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와 기브 그리고 협찬
기부와 기브 그리고 협찬
  • 서울타임스
  • 승인 2011.11.18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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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민들은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전후해 뉴스의 홍수에 휩쓸리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박원순 시장의 파격행보에 이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의 1500억 원 기부 소식이 세상을 뒤덮었다. 안 원장은 지난 10월 박 시장과의 서울시장 후보 출마 합의 이후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켜왔다. 그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정치권 못지않다.

안 원장이 전국구라면 박 시장은 서울 지역 뉴스를 이끌고 있다. 안 원장의 기부 결정 소식은 박 시장의 협찬 수용 입장과 절묘한 접점을 만든다.

한 쪽에서는 협찬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고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놓고 만났던 다른 한 쪽에서는 조건 없는 기부를 내세웠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 원장의 기부를 내년 대선 행보의 첫걸음으로 해석한다. 1500억 원이라는 큰돈을 내놓겠다는 결정이 정치적 레버리지 아니냐는 것이다.

안 원장은 이같은 해석을 부인하고 있지만 정치권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과연 그가 내년 대선도전에 나설지를 두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만약 이런 관측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안 원장의 이번 1500억 원 출연은 기부(寄附)가 아닌 take를 전제로 한 give가 된다.

안 원장이 지금까지 보여 온 기성정치권에 대한 환멸이 자신의 문제로 등치될 가능성이 높다. 그에게 열광하는 20~30대 유권자들의 열기도 상당 부분 시들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최근 그가 말한 대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기 위한 기부라면 국민들로부터 더욱 큰 신뢰를 얻게 된다.

그리고 그의 의지와 관계없이 차세대 지도자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 그가 이런 정치공학적 셈법까지 계산했는지 여부는 지금으로서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아직은 그의 순수성을 믿고 싶은 게 소시민들의 바램이다.

박 시장은 안 원장과 반대로 협찬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서울시에서 기업이나 단체로부터 협찬 받는 일을 합법화하기 위한 작업도 이미 시작했다고 한다. 기업 등의 협찬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기부행위가 된다.
여기서 한 가지 걸리는 대목은 안 원장의 기부가 give로 탈바꿈할 우려와 같은 맥락에서 나온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기부에서 반대급부를 원한다. 지금까지 한국의 기부문화 또한 이런 맥락에서 만들어져 왔다.

서울시에 물질적 협찬을 약속한 기업이나 단체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박 시장의 협찬론은 그래서 위험성을 안게 된다. 서울시는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거대 도시다.

이런 재정문제를 극복하고 복지정책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물적 지원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무분별한 협찬까지 서둘러 받고자 할 경우의 위험성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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