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창작스튜디오의 진화
미술창작스튜디오의 진화
  • 정민희 논설위원
  • 승인 2011.10.28 20: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민희의 마음으로 미술읽기] ⑧
▲ 난지야외조각공원.

10월의 끝자락 하루하루 변해가는 하늘구름, 투명한 빛, 짙어지는 낙엽과 짧은 시간을 함께 호흡하고자 하는 시민들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멀리 설악산, 내장산은 못가더라도 역사의 흔적이 숨쉬는 서울도심 고궁과 산책로 등 자연과 문화가 함께 하는, 아름다운 4계절이라는 큰 선물이 있다.

쓰레기매립지였던 난지도에는 억새풀 축제로 많은 지역시민들의 가을밤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고 있다. 노을공원과 하늘공원사이에는 침출수 처리장을 리모델링한 작은 건물이 보인다. 미술관계자가 아니라면 또 정보가 없다면 굳이 들러보지 않을 것 같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가 있는 곳이다.

아쉬움이 적지 않다. 이곳을 찾는 시민들 중 미술애호가도 많을 텐데…

매년 가을축제와 어우러져 1년에 한두 번 공개되는 작가 작업실이다. 간간히 전시실에서 그룹별 전시회는 볼 수 있지만 1년간의 입주기간을 마무리하며 작업공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작가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기회다.
창작지원 문화정책으로 작가에 대한 공간지원 및 경력개발과 더불어 글로벌 미술시장의 등단 등을 위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이미 프랑스에서는 17세기 중반 무렵부터 시작되었으며 가장 큰 규모는 뉴욕시 롱아일랜드에 폐교된 공립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한 ‘P.S.1 Contemporary Art Center’ 등이 모범사례로 꼽힌다. 1999년에는 뉴욕현대미술관 MoMa 에 흡수돼 실험적인 전시가 더욱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기도 하다.

▲ 난지 입주작가 박승훈 사진작품.
한국에서는 1999년 국립현대미술관 주관으로 창동, 고양시 등 두 곳에 창작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40여 군데에 이르고 있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며 1년간의 길지 않은 기간 동안 심사를 통해 입주한 26명의 작가가 작업하는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5기 오픈스튜디오를 보며 치열했던 1, 2기 작가 발굴 당시 젊은 신예의 출현을 기대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제 세계적인 트렌드에 힘입어 작품성은 절정에 이르렀지만 마케팅이 뭔지도 몰라 묵묵히 작업에만 열정을 다 쏟아버린 중견작가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또 다른 레지던시도 서울시에서 마련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요즘 미술시장은 운영주체에 따른 주요 레지던시 작가로서, 개인전보다는 글로벌시장으로 나가기 위한 기회를 제공해 주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같은 체제는 미술관계자와의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발판으로는 합당하지만 정당한 선별로 미래성이 보이는 작가선정 과정이 무엇보다 투명해야 한다. 대부분 활발한 경력과 작품성으로 선정되지만 젊은 작가에게 기회를 주는 만큼 시장성이 강한 작품보다는 실험성에 주력한 선정도 또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이제 레지던시 별로 고유한 특성을 가진 작가군을 봤으면 한다. 아트페어에 걸린, 시장성에 치중하는 젊은 작가는 비영리 공간특수성에 기인해 배제해도 될 거 같다.

부대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창작열을 집중하기 힘들 수도 있지만 전문 운영진에 의한 지역민들의 문화예술 의식 확대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과 산업과의 연계 또한 스튜디오별 개성과 특성을 살리는 데 아주 중요하다.

21세기 문화의 시대에 시각예술분야가 해낼 수 있는 가치를 끌어올려 다양한 시너지효과를 창출하는 일, 대중과의 소통을 통한 다양한 문화콘텐츠와의 융합만이 상생하는 길이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