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정치 부정해도 가장 정치적’
박원순 시장, ‘정치 부정해도 가장 정치적’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1.11.1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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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정치일정 따라 야권 동력 역할 불가피
▲지난 16일 오전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시장 집무실에서 열린 생중계로 진행된 온라인 취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는 박원순 시장.

박원순 시장의 보궐선거 승리와 취임 후 거듭된 파격행보는 서울시정의 변화뿐만 아니리 국내 정치권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5개월 앞둔 시점에서 박 시장이 일으키고 있는 탈정치 바람은 보다 극적인 정치적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다 박 시장이 서울 정치마당에 끌고 들어온 시민세력은 지금까지 정치권이 직접 상대하지 않았던 새로운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조짐을 보인다.

또 박 시장 당선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분석되는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의 인터넷 방송 ‘나꼼수’를 비롯한 SNS 열풍 등 새로운 미디어의 출현도 정치권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같은 박 시장이 몰고 온 정치적 파장의 근원에는 이전 세대에 비해 풍요로운 성장기를 거쳤으면서도 어느 때보다 암울한 미래에 맞닥뜨린 20·30 세대가 있다. 이들 세대는 기존 여·야 정당구도와 보수·진보로 나뉘는 정치세력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이들 20·30 세대의 탈정치 경향에 여·야 정치권은 아직 정확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서울은 박 시장의 등장으로 촉발된 신정치 흐름의 한 가운데 자리 잡을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내년 총선과 대선구도가 갈려질 것으로 보인다.

총선에서의 과반의석 확보와 대선을 통한 정권 수호에 나설 한나라당으로서는 최근 청와대와의 거리두기, 친박계의 신당 창당설, 당 개혁을 위한 움직임 등으로 내분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여기다 내년 총선의 전망도 밝지 않다.

서울만 보더라도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48개 국회의원 선거구에서 단 7곳만 승리하는 등 야권 단일후보에게 완패했다. 문제는 내년 서울지역 총선에서 이같은 일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으로서는 결국 고정 지지층의 결속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박 시장이 승리한 지난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박 시장의 전체 지지율 격차는 7.19%에 불과했다. 자유선진당을 제외한 야권의 모든 정당이 적극적으로 지원한 사실에 비추어볼 때 압승이라고 위안하기 어려운 수치다.

나경원 후보가 얻은 186만 표는 지난 8월 말 주민투표에서 오세훈 전 시장의 무상급식 단계적 실시안을 지지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투표 참가자 비율과 일치한다. 이는 바꿔 말해 나경원을 찍은 시민들은 무조건 한나라당 후보를 선택하는 고정 지지자라는 뜻이다.

이러한 한나라당 지지자 비율은 대부분의 서울 지역구에서 40%를 웃돌고 있다. 만약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이 박 시장 단일화와 같은 구도를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 한나라당 고정 지지자들의 벽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야권은 박 시장에 이어 내년 총선에서도 단일화를 통한 승리를 노리고 있으나 통합논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결국 야권으로서는 박 시장이 내년 선거정국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에 촉각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박 시장은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이미 내년 정치일정에 따른 정치적 행보가 불가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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