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무’로 받고 돌려줘라
‘꼬꼬무’로 받고 돌려줘라
  • 이승희
  • 승인 2011.11.04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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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희의 소통과 관계]

온 식구가 얼굴 맞대고 얘기하는 시간은 주로 일요일 아침식사 후 잠깐이다.

가끔은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훈훈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딸과 남편이 각자의 방문을 꽝 닫고 들어가는 것으로 끝이 난다.

딸은 아이돌에 대한 관심이나 신곡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 나는 우리 회사 젊은 친구들의 수다에서 귀동 냥한 것을 기억해내 적당히 호응하고 딸의 생각을 궁금해 한다.

신이 나서 대중문화 평론가처럼 미주알고주알 늘어진다. 나와 달리, 남편은 모른다는 한마디로 끝내거나 딸의 성적이나 공부 방식에 대한 엉뚱한 답으로 입을 막아버린다.

이런 남편에게 나는 일명 ‘꼬꼬무 대화’ 를 강조한다. 딸이 건넨 화제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남편이 원하 는 화제로 대화를 돌릴 수 있는 꼬리를 달아 다시 건네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화’ 말이다.

대화를 잘 하려면 상대방의 의도를 생각하면서 그가 하는 말을 잘 받아들이는 말을 해야 한다.

그리고 상대방이 말하기 편하도록 새로운 내용을 담아서 친절하게 돌려주면 대화가 부드럽게 이어지고 관계도 더 좋아지고 발전된다.

즉 상대방이 건넨 대화주제에 연관된 호응을 하고,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여 건넴으로써, 편안한 흐름이 있는 대화맥락을 만들고 넓혀가는 것이다.

특히 처음 만나거나 서로 가깝지 않을 때는 이러한 기술이 더 필요하다.

대화연구로 유명한 미국의 사회학자 존 헤리티지는 이를 ‘맥락 다듬 기(context-shaped)’ 와 ‘맥락 갱신 (context-renewing)’ 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전자는 앞사람의 말을 수용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말을 하 는 것이고, 후자는 그 말을 받아서 다시 새로운 정보를 담아 상대방에게 돌려주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음악을 좋아하냐 물으면 그 말을 수용해서 좋아한다는 표시를 하고 대중음악은 과 히 좋아하지 않음을 덧붙이는 것이 맥락 다듬기이다.

반면, 음악을 좋아하거나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답하고, 이어 그 이유와 자신의 관심분야를 설명하며 상대는 어떠냐고 묻는 것, 즉 새로운 추가 정보를 담아 상대방에게 돌려주기가 맥락 갱신이다.

가족들과 대화가 없는 아버지들은 대부분 자녀의 말에 호응하며 맥락을 만들기보다 맥락을 뚝뚝 끊어내 스스로를 대화에서 소외시키는 경우가 많다.

가족과 통하고픈 아버지들이여, 우선 아들, 딸이 하는 말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호응하라. 그렇다고 말꼬투리를 잡는 것과 절대 혼동해선 안되니 명심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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