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인사청탁 청정지대를 바라며
서울시의 인사청탁 청정지대를 바라며
  • 이지문 이지문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1.11.11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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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문 박사의 시사돋보기] 공익제보자와함께하는모임 부대표
▲ 이지문 박사.

“저한테 이미 청탁이 이렇게 저렇게 들어온 사례가 있습니다. 인사를 청탁하는 경우에는 불이익이 있어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 1주일을 맞아 주재한 첫 간부회의에서 했던 말이다. 박 시장뿐만 아니라 대통령이나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이와 비슷한 발언을 한 것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사 청탁을 하면 패가망신시킬 것”이 가장 대표적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노 전 대통령 역시 친형의 인사청탁이 불거져 곤욕을 치렀으며, 몇 달 전 자살한 전남문화산업진흥원장 경우 도의원의 지속적인 인사 청탁으로 압력을 받은 사실이 공개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공직사회의 고질적인 인사 청탁을 막기 위해서 공무원 행동강령에서는 “공무원은 자신의 임용·승진·전보 등 인사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기 위하여 타인으로 하여금 인사 업무 담당자에게 청탁을 하도록 해서는 아니 되며, 공무원은 자신의 직위를 이용하여 다른 공무원의 임용·승진·전보 등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해서는 아니 된다”라는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승진에 있어 특히 민감할 수밖에 없는 공무원들은 평소 안면이 있는 정치인을 통해서 진급 청탁을 하거나, 더 나아가 청탁 명목으로 지자체장을 비롯하여 인사 담당 공무원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인사 비리로 이어지기도 한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인사 청탁을 비롯한 알선 청탁을 예방하기 위해서 지난 9월 8일 전국 974개 공공기관 감사관이 참석한 ‘2011 하반기 반부패·청렴정책협의회’에서 공직자가 내외부의 인사 청탁이나 이권개입 등 청탁을 받을 경우 청탁 내용과 청탁자 등을 소속 기관에 신고할 수 있는 ‘청탁 등록 시스템’을 각 공공기관에서 자율적으로 구축하여 운영하도록 권고하였다.

이 시스템에 따라 신고된 청탁 건에 대해서 민원인에게는 청탁 경고 서한을 발송하며 공직자 경우 소속된 기관에 관련 내용을 통지하게끔 되어 있다. 또한 신고한 공직자는 청탁 관련 문제가 생기더라도 징계를 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두 달이 지난 11월 7일 현재 권익위에 따르면 시스템을 구축한 공공기관은 금융감독원, 한국전력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포항시 등 5곳뿐으로 서울시청을 비롯한 25개 일선 자치구 어느 한 곳도 아직 이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았다.

박 시장은 원론적인 ‘인사 청탁 불이익 선언’에 그칠 것이 아니라, 청탁등록시스템을 도입하여 민원인이나 공무원에게 자신이 한 청탁이 바로 신고될 수 있으며 그러한 청탁으로 실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시킴으로써 사전 예방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인사 청탁을 한 공무원에 대해서는 각종 포상 추천 및 성과상여금, 근무성정평정 등에 있어 인사상 불이익을 주기로 한 제주도교육청 대책 역시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조선시대 정약용도 감탄한 유의의 일화를 박 시장을 비롯한 모든 기관장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홍주목사로 있던 유의에게 정약용이 공무를 의논하기 위해서 편지를 올렸으나 답이 오지 않아 왜 답신을 주지 않았냐고 물어보았을 때, 유의는 조정의 고관대작들이 보낸 편지를 포함하여 사적으로 보낸 편지에 대해서는 단 한 통도 개봉하지 않았다면서, 공문으로 보내면 될 것을 편지로 보냈기 때문에 정약용의 편지 역시 열어보지 않았다고 답하였다.

청탁등록시스템이나 공무원행동강령도 물론 중요하지만 인사 청탁에 대한 단체장의 단호한 의지 역시 중요함을 일깨워준다. 서울시가 인사 청탁 제로, 공정한 인사 청정지대로 거듭나기를 서울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반부패운동에 참여하는 한 사람으로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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