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싸움에 현혹되면 안된다
프레임 싸움에 현혹되면 안된다
  • 서울타임스
  • 승인 2011.10.2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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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종반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이제 며칠 후면 승자와 패자가 갈리게 되고 서울시민들은 승자의 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화환을 치켜들고 환하게 웃는 당선인이 누가 될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결과를 예측하기 앞서 선거 중반을 넘어서면서 만들어진 ‘프레임’ 싸움이 자칫 시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공식 선거운동 전까지 제법 정책선거다운 면모를 보였다. 그러나 선거운동에 들어서자마자 상대 후보자 흠집 내기에 몰두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앞으로 시정 방향을 유권자에게 상세히 알리고 자신의 정책을 지지하도록 유도하는 선거전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결국 이번 보궐선거의 프레임은 누가 더 흠집이 많은 후보냐는 자질 공방이 되고 말았다. 정치에서 프레임 싸움은 매우 중요하다. 누가 어떤 프레임을 먼저 제시하냐에 따라 바둑에서의 선수와 후수와 같은 입장을 갖게 된다. 지금까지 양상을 보면 한나라당 측이 먼저 자질 문제를 탁상에 올리며 프레임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야권은 뒤늦게 적극적인 반격에 나섰지만 벌써 선수는 상대측이 쥐게 됐다. 또 반격에 나설수록 이미 만들어진 프레임만 더 단단해질 뿐이다. 후수를 쥔 쪽에서는 상대편이 만든 틀에 갖혀 뒤늦은 대응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

대중의 관심 또한 그 안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이러한 정치공학은 그러나 유권자의 합리적인 판단을 방해하는, ‘유용하지만 그리 옳지 않은’ 수단일 뿐이다. 대중은 정치권에서 만든 프레임에 갇혀 정작 보아야 할 부분을 보지 못하게 된다.

유권자들이 지켜보고 감시해야 할 후보자들의 정책과 앞으로의 공약 시행 가능성 여부 등을 가리게 된다. 결과적으로 유권자들은 합리적인 판단과 선택 기회를 빼앗기는 셈이다. 이런 현상을 부추기는 데는 사실보도를 금과옥조로 여기는 일부 언론도 한 몫하고 있다.

허상으로 남게 될 만들어진 프레임을 파헤치고 이를 유권자에게 알리는 일은 등한시하고 후보자의 말을 앵무새처럼 옮기는 언론을 두고 하는 얘기다. 유권자들이 특정 후보 측이 만들어 둔 프레임에 갖혀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시민의 여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

이번 선거는 전임 시장의 잘못된 프레임 설계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을 되돌아보는 일은 그래서 필요하다. 오세훈 전 시장은 전면 무상급식을 ‘복지 포퓰리즘’으로 규정, 주민투표까지 밀어붙이다 결국 사퇴하게 됐다.

의무교육에서 당연히 시행해야 할 의무급식을 무분별한 복지로 비판하다 역풍을 맞은 것이다. 당시 시민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고 투표에 나서지도 않아 결국 현직시장 사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이번 선거에서도 정치권이 만든 프레임에 갇히지 않는, 현명한 유권자 판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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