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 정책 변화 불가피, 시장에 혼선 초래
건설·부동산 정책 변화 불가피, 시장에 혼선 초래
  • 정형목 기자
  • 승인 2011.11.26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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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뉴타운사업 전면 재검토
▲ 박원순 서울시장이 뉴타운·재개발 사업으로 살던 곳에서 밀려난 서민들의 편에서 주택정책을 개선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일시적인 혼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진은 뉴타운·재개발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시위 현장.

박원순 시장이 지난달 27일 취임하면서 그동안 서울시가 진행해 온 건설·부동산 정책에 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뉴타운 사업의 전면 재검토와 함께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속도조절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부동산가격 추가하락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박 시장은 지난 16일 취임식에서 “실타래처럼 얽히고 난마와 같이 설킨 난제들이 곳곳에 있다. 무엇보다 수많은 주민들이 자신의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야 하는 뉴타운 사업은 가장 큰 고민거리”라면서 재건축·재개발사업에 대해 과속 추진을 막고 재개발의 철거·신축 위주 정책을 관리·보수 위주의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뉴타운사업의 대폭적인 축소가 예상된다. 또 박 시장의 정책은 소규모·개보수·단계적 개발이어서 투자가치의 하락을 가져올 수 밖에 없어 실투자자들의 손실 등 시장에 큰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다.

서울시 뉴타운 개발사업의 기본 개념은 새로운 ‘기성 시가지 주거환경개발사업’으로써 일정규모의 생활권을 대상으로 공공부문이 종합개발계획을 수립한 뒤 주택건설 등 개발사업은 민간부문이 추진하되 도시기반시설은 공공부문이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낙후지역의 주거, 교육, 문화, 녹지 등 각종 도시환경을 강남지역 수준 이상으로 개발해 지역간 균형발전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됐다. 이러한 뉴타운 개발사업은 2002년 은평, 길음, 왕십리 등 3개 지구에 대한 시범사업 지정을 시작으로 2003년 12개 지구에 대한 2차 뉴타운 지정이 있었고 2005년 15개 지구에 대한 3차 후보지가 선정된 상황이다.

뉴타운·재개발 사업이 삐걱거리게 된 근본적 이유는 수년째 제자리걸음 또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집값 때문이다. 기존 재개발·재건축 사업모델이 그동안 작동할 수 있었던 것은 일반분양을 통해 조합원들이 벌어들이는 분양수익이 건축비 등 투입된 비용과 시간을 상쇄할 정도로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3~4년간 연간 서울 집값 상승률이 물가상승률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미래 분양수익을 기대할 수 없고 사업도 멈출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는 사업완료 후 기대되는 집값상승을 전제로 형성돼온 사업구조가 급격한 집값 하락세로 무너지면서 사업추진의 동력을 잃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전 집값 상승기였던 2008년만 해도 서울시내 곳곳은 뉴타운·재개발 추진 열기로 뜨거웠다. 그해 새로 생긴 추진위만 무려 65곳에다 조합설립이 이뤄진 곳도 61곳에 달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해 새로 생긴 추진위는 17곳, 조합도 40곳으로 줄어들었으며 올해는 새로 생긴 조합은 단 한곳도 없다. 지난 2006년 조합설립추진위원회를 결성한 서울 강북구 수유5-1주택재건축구역의 주민들은 최근 관할 강북구청에 추진위원회 해산을 요청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추진위가 설립된 후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언제 개발이 이뤄질 지 알 수 없는데다 개발을 하더라도 수익성이 없을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뉴타운 지역의 한 주민은 “원래 살던 사람들은 대부분 수억원대의 추가부담금을 낼 능력이 없는 게 현실”이라며 새 시장이 공약대로 사업을 재검토한 뒤 지정에서 해제해 주기를 희망했다.

반면 또다른 주민은 “뉴타운 지정이 취소될 경우 개발호재를 믿고 투자한 이들의 재산상 피해는 누가 보상해줄거냐”며 주민간 갈등도 빚고 있다. 현재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정책의 일관성 부족과 도시·부동산 계획의 전면적인 수정에 따른 대혼란이 초래될 것이란 점이다.

서울시는 뉴타운의 뼈대는 유지하되 사업이 부진한 일부 구역을 부분 해제하는 내용의 ‘뉴타운 출구전략’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서울시내 뉴타운 사업구역 240여 곳 중 아직 조합 설립을 위한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은 뉴타운 지구를 대상으로 사업타당성 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최근 뉴타운 사업을 통한 아파트·기반시설 공급 정책이 한계를 보이면서 뉴타운 및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대한 새로운 정책대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현기환 의원은 “성공사례로 꼽히는 은평뉴타운과 달리 다른 지구는 마구잡이식으로 지정해서 사업실패를 초래했다”며 “서울시는 뉴타운지구 지정 과정에서 행정적 절차 마련에 미비했던 점을 반성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현행 재개발·재건축 제도에 대한 근본적 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뉴타운사업이 정체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의 전면 재검토 방침으로 서울시 부동산 시장에 상당한 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뉴타운 사업 취소에 따른 후유증을 줄이기 위해 기존 뉴타운 기본계획 틀의 변경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서울시의 뉴타운 정책변화에 따른 혼란을 해소할 마땅한 방법은 보이지 않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는 재정적 지원수단 없이 뉴타운 사업을 전적으로 민간개발의 사업성에 의존하면서도 자산 소유자들의 개발동기를 약화시키는 규제를 통해 사업 정체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주거복지와 도시환경의 질 향상, 주택공급 활성화를 동시에 고려한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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