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총선 전초전, 뚜껑 열어보니…
내년 대선·총선 전초전, 뚜껑 열어보니…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1.10.2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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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풍’과 ‘안풍’ 대결, 서울시민 선택은 안철수

‘박풍’과 ‘안풍’의 대결구도로 이어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압승으로 끝났다. 안 원장은 지난 9월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단숨에 거센 돌풍을 일으켰다.

이후 박원순 야권단일후보와의 전격적인 합의를 이끌어낸 뒤 잠재적 대권후보로 급부상했고, ‘안풍’의 진원지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12일부터 나경원 후보를 적극 지원했으나 결과적으로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박 전 대표는 나 후보와 동반 유세뿐만 아니라 직접 서울시민을 만나면서 지지를 당부했으나 ‘선거의 여왕’이라는 명성에 금이 가고 말았다. 박 전 대표는 선거운동기간 13일 중 8일을 서울에 할애하며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를 적극 지원했다.

특히 선거 전날인 25일에는 서울시민 등으로부터 건의받은 정책을 직접 자필로 정리한 ‘수첩’을 전달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정당정치는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중요한 뿌리”라며 “흔들리지 않고 정당정치와 민주주의를 확실히 뿌리내리기 위해서라도 꼭 당선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총력전을 펼친 만큼 이번 선거 결과는 향후 정국 지각변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의 ‘대세론’에 타격을 입는 것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수도권 친이계를 중심으로 “박근혜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흘러 나올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에 맞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잠재 주자를 내세워 박 전 대표와의 경쟁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나라당을 넘어선 보수신당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불거지고 있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등 일부 보수진영 외곽 인사들을 중심으로 재편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안 원장은 선거기간 내내 침묵을 지키다 나 후보가 급부상한다는 여론조사가 잇따라 나온 뒤인 24일에야 박 후보 선거캠프를 방문하는 등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당시 한나라당은 “안철수 효과는 이미 박원순 후보와의 합의 직후 다 나온 셈”이라며 안 원장의 지원을 평가절하했다.

여기다 나 후보는 “남자가 쩨쩨하게 남을 끌어들인다”며 박 후보와 안 원장을 원색적으로 비난했고 홍준표 당 대표는 “정치판에 나서려면 교수직을 내놓고 직접 나오라”며 안 원장을 압박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안 원장의 박 당선자에 대한 막판 지원은 유권자를 자극하는 불씨가 되기에 충분했다. 선거가 본격화되면서 한나라당의 선공으로 시작된 네거티브 공방에 안 원장이 끼어들면서 박 당선자 측에 깨끗한 이미지를 덧 씌웠고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율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나 후보는 선거 초반부터 박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으로 맞서면서 정책 실종이라는 우려와 함께 유권자들을 자극하는 역풍을 맞았다. 여기에 깨끗한 이미지를 가진 안 원장이 박 당선자에 가세하면서 결정적인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유권자 정서를 감안할 경우 ‘박풍’과 ‘안풍’의 대결구도가 내년 대선까지 이어질 때 어떤 결과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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