 즉, 종합소득세의 누진세 적용을 회피할 목적으로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주식을 분산시켜 놓으면, 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을 받을 수 있어, 실제소유자인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에게 부과된 세금을 대신 내준다 하더라도, 자신이 결과적으로 보다 적은 세금을 부담하게 된다.

둘째, 뇌물·횡령 등 범죄행위를 통해 조성한 자금을 통해 취득한 재산을 범죄자의 명의로 등기·등록할 경우, 남의 의심을 받게 되고 결국 범죄행위가 드러나므로, 이를 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등기·등록한다.

셋째, 주식회사의 경우 지배주주가 자신의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감추기 위해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주주명부에 등록하고, 이렇게 되면 소수주주들은 감춰진 지배주주의 주식때문에 지배주주의 의사를 예측할 수 없어 결국 소주주주의 방어권의 기회를 상실시키게 된다는 문제를 발생시킨다.

몇 해 전, 모 대기업의 총수가 엄청난 금액의 주식을 다른 사람명의로 돌려놓아 크게 법률적 문제가 된 것이 그 실례이다. 이러한 명의신탁제도의 모순을 인식하고 부동산만이라도 그 해결을 위해 제정한 것이 부동산 명의신탁을 금지하는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이다.

그러나 법 규정의 미비 및 법원의 느슨한 법적용으로 인해 법의 실효성이 사실상 상실됨으로써 오히려 법 경시풍조를 낳았고, 결국 법의 권위가 상실되는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즉, 이 법은 부동산명의신탁을 금지하고 있으나, 이를 위반하여 적발되더라도 대부분 과징금의 처벌을 받는데 불과하고, 적발되는 경우도 별로 없으며, 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자가 자신의 부동산을 명의수탁자로부터 되찾아오는 것을 판례가 인정해 주고 있다.

따라서 법을 위반해도 과징금만 물면 되지 소유권회복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어, 이를 위반하는 자가 법을 두려워하지 않고 따라서 법이 사문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유명무실한 법의 존재 때문에, 국민의 법 경시 풍조는 조장되고, 법만 있지 국민으로 하여금 법을 경시하도록 만드는 모순을 우리는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명의신탁자가 과징금 등을 부담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소유권을 회복하는 것을 금지시켜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부정한 목적을 위해 남의 이름으로 재산을 돌려놓는 명의신탁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남의 이름으로 재산을 돌려놓는 순간, 자기 재산을 빼앗기게 되는데 누가 명의신탁을 이용하겠는가?
명의신탁제도와 같이 부정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제도를 타파해야만 우리사회는 정직하고 공정한 사회로 한발 나아가게 될 것이다. 따라서 백해무익한 명의신탁제도는 반드시 철폐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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