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하고 싶으면 혼자 놀아라!
통하고 싶으면 혼자 놀아라!
  • 이승희
  • 승인 2011.10.28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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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희의 소통과 관계]

우리 부부는 얘들이 학원을 전전하는 것보다 책도 읽고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 딸이 원하는 수학학원 하나만 보내고 남는 시간을 스스로 관리하게 내버려뒀다. 처음에는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생각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늘 혼자가 아니었다. 끊임없이 휴대전화를 통해 타인과의 끈을 놓지 않고, 자신이 아니라 아이돌을 속속히 분석하고 그들의 정체성과 비전을 고민하고 있었다. 우리 땐 얼굴을 맞대지 않으면 친구와 얘기하기 힘들었고, 텔레비전 시청도 제한된 시간에만 가능했다. 학원을 다니지 않으니 시간이 많이 남았다. 후딱 숙제 해 치우고 나면 텔레비전 방송 전까진 거의 할 일이 없었다.

어두워지니 나가지 말고 언니들 공부 방해하지 말라는 부모님 단속에 해질녘의 대부분은 혼자 놀기였다.
내 자신을 이리 뜯어보고 저리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만족스럽지 못한 내 얼굴에 예쁘게 화장하는 상상을 수십 번 해댔다. 친구가 했던 얘기를 곱씹으며 내 성격을 꼼꼼히 분석했다. 위인전에서 본 여러 인물들을 떠올리며 내 미래에 대한 생각의 나래를 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혼자 놀기를 하지 않는다. 아니, 할 시간이 없다. 남보다 좋은 성적, 학벌, 직업을 갖추기를 원하는 부모의 통제와 관리 안에서 살기 때문이다. 학교 끝나면 학원으로 곧장 달린다. 자투리 시간이 나면 휴대전화로, 메신저로 친구들과 끊임없이 얘기한다. 남들에게 뒤질세라 TV와 인터넷을 통해 아이돌이나 스타들의 일상을 속속 꿴다. 책을 통해 세상을 경험하거나 자기 자신과 얘기할 시간도 없고 고민할 여유도 없다.

아니, 아예 그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스스로와 얘기해보지도 않고 고민도 하지 않는다. 정작 자기 자신은 빠진 체 부모가 원하는 자아를 만들어간다.  내가 누구인지 모른 채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본인이 없는 이 거짓 자아에 놀라고 당황하며 마음의 병을 얻거나 극단적인 선택도 서슴지 않는다.

세상과 단절되어 ‘나’를 찾기 위한 시간을 배경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주체들이 탄생한 것은 역설이 아니다.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원활하게 소통한 자만이 자신은 물론 세상과 발전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 딸에게 어느 개그맨 말투를 흉내 내어 권한다. 세상과 진정으로 통하고 싶거든, 우선 ‘혼자 놀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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