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 ‘정책 난타전’ 점입가경
서울시장 선거 ‘정책 난타전’ 점입가경
  • 고동우 기자
  • 승인 2010.04.2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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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후보들 뉴타운·광화문광장·무상급식 입장 밝혀

서울시장 선거가 여야 후보자들 간의 치열한 정책 공방으로 갈수록 흥미를 더하고 있다. 후보자들은 심지어 “구호성 정책” “베끼기” “치졸한 언론 플레이” “인격 모독” 등 원색적인 표현까지 동원해가며 상대방 공격에 주력하고 있다.

검찰 수사로 뒤늦게 시장 선거에 뛰어든 민주당 한명숙 전 총리는 25일 오후 첫번째 복지 공약 발표 자리에서 예의 오세훈 현 서울시장을 겨냥했다. “지난 8년간 서울시는 거품 만들기 개발에 몰두했으며 오세훈식 복지는 ‘그물망’은 없고 ‘홍보’만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오세훈 시장 측도 다음날 바로 반격에 나섰다. 경선준비본부 이종현 대변인은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한 전 총리가 발표한 정책은 서울시정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부족한 가운데 나온 구호성 정책에 불과하며 그나마 내놓은 공약도 ‘오세훈 베끼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민간어린이집 국공립 수준화, 초등학교 친환경 급식 등은 이미 서울시가 하고 있거나 오 시장이 향후 정책으로 제시한 내용들이라는 지적이었다. 

한 전 총리 측도 가만 있지 않았다. 임종석 대변인은 “오 시장이 내놓은 제한적, 차별적 복지 정책의 약점을 숨기기 위한 치졸한 언론플레이”라고 비판하면서 “공공 무상보육 플랜과 친환경 무상급식 플랜은 모든 아동, 모든 초·중생에게 실시한다는 점에서 오 시장의 정책과는 근본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오세훈 시장, 뉴타운 입장 오락가락?

천안함 희생자 장례 일정 때문에 5월 3일로 경선이 연기된 한나라당 내에서도 후보자들 간의 ‘난타전’이 불을 뿜는다. 역시 주 공격 대상은 오세훈 시장이고, 그 절정은 지난 22일 밤 열린 ‘MBC 100분 토론’이었다. 

나경원 의원과 원희룡 의원이 오 시장의 주택 정책에 대해 “정직하지 않다” “실언 아니냐” “선거 직전의 인스턴트 정책”이라고 집중 공세를 퍼붓자 오 시장이 “인격모독적 발언”이라고 발끈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비판의 핵심은 오 시장이 뉴타운·재개발 정책과 관련해 자리마다 딴 이야기를 하며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원희룡 의원은 이날 토론에서 “내가 뉴타운·재개발에 매우 적극적인 정책을 펴니까 오 시장은 종합투기세트다, 속도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왜 지난 1월에 어느 구청 신년인사에 가서 (뉴타운) 두세 군데 하려는데 잘 될 것 같다느니 또 최근 한나라당 의원들과 간담회에서는 재선시켜 주면 새롭게 추가 지정 가능하다느니 이런 발언을 했는가. 어느 게 진실인가”라고 추궁했다. 

오 시장은 이에 대해 “나는 뉴타운을 지정하더라도 분명히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다른 후보자들이 이야기하는 10곳은 너무 많고 아마 5곳 이하가 될 가능성이 많다. 부동산 폭등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심 집회·광화문광장, 후보자들 견해는? 

이외 다른 주요 쟁점에 대한 여야 후보자들의 견해도 속속 쏟아지고 있다. 우선 서울 도심에서 집회·시위 허용 여부와 관련해 각 후보들은 ‘일부 제한’과 ‘최소 규제’로 서로 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일보>가 26일 서울시장 후보 9명에게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원희룡·나경원·김충환 의원은 “원칙적으로 보장해야 하지만 일부 제한할 필요도 있다”고 밝힌 반면 한명숙 전 총리를 비롯한 민주당 이계안 전 의원, 민주노동당 이상규 후보,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 등 야당 후보자들은 ‘원칙적 허용’ ‘규제 최소화’ 쪽에 섰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가 제한하거나 허가할 법적 기준과 근거가 없다”며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눈길을 끈 것은 야당 후보자들 사이에서도 미세하게 의견이 갈린 점인데, 한 전 총리는 “심각한 교통체증을 유발하거나 피해를 주는 시위에 대해서는 자율규제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으나 진보정당 후보자들은 “헌법상 기본권” “행정권력 규제 반대”를 좀더 명확히 했다. 

논란이 많았던 광화문광장 운용 방안에 대해선 오세훈 시장을 제외한 다른 모든 후보자가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오 시장은 “광장을 만들어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이벤트를 개최하고 엄청난 도시마케팅 효과를 거뒀다”고 자평했지만 “공사장에 가깝다”(원희룡) “역사적 ·문화적 의미가 반영되어야”(나경원) “시민의 뜻에 따라 운용”(한명숙) “노동자 서민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돌려줘야”(이상규) “서울시는 관리에만 주력하라”(노회찬)는 혹평이 쏟아진 것이다. 

무상급식 ‘점진’ 대 ‘전면’으로 맞서 

지방선거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초·중학생 무상급식 도입에 대해서는 ‘점진’과 ‘전면’으로 엇갈렸다. 한나라당 후보들과 자유선진당 지상욱 후보는 한정된 교육 예산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민주당과 진보정당 후보들은 서울시 홍보성 예산 등을 줄여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이 사안 역시도 야당 후보자들 간에 미세한 입장차가 확인됐다. 한 전 총리는 “정부가 협조하지 않거나 재정 문제가 발생할 경우 초등학교부터 적용한 뒤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반면 진보정당 후보자들은 전면 도입을 강조하면서 “급식비는 물론 교복, 학습준비물도 무상 지원해야 한다”(이상규) “무상급식은 예산이 아닌 의지의 문제이고, 교육에 대한 투자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노회찬)고 주장했다. 

후보자들 간의 정책 공방은 이제 겨우 시작이다. 이후 한나라당과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확정되고, ‘야권 단일화’와 관련해 각 후보자들이 차별성 강조에 나서면 분위기는 더욱더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6월 2일까지 앞으로 35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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