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성 목사…한강르네상스 난개발 감시자
최병성 목사…한강르네상스 난개발 감시자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1.10.28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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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은 이미 죽은 강, 그러나 재생을 믿는다”
▲ 최병성 목사는 한강과 전국 곳곳을 찾아 개발을 내세워 본래의 모습을 파괴하는 현장을 기록하고 고발하는 환경운동가로 잘 알려졌다. 이원배 기자 c21wave@seoultimes.net

그는 걸핏하면 커다란 카메라 가방을 둘러메고 길을 떠난다.

벌써 20여 년 전, 대학시절 배낭 위에 묶어 설악산과 지리산을 함께 누빈 가방이다. 그 사이 카메라 가방도 유행을 빗겨가지 못해 한동안 돔키(Domky)가 사진장이들의 트레드 마크가 됐다가 이제는 빌링햄이 대세다.

그러나 그의 가방은 가난한 대학생이 한껏 욕심 부려 마련한 카메라 브랜드 제품 그대로다. 사람의 소지품을 보면 그의 성향을 알 수 있다. 카메라 가방만 보아도 항심(恒心)을 읽을 수 있는 그는 환경운동가로 유명한 최병성 목사다.

그는 한강르네상스라는 미명 아래 죽어가는 한강과 여기 깃들어 살았던 생명의 소멸을 낱낱이 고발해 왔다. 최근에는 서해뱃길을 만들겠다며 교각확장공사를 벌이는 양화대교 관련 르포를 인터넷 신문에 게재, 80만 번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자연 그대로의 강은 ‘살아 숨쉬는 생명’
영월 서강에서 시작된 환경 운동가의 삶
한강르네상스 비판에서 4대강 반대까지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한강르네상스와 최병성을 입력하면 수많은 글이 떠오른다. 글 한 줄 한 줄, 사진 한 장 한 장이 개발을 앞세운 ‘죽임’과 ‘파괴’를 기록한다. 모두 그가 발로 찍은 사진이고 발로 쓴 글이다. 그의 글과 사진은 서울을 파헤치고 강바닥까지 훑어내는 개발광풍의 대척점에 서있다.

최 목사는 교회 없는 목사다. 목회는 서울 광나루역 부근의 신학대학원 졸업 후인 1994년 영월 서강으로 떠난 뒤부터 뒷전이 됐다. 서강 강변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집에서 살았던 12년은 그를 환경운동가이자 투사로 만들었다. 그는 왜 교회를 버리고 서강으로 떠났다가 다시 도시로 돌아와 환경운동가가 됐을까.

“사실 저는 초등학교 때까지 집안의 영향으로 가톨릭이었습니다. 개신교 목사가 된 뒤에도 당시 가졌던 ‘고요와 평화’에 큰 가치를 두었고 번잡한 도시에서 벗어나고자 했지요.”

그러나 서강에도 개발의 바람이 불어 닥쳤고 이를 막기 위해 앞장설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지난 1999년 영월군이 서강변 쓰레기 매립장 건설에 나섰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나서야 했고 결국 주민들 모두가 나서서 강을 지켜냈습니다.”

2002년에도 싸움은 이어졌다. 이번에는 동강에 이어 서강에도 래프팅 코스를 만들겠다는 군청의 개발계획을 막기 위한 싸움이었다. 이같은 싸움의 과정에서 그는 서강 줄기를 모두 훑어나갔고 한반도 지형으로 유명한 선암마을도 처음 발견해 세상에 알렸다. 자연 그대로의 강이 가진 가치를 사람들에게 전한 사례로 꼽힌다.

최 목사가 한강르네상스, 나아가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이유는 강을 알기 때문이다. 서강을 끼고 살아온 12년이 그가 강을 알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강을 그냥 물이 흐르는 곳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강은 곳곳에 여울과 소를 이루고 수많은 물고기, 그 물고기들의 알과 치어, 텃새와 철새, 수생곤충들이 모여 사는 생명 자체입니다.”

이런 관점에 본 한강은 이미 강이 아니었다. 그는 한강을 ‘이미 죽은 강’이라고 단언한다.

“한강은 단순한 수로 이상의 의미가 없습니다. 물은 썩어가고 물고기는 죽어 떠오르는 죽음의 수로입니다. 그렇지만 강은 놀라운 재생력을 가졌기 때문에 얼마든지 복원할 수 있습니다.”

그가 서울 생활을 하던 2008년 오세훈 시장의 비서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한강르네상스 계획을 도와달라는 연락이었다. 최 목사는 당시 여의도 63빌딩 앞 모래톱을 한강르네상스의 모델로 제시했다. 인공구조물을 최소화하고 자연 그대로 숨쉬고 퇴적 모래와 흙이 쌓이는 강. 살아 있는 강이 바로 복원을 내건 한강르네상스가 갈 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의 한강르네상스는 최 목사가 그려준 모습과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한강르네상스는 복원을 내세우며 실제로는 난개발을 거듭했다고 지적한다.

“한강르네상스는 수천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혈세로 어떻게 강을 죽이는지 생생히 보여주는 현장입니다. 그럼에도 오 전 시장은 사퇴의 변을 통해 ‘서울과 한강의 아름다움을 너무 폄훼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무엇이 진정 아름다운 것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는 아름답다는 한강에는 백로가 사라지고 플라스틱 오리배만 떠있다고 꼬집었다. 이렇게 파괴된 한강도 희망은 있다고 말한다.

“한강은 사람의 손으로 파괴한 자연이 어떻게 스스로 복원되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무분별한 개발을 중단하면 한강은 제 모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최 목사는 한강에서 한 걸음 더 나가 4대강 사업 반대운동의 선봉에서 뛰어왔다. 지난달 출간한 440여 쪽의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오월의 봄 刊)는 최 목사가 현장에서 쓴 4대강 탐사보도의 역작이다. 그는 이제 한강르네상스와 4대강 문제에서 손을 떼고 원자력발전과 교회의 개혁에 집중할 계획이다.

“강의 파괴는 재생 가능하다는 희망이 있지만 원자력은 재생이 불가능한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를 대중화하는 일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직접 뛰어들기로 했습니다.”

최 목사는 왜 이렇게 환경문제에 자신을 던지는 걸까.

그는 “예수는 빛과 소금이 되라는 말씀에 이어 소금이 그 맛을 잃으면 길가에 버려진다고 가르치셨다”며 “자연과 사람이 제 자리를 찾도록 하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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