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의 현장방문에 거는 기대
서울시장의 현장방문에 거는 기대
  • 서울타임스
  • 승인 2011.11.1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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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집권 중반 무렵, 유일한 치적은 대불공단 전봇대 뽑은 일이라는 우스갯소리가 한동안 유행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현장 행보는 잊을만할 때마다 되살아났고 그럴 때마다 ‘즉효’를 보였다. 지난 2008년 일산 초등학생 납치사건 수사가 지지부진하자 직접 관할 경찰서를 방문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경찰은 대통령이 방문한지 불과 6시간만에 용의자를 검거했다. 그 후에도 재래시장 방문 등 이 대통령의 현장방문은 간간이 이어졌지만 집권 초만큼 눈길을 끌지 못했다.

많은 정치 지도자들은 이러한 현장방문 행보에 따른 효과를 얻고 싶어 한다. 현장방문은 일단 국민들에 대한 전시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정치 지도자가 국민을 위해 무언가 노력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는 양날의 검과 같다. 별 내용 없이 무작정 현장을 찾는 일이 거듭된다면 국민들은 이내 식상하게 되고 정작 중요한 사안마저 외면할 가능성이 많아진다.

보기 좋은 외형을 얻으려다 내실마저 잃게 되는 ‘속빈 강정’ 이미지만 얻을 수 있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의 잦은 현장행보를 둘러싸고 벌써 많은 우려가 나온다.

박 시장의 현장방문은 주로 서울의 저소득층이나 방사선 검출 지역 등 문제 지역으로 향하고 있다.
집권 초 이 대통령과 같은 즉각적인 효과를 얻을 수도 없는 현장방문이다. 박 시장은 주로 주민들의 얘기를 듣고 이를 꼼꼼히 메모한다고 한다. 과거 단체장들이 5분쯤 주민 얘기를 듣다가 자세한 얘기는 실무자에게 하라며 자리를 떠났던 일과 비교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렇다고 박 시장의 메모가 당장 획기적인 정책으로 만들어져 주민들의 숙원을 해결하지도 못한다. 결국 시장이 직접 찾아왔다는 사실에 큰 기대를 했던 주민들이 실망하는 일도 속출할 수 있다. 이런 일이 쌓이면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다른 정치인들과 큰 차이 없는 전시행정으로 비쳐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또 시장이 시민들을 직접 만난다는 사실이 알려질수록 집단민원이 속출할 수도 있다. 벌써 이런 조짐이 서소문 시청별관 앞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대중정치가 안고 있는 한계이기도 하다. 또 이같은 현장방문을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도 문제다. 국민들은 많은 정치 지도자나 기관·단체장들이 임기 초 반짝 현장행보를 보이다 빈도를 부쩍 줄이는 일을 너무 많이 보아왔다.

그러나 우려보다 기대를 더 많이 하게 되는 대목도 있다. 박 시장이 관심을 두는 현장이 서울의 취약 지역이고 이런 행보가 앞으로의 시정 방향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보수언론 등에서 박 시장의 현장방문을 경계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도 이같은 시정 방향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대불공단 전봇대 뽑기와 같은 당장의 가시적 성과가 없더라도 현장방문을 계속하고 장기적인 대안마련과 정책 개선을 하나씩 이루어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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