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도의 여백미를 ‘압축한’ 이우환
극도의 여백미를 ‘압축한’ 이우환
  • 정민희
  • 승인 2011.11.25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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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희의 미술읽기] ⑪
▲ Dialogue 2011 Oil and mineral pigment on canvas 291x218cm.

그림감상의 초보자들이 미술관에 들어섰을 때 제일 먼저 용기 내어 묻는 것 중 하나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요?”, “어떻게 봐야 해요?” 라는 질문이다. 먼저 이해부터 하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전시를 담당한 큐레이터가 뭔가 근사한 철학적 의미와 스토리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 작가를 꼽는다면….

또 가장 함축되면서도 간결한, 그렇지만 사상의 전개가 확실할 것 같은 한국작가를 고른다면 세계적인 거장 ‘이우환’이 아닐까 싶다.

화가, 조각가, 평론가, 철학자, 문학가, 음악 애호가 등 많은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작가는 “점이나 선에서 출발한 것이 더 넓은 공간성을 갖게 됐다. 자기를 가능하면 줄이고 자기 아닌 부분을 더 많이 받아들이는 게 아닌가 싶다”라며 캔버스의 여백과 대화한다.

불쑥 캔버스에 ‘점’ 한 개 찍는 작업. 그래서 “가장 시간이 안 걸릴 거 같다”는 쉬운 대답을 했다가는 현재 한국현대미술을 2%도 모르는 사람이 된다.

미디어아트의 선구자 故 백남준과 어깨를 겨루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그래서 세계미술의 핵심인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국내작가로는 최초로 2000년에 열린 백남준 회고전 이후, 지난여름 3개월 동안 <무한의 제시>회고전으로 세계인에게 한국적 미니멀리즘을 알리기도 했다.

1950년대 서울대 입학 후 곧장 일본으로 건너가 철학과를 다니며 1960년대 일본의 획기적인 미술운동 모노하(物派·사물을 있는 그대로 놓아두는 것을 통해 사물과 공간, 위치, 상황, 관계 등에 접근하는 예술 운동)의 이론과 실천을 자기화했다.

2010년에는 일본 가가와현(香川縣)의 미술관과 호텔을 결합한 ‘베네세 하우스’와, 건물을 땅속에 넣은 ‘지츄(地中)미술관’ 등으로 유명한 나오시마(直島)섬에 일본의 유명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이우환 미술관이 세워졌다. 이우환 미술관은 섬의 자연환경과 어우러져 1970년대 이후 작품부터 현재까지의 그림과 조각이 상설 전시되고 있다.

눈부시게 새하얀 캔버스에 정제된 고요함으로 울림을 주는 명상으로의 여행, 압축된 ‘점’과 여백이 주는 내면의 대화로 빠져봄이 어떨지 싶다.

■ 12월 18일까지. 갤러리현대 (02) 2287-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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