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현장·경청투어 ‘기대와 우려’
박원순 시장 현장·경청투어 ‘기대와 우려’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1.11.11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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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2주째 7회 이상 현장 찾아, 주민 의견 직접 메모 ‘빨간수첩’

▲ 박원순 서울시장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행촌동 일대 무허가 서민주거지에서 한 주민의 집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9일 오후 종로구 행촌동을 방문, 무허가 주택을 돌아보며 주민들의 의견을 들었다.
박 시장은 서울주재 외신기자단과의 오찬 간담회를 뒤 행촌동을 찾았다.
시장 취임 2주째를 맞은 이날 행촌동 점검은 취임 당일인 27일 영등포 쪽방촌 방문을 포함, 6번째 현장투어다.

박 시장은 선거운동 당시 ‘경청투어’라는 말을 붙였다.
그는 시장 당선 후에도 경청투어를 계속하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제 공무원들과 함께 다니기 때문에 직접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며 “현장투어, 경청투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의 이러한 현장중심 행보는 그가 연일 보여주는 ‘파격’의 한쪽 축을 이룬다.
역대 시장들도 간혹 현장을 찾았으나 대부분 많은 수행원을 이끌고 한 바퀴 둘러보는 의례적 행사에 그쳤다.

반면 박 시장은 주민들의 말을 직접 꼼꼼히 듣고 항상 갖고 다니는 빨간 수첩을 꺼내 메모를 남긴다.
후보시절 경청투어를 할 때와 똑같은 모습을 시장이 된 뒤에도 재연하는 것이다.
박 시장은 취임 첫날인 27일 지하철로 출근하다 노량진수산시장을 들른 뒤 영등포 쪽방촌을 찾는 것으로 현장행보의 첫 발을 내디뎠다.

이어 2일 관악구 서원동 환경미화원 휴게실을 방문한 뒤 함께 쓰레기 수거작업에 나섰다.
이때도 다른 단체장이나 정치인들이 으레 ‘포토타임’만 갖고 현장을 떠나는 것과 달리 미화원들과 끝까지 작업을 마쳤다.

6일에는 방사능 검출 사실이 알려진 노원구 월계동을 찾아 주민들의 얘기를 듣는 한편, 직접 방사능을 측정하기도 했다. 월계동 방문 뒤 그는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 4일 지하철역에서 숨진 채 발견된 노숙인 홍 모 씨의 빈소에 분향했다.

박 시장은 “하루에 한두 명씩 죽어가는 것을 시장 재직기간동안 용납하지 않겠다”며 “서울시와 관계기관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홍 씨의 죽음을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에서 위험도가 가장 높은 7급 재난위험시설물 7곳이 밀집한 행촌동을 찾은 9일에도 박 시장은 공무원들의 말보다 주민들이 털어놓는 얘기에 귀 기울였다.
지금까지 보여준 박 시장의 현장투어는 대부분 서울의 취약계층으로 향해 있다. 사회의 돌봄이 필요한 차상위계층이나 생활보호 대상자, 또는 재난 경고 지역을 직접 돌아보는 식이다.

이명박 대통령 등 많은 정치인들이 친서민 행보를 앞세우며 재래시장 등을 방문, 직접 어묵까지 사먹는 퍼포먼스를 벌여온 것과도 차별화된다.
이러한 박 시장의 현장 투어에 대해 일부 보수언론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한 보수성향의 일간지는 박 시장의 현장중심 행보가 Occupy(점령시위)의 덫에 걸릴 것이란 경고를 보냈다. 현장에서 주민들을 많이 만날수록 민원이 증폭되고 서울시정 전체가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같은 우려의 조짐이 드러나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3일 뉴타운 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시청 앞을 점거했다가 박 시장의 설득으로 철수한 일이 있었고 9일에도 용산업무지구 개발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박 시장과 면담을 요구하며 시청 서소문별관 진입을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보수언론 벌써부터 견제 목소리
집단민원 남발 계기 가능성 높아
과중한 업무에 일정조율도 문제

이날 용산구 서부이촌동 대림·성원·동원아파트 등 주민 30여 명은 이날 오후 박 시장에게 용산업무지구 사업시행자 지정을 직권철회해줄 것을 요구하며 서소문 별관 진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시청 직원들에게 가로막히자 별관 앞에서 ‘개발 반대’, ‘직권수용 철회’ 등 구호를 외치며 박 시장과 면담을 요구하다 해산했다.

앞으로 이러한 집단민원성 시위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많다.
이들의 요구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도 박 시장이 안고 가야할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또 취임 초 거듭하는 현장투어를 남은 2년 8개월여의 임기 동안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도 되짚어 보아야 한다.

연간 22조여 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서울시의 행정업무에다 중앙정부와 타 자치단체와의 정치·행정 조율 등 서울시장의 업무는 살인적인 스케쥴을 소화해야 한다.
이와 같이 과중한 업무가 누적되면서 취임 초기 보이고 있는 현장투어도 점차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는 박 시장이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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