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피폭량 축소에 급급한 원자력당국 믿을 수 있나요?”
“방사능피폭량 축소에 급급한 원자력당국 믿을 수 있나요?”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1.11.18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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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월계동 방사능 검출 알린 이지언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
▲ 이지언 씨.

서울의 주택가 한복판에서 고준의 방사능이 검출됐다. 지난 1일 처음 알려진 노원구 월계동 방사능 검출 사건이다. 시민들이 오가는 주택가에 말로만 듣던 ‘세슘137’이 검출됐다는 사실에 시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이러한 방사능 검출 사실은 10월 말, 한 시민의 제보를 통해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다.
이지언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당시 제보를 받고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간 뒤 지금까지 10여 차례 이상 월계동 구석구석을 누비며 현장을 지켜왔다. 그로부터 어떻게 방사능 검출 사실을 알게 됐는지 물었다.

“해당 지역에 사는 시민이 환경련에 직접 제보해주셨습니다. 그 시민은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태에 충격을 받아 구성된 온라인 모임인 차일드 세이브(child save) 회원이셨습니다.” 이 활동가는 차일드 세이브 회원인 시민이 마침 방사능 계측기를 갖고 있어 이번 일이 알려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방사능 계측기는 일반 시민이 구입하기엔 비싼데다 전문적인 장비입니다. 그렇지만 후쿠시마 사건 이후 자녀들을 지키려는 부모들이 차일드 세이브라는 모임을 만들고 고가의 장비까지 개인적으로 장만한 거죠.”

서울시민 가운데 상당수가 이미 일상에서의 방사능 피폭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 덕분에 이번 월계동 방사능 검출 사실이 비로소 알려지게 됐다.
세슘 성분이 자동차 철판을 뚫고 차내로 들어온 것이다. 이 활동가는 그만큼 방사능 피폭량이 강력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계측기를 방사능 물질이 포함된 아스팔트에 대지 않았는데도 차내의 계측기가 경보음을 냈다는 사실은 검출량이 얼마나 되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합니다. 그렇지만 당국에서는 일상적인 피폭량 운운하며 사실 축소와 은폐에 급급하고 있습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환경련이 월계동 방사능 검출 사실을 발표한 1일 저녁, 우주복 같은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현장 계측에 나섰다.
이후 원자력위원회는 “지역주민들이 받을 수 있는 연간 방사선량이 0.51~0.69 밀리시버트(mSV)로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자동차 바닥 철판 뚫고 계측기 울린 방사능 물질 주민제보
방사능 피폭은 노출시간과 비례, 주민 피폭량 조사도 없어
원자력 당국 카르텔 구조가 투명한 조사·연구에 걸림돌


이 활동가는 이에 대해 “원자력위원회가 명시한 1시간 단위 피폭량 설명은 터무니 없는 자의적 기준을 갖다 붙인 것”이라고 반박했다.
시간단위로 피폭량을 계산할 경우 지난 2000년 깔린 해당 지역 아스팔트 위를 오간 수많은 주민들은 엄청난 양의 방사능에 노출된 셈이다. 주택가뿐만 아니라 상가밀집 지역인 인근 고등학교 앞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고 이 활동가는 지적했다.

“상가지역 주민들은 하루 온종일 가게를 지키며 앞 길을 오가기 때문에 방사능 피폭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원자력위원회는 이를 발표문에 넣지 않았습니다. 자신들이 만든 기준에 맞는 숫자를 꿰맞추는데 급급한 것이죠.”

이러한 이 활동가의 분석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그는 또 환경련이 제시한 3가지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나갔다. 첫째 2000년 시공됐을 당시 더 많은 농도의 인공 방사성물질이 아스콘에 섞였을 가능성에 대해서 조사하지 않은 점이다.

세슘137 등 방사능 물질 피폭량은 방사능의 강도와 노출 시간이 비례한다고 한다. 이미 10년 전 지금보다 강한 방사능 물질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충분하고 주민들의 피폭량도 그만큼 늘었는데도 당국은 이런 부분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또 도로를 달리는 차량 타이어에 마모된 아스콘이 먼지로 비산해 인체에 흡입되는 ‘내부 피폭’ 오염 경로의 가능성도 당국은 외면하고 있다고 이 활동가는 지적한다.

“비산물질은 호흡이나 빗물, 미세상처 등을 통해 얼마든 인체에 흡입될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외부피폭보다 훨씬 위험한 내부피폭이 불가피하고 주민들의 피해도 상당할 것입니다.”
두 번째 그가 제기하는 문제는 원자력위원회가 주장하는 방사능 물질 계측량 0.51~0.69 밀리시버트(mSV)를 인정하더라도 안전하다는 근거가 없다는 사실이다.

이 활동가는 피폭량과 발암물질 생성 관계는 정비례하기 때문에 당국은 보다 투명하게 월계동 방사능 검출 사실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해당 지역 아스팔트 재료인 아스콘에 방사능 물질이 유입된 경로를 추적,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월계동 이외의 지역 어디선가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대목이다. 월계동에 방사능 물질이 검출된 만큼 같은 성분의 아스콘이 서울 다른 지역이나 전국 에도 충분히 깔렸을 수 있다.

또 앞으로도 이같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당국은 아직 월계동 아스팔트에 어떻게 방사능 물질이 포함됐는지 전혀 밝히지 못하고 있다. 더 염려스러운 점은 이런 경로 파악을 못하는게 아니라 안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활동가는 이런 의구심의 근거로 국내 원자력 관련 기구의 단단한 카르텔 구조를 제세했다.
후쿠시마 사태 이후 독립기구로 분리된 원자력위원회도 당초 과학기술부 산하 조직이었고 원자력안전기술원, 원자력문화재단 등이 모두 한 갈래라는 것이다. 이들 기구는 하나같이 원자력의 안전성을 내세우는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구나 최근 원자력위원회는 앞으로 생활방사선기술지원센터를 신설, 방사능 유출에 대비한다며 시민들이 검출 사실을 알게 됐을 경우 기록을 남기고 신고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 활동가는 이를 전형적인 당국의 떠넘기기 아니냐고 목소리 높였다.

“원자력의 위험성을 시민들에게 먼저 알리고 철저한 예방정책을 시행해야 할 정부기구가 각 지자체와 시민 개개인이 고가의 방사능 계측기를 갖추고 대비하라는 무책임한 발상에 급급하고 있습니다. 정부 기구로서의 공익성과 신뢰를 스스로 부인하는 것입니다.”

이 활동가는 앞으로 당분간 월계동 방사능 검출 사건에 매달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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