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민심과 박원순 바람의 의미
서울 민심과 박원순 바람의 의미
  • 서울타임스
  • 승인 2011.10.3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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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지난 9월초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출마 표명으로 불어닥친 바람으로 시작됐다. 선거가 종반에 치달으면서 어느 정도 가라앉은 것처럼 보였던 바람은 개표 결과 거대한 쓰나미로 변모해 모습을 드러냈다.

쓰나미의 정체는 26일 투표종료 1시간을 앞둔 저녁 7시 408만5575명이었던 투표인 수를 불과 1시간만인 8시 459만6797명으로 만든 50만여 명의 20~40대 직장인들이었다. 범야권과 한나라당의 정면승부였던 이번 선거가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당선된 것은 이들 젊은 유권자들의 몰표 덕분이었다.

그러나 투표종료와 함께 나온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기 전까지 한나라당은 이같은 민심의 추이를 읽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민심을 돌아보기보다 박근혜 전 대표의 나경원 후보 지원에 따른 승리 가능성을 점치기 바빴다.

물밑에서 이미 거센 움직임을 시작한 조류를 감지하지 못하고 구태의연한 정치공학을 되풀이하는데 급급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비단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야권에도 무거운 메시지를 던진다.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20~40대 국민들은 이미 기성정치의 정형화된 틀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 세대는 한나라당이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든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에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박 전 대표의 최대 무기인 ‘박정희 향수’는 50대 후반 이후 세대까지만 유효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야권도 이러한 20~40대의 정치의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젊은 유권자들은 정당후보를 외면하고 끝까지 무소속을 고집했던 박 시장을 선택함으로써 뚜렷한 탈정치 성향을 드러냈다.

40대 중반 이하 세대부터 80년대 학생운동 세대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데다 20~30대는 5·18 광주항쟁조차 잘 알지 못하는 세대들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내세우는 논리는 아직 70년대 정치유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여기서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범야권을 포함한 정치권과 시민 사이의 간극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는 민선 서울시장 선출이 시작된 후 첫 무소속 후보 당선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박 시장은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시민운동에 투신해온 인물이다.

서울시민들이 그를 선택한 이유는 시민운동가로서의 진정성에 대한 믿음과 기성정치에 대한 반발 때문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물론, 야권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야권은 일단 박 시장의 승리에 환호하고 있으나 풀뿌리 시민정치의 화려한 정계 입성에 대한 입장을 먼저 정리해야 한다. 이러한 입장 정리 방향에 따라 시민과 함께 하는 새로운 정치구도를 만들 수도 있고, 쓰나미가 닥친 후에야 대응책 마련에 급급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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