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에게 가장 큰 행복 주는 개그맨의 애환과 딜레마
시청자에게 가장 큰 행복 주는 개그맨의 애환과 딜레마
  • 티브이데일리 기자
  • 승인 2011.11.21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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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박병욱의 트래픽]

한동안 보이지 않았던 개그맨 박희진(38)이 19일 한 아침방송에 출연해 눈물을 보였다.

영화 ‘사물의 비밀’ 출연을 계기로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눈시울을 붉혔는데 그 속에 그녀, 더 나아가 다수 개그맨의 애환과 고민이 들어있었다.

박희진은 원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음악인이었다. 그러나 어느날 갑자기 배우가 되겠다고 예대에 진학하며 아버지의 속을 썩였다고 한다.
배우가 되겠다던 그녀는 MBC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안성댁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그 캐릭터 그대로 절정의 인기를 누렸지만 더 이상의 발전은 없었다.


그러던 중 드디어 꿈에 그리던 정극 연기로 ‘사물의 비밀’에서 열연한 것. 이 영화의 성공여부를 떠나 이제 박희진은 배우로서 차근차근 계단을 밟겠다고 배우로서의 꿈과 포부를 펼쳤다.

코미디언 혹은 개그맨도 원래 배우다. 코믹 연기가 전문이란 점이 특징이다. 개그프로그램의 대명사 격인 ‘개그콘서트’를 통해 배출된 스타 개그맨들도 원래는 대학로 등에서 정통 연기를 하던 배우들이었다.

알려졌다시피 연극배우는 배고프다. 연극예술이란 자존심도 중요하지만 생계는 현실이다. 그래서 다수의 연극배우는 영화나 드라마 진출을 꿈꾼다. 스크린과 드라마를 수놓는 배우중 연기파라고 하면 거의 대부분 연극배우 출신이다.
그들중 코믹연기에서 발군의 기량을 보여 개그맨으로 먼저 브라운관에 진출하지만 궁극의 목표는 다양한 연기를 펼치는 정극배우다.

개그맨이 영화배우보다 상대적으로 쉽게 제도권에 진입하고 이름을 날리는 길이긴 하지만 그 성공의 크기만큼이나 코믹배우란 틀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은 ‘족쇄’이기도 하다.

고정된 이미지란 그렇게 무서운 것이다. 임하룡이 개그맨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생한 게 십수년이다. 그는 영화배우가 되기 위해 잘나가던 개그맨이란 프리미엄을 벗어던지고 알아주는 사람 한명 없는 충무로에서 신인의 자세로 온갖 궂은 일을 섭렵한 끝에 비로소 ‘배우’가 될 수 있었다.

개그 프로그램을 볼라치면 잘난 체 하는 의미로 ‘나 영화배우야’라는 대사가 심심찮게 나온다. 이 짧은 한 마디에 개그맨의 딜레마가 담겨져있다.

사실 요즘 개그맨을 보면 혀를 내두를만큼 팔방미인이다. 개성 강한 외모에 통통 튀는 아이디어는 기본이고 연기면 연기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못하는 게 없는 만능 탤런트 기질이 돋보인다.

이렇게 좋은 조건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코미디연기 전문이란 특기가 오히려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
배우가 작품 개런티에 못지 않게 많이 버는 분야는 광고다. 정극배우에게는 이 광고모델의 문이 넓게 열려있지만 개그맨은 상대적으로 좁다. 잘나가는 강호동 유재석의 CF출연 내역이 그 증거다.

세계적으로 대표적인 코미디언은 찰리 채플린이다. 그는 슬랩스틱 코미디의 창시자라는 호칭처럼 아직까지도 코미디언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코미디 배우지만 결코 관객을 웃기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의 작은 윗옷과 펑퍼짐한 하의, 중절모와 지팡이, 콧수염 등의 비주얼과 어리숙한 바보연기는 관객을 웃기면서도 울리고 감동을 안겨주고 메시지를 심어줬다.

사실 코미디언은 가장 어려운 연기를 펼치는 배우다. 남을 웃기면서 감동을 준다는 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눈물연기는 배우의 기본이다.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것도 쉽다.

그러나 관객을 웃기는 것은 모든 작가와 감독과 제작자 그리고 배우 당사자의 고민이다. 오죽하면 시나리오 작가 중에서도 코미디 요소를 책임지는 ‘깔깔이 작가’라는 전문 각색작가까지 따로 있을까?

오늘도 신인개그맨들은 스타덤을 향해 꿈꾼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스타 개그맨들은 고민한다. 개그맨의 생명력은 짧기 때문에 그 힘이 다하기 전에 빨리 정극배우로 변신해야 한다는 숙제 때문이다. 하지만 임하룡이나 박희진에게서 보듯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이렇게 노력 대비 성과가 그리 많지 않는 개그맨이지만 오늘도 웃기기 위해 머리를 짜고 또 짠다.
그런 그들중 한명이 국회의원을 소재로 웃겼다고 고소당했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그럼 사람을 소재로 웃길 때마다 고소당해야 한다.

개그맨 남희석은 오늘 자신의 트위터에 ‘혹시 내 후배 가운데 개그 때문에 벌금 나오게 된다면 전액 내가 내주마. 마음 놓고 하던 거 해라.’라고 글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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